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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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 무진이란 무의식 아래 숨겨둔 "내"가 있는 곳이다,

전쟁중에 나를 보호했던 어머니. 그때 이유없이 나를 떠난 여인 현재 나를 만든 아내

그 모두는 지금의 나를 있게한 은인이면서 동시에 나를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나는 역앞에서 본 미친 여자처럼 그렇게 정신을 놓고 싶고 도랑에서 죽은 창부처럼 그렇게 명을 놓아버리고도 싶었다,

무진은 그렇게 내가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는 곳이면서 내가 외면한 내 본성을 마주하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무진의 안개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그런 모든 타자들을 떨쳐버리고 싶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의 속물을 보여주는 조와 나의 잃어버린 순수성을 보여주는 박

그들 역시 마뜩치 않고  불편하다

그 중 인숙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곳을 끊임없이 떠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안달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안다.

누군가는 순수하다고 여기지만 또 누군가는 가장 추악하고 속물스럽다고 보는 그 인숙이 나다

나는 보여지는 내가 전부가 아니다, 그저 무진의 안개뒤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존재이고 몇개의 가면뒤에서 불안하게 떨고 있는 어린 아이다,

나는 지금 무진에서 내 민낯과 마주하지만 이곳을 떠난 순간 그 모든 것을 다 잊을 것이다,

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끄럽다, 나의 반성과 성찰이 가뭄 속의 논바닥처럼 얕고 쩍쩍 갈라지는 불온한 것임을 알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내 뒤꽁무니에 붙언 그 부끄러움을 나는 결고 마주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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