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저께 본 티비 프로' 속사정 쌀롱'의 주제는  '내가 부러운 팔자?"였다,

존경심이나 숭고함이 아니라 속물스럽고 통속적일지라도 부럽다 싶은 팔자가 누구냐는 주제였다,

여러명의 인물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모두가 닮고 싶고 존경하고 훌륭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될 자신은 없다. 그들의 삶은 인정하지만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못할거 같다고 하면서 입을 보아 선택한 제일의 팔자는 페리스 힐튼이었다,

보면서 나도 키득거렸지만 그네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훌륭한 인물을 꼽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부러운 팔자를 말하는 거라면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것과 부러운 것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은, 완전한 나는 , 참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힐껏 과거를 돌이켜본다고 해서 완전한 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참된 나는 알 수 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한 사람의 기억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내적자아와 가장 참된 자아를 반영하고 있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 절망하고 날카로우운 비참함에 온몸이 꿰이고 슬픔에 몸서리치기도 했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위대한 것임을 여전히 확신한다, 

 

꽤 두꺼운 그녀의 자서전을 다 읽었다,

한때 그녀의 작품에 푹 빠져서 모든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치운 적이 있었다,

이젠 모든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기억이 헝클어졌지마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탐정은  회색 뇌세포를 가진 포와로와  전혀 탐정같지 않은 탐정 미스마플이다,

그 이야기에 빠지면서 생각했드랬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구나...

어떤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주어야 할 이유는 있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소하게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 었고 아픔을 주었기때문에 죽음을 맞을 수 박에 없다는 생각.

그래서 보면 그의 책에서 살인자는 늘 슬펐고 죽음을 당한 사람이 진정 악인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느낀 플롯과 주변을 묘사하는 섬세함이 모두 있어서 그녀의 책을 좋아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소녀시절 읽는 추리물로는 그녀의 작품만한 게 없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달콤하고 세세한 일상을 엿보는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가 제일 부러운 팔자는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가 아닐까 싶었다,

부유하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제적인 어려움과 두번의 세계전쟁을 겪었던 인물이지만 그 시대에 세계일주를 두 번이나 했고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귀가 얇은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강단있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하고 만 여성이었다,

심지어 두 번의 결혼조차 꽤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있는 딸은 영리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딸이었고 언제나 든든한 키다리아저씨같은 언니가 있었다는 것 통속적으로 나름 그 시대의 복부인인 듯 여기저기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부러웠다,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전혀 작가가 될 생각이 없이 어느 순간  글을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집필이다,

"써보기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않겠니?'하는 낙천적이고 적절한 순간 갖게 된 엄마의 조언도 부러웠다. 맞는말이다.  시작하기 전엔 그것이  잘 될 지 잘 되지 않을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작가가 될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써낸 책들이 출판되고 잘 팔리고 돈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가가 되어 있었고 재미있어 보였던 희곡쓰기에 도전해서 그것도 커다란 명성으로 이어지는 것

원하는 순간에  돈 걱정 없이 세계여행을 떠나고  관심 가졌던 고고학 발굴에도 참여하게 되는 등등의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만큼 팔자좋다고 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었다,

아 세상에 내가 한때 열심히 탐독했던 책들을 이런 사람이 쓴 것이구나...

내가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이 자서전을 읽었더라면 실망하고 화가 났을지 모르겠다. 전혀 어려움도 없고 갈등도 고민도 없어보이는 여자가 쓴 책에 그렇게 빠졌을까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속물근성을 가지게 된 지금 그녀의 자서전은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주저하고 도망가고 싶어하고 부끄러워했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이것이 끌리면 주저하면서도 계속 해 나갔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이 알맞게도 그녀의 능력만큼이 되었고 그것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빨간머리앤'이나 "작은 아씨들'처럼 구체적인 묘사로 상상을 일으키며 읽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녀가 작품을 쓰게된 동기나 창작에 대한 생각을 써놓은 대목들이 좋았다,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아 이런 경험이 이런 작품을 쓰게 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는 것도 좋았고 다시 그녀의 추리물을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최근 읽은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에 대한 언급도 흥미를 끈다,

어쩌면 조금 정신없는 구성이지만 연대순으로 잘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내가 잘 아는 친근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자주 옆으로 새어 나가고 중간중간 긴 잔소리같은 푸념과 연설도 곁들여지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흥미로웠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좋은 팔자인 그녀를 알게 되면서

그 팔자라는 것이 결국 스스로 헤쳐만들어낸  사람의 지도라는 생각을 한다,

길게 보진 못해도 그 순간순간 행복하고 집중했던 그녀의 삶을 읽으며 나도 아직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미스마플과 많으 닮았을거라고 생각한 그녀의 모습은 의외로 오히려 빨간머리앤을 많이 닮아 있다,. 어쩌면  시간대는 달라도 여자로서 어떻게 살것인가 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ㅇ낳을까 싶은 책이다,

책이 아닌 맨 얼굴의 그녀를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다르다고 여긴 부분도 더 좋았음에 더 할 나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