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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의 작품은 영화화 되기 참 쉽다는 생각을 했다,

발랄하고 톡톡 튀는 대사들 하지만 그 속에 꽉꽉 들어찬 의미들

휙휙 바뀌는 장면들이 영화로 만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하는 매력이 있다.

완득이도 그랬고 이번 우아한 거짓말도 그렇다.

원작을 충분히 살리면서 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섬세함도 잘 살렸다.

세 아이의 연기도 좋았고 마지막의 다섯번째 털실 뭉치도 좋았다.

그 뭉치가 누구를 향한것인지 누구를 위로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것까지 좋았다.

그러고 보니 온통 좋은 것 투성이구나....

 

아줌마들끼리 한번 그리고 아이와 한번 두번을 보았는데 솔직히 울지 못했다.

함께 간 아줌마들이 휴지 한통을 다 쓰면서 울어대는 동안 그저 먹먹하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악착같이 참고 있었던 거같기도 하고 이렇게 허물어질 수 없다는  참 필요없는 자존심인것도 같다.

 

괜찮다는 천지의 거짓말에 모두는 괜찮은 줄 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순 개뻥이다.

내가 낳은 아이라도, 한 배를 타고 난 자매끼리도 그리고 천하에 없는 베프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때문에 독심술을 할 줄 모른다. 그저 미루어 짐작하고 말 뿐이다, 그 짐작조차 나조차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다. 괜찮다니까 괜찮을거야.. 괜히 아닌게 아닐까 고민할 필요없지.. 괜히 성가시게 일 만들 필요없어. 정말 힘들면 말하겠지.. 그때 가서 봐줘도 괜찮아. 독립심을 키워야지. 내 삶도 허덕거리는데 누굴 위로하겠어...

잘못된건 아니다. 누구나 내 손톱밑에 상처를 가장 아파한대도 이기적이라 말할 수 없다.

삶이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렇게 팍팍하고 건조하고 하루하루 견디는 힘만 남겨줄 뿐이다.

천지 엄마도 천지의 순진한 표정을 믿었고 만지도 천지나 자기나 별 다르게 없을거라 생각했을 것이고 화영이 조차 자신을 견뎌내는 천지가 더 강해보여서 더 미웠을 수도 있다.

미라는 제 무게에 허덕이고 있으니 조금 더 무게가 가벼워보이는 천지가 어쩌면 가장 밉고 싫었다는게 이해가 간다.

사실 소설을 보면서 난 미라가 참 싫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자기가 가장 정의롭다는 듯 난 너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니가 거절한거야.. 하는 값싼 자존심을 내세우는 캐릭터였다. 흔히 왕따가 있는 교실에서 내가 아니니까 난 나쁘게 한건 아니까. 난 뭐라고 충고라도 했으니까.. 하고 자기위안 자기 변명에 만족하는 젤 저질스런 계집애처럼 보였다. 화연이조차 그럴만한 이유가 보였고 상처가 보였는데.. 사실 미라의 상처를 나는 보지 못했다. 자기 못난 아비때문에 친구에게 그럴 수 있을까는 생각 못했고 (책에서 그 아비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지 못했기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절대 자기는 나쁘지 않다고 믿는 젤 재수없는 기집애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죽은 천지못지않게 그리고 화연이 못지 않게 상처가 깊은 아이가 미라였다.

그 어린아이는 자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내가 받은 아픔이 너무 커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없었다. 천지가 얼마나 아픈지 몰랐으니까

그저 아직도 철없고  화연이를 견뎌내는 천지가 더 무섭고 재수없다고 느끼는 평범하지만 상처가 더 깊은 아이였다.

미라의 아픈 속을 들여다 봐주는 건 그래도 언니 미란이여서 참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만지와는 다르게 엄마처럼 동생을 보듬는 미란이가 있어 미라도 조금은 위안이 되겠구나 싶어 다행이라 싶었다.

 

영화에서는 책에서보다 만지가 입체적으로 나왔다.

책에서는 동생의 죽음을 알고 싶어하는 언니.

동생과는 다르게 교우관계나 성격도 괜찮고 만사 쿨한 멋진 하지만 조금 냉정한 언니고 딸이란 생각을 했었다. 꽤 괜찮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만지도 참 많이 아팠다.

겨우 열여섯 정도 된 아이가 보여주는 쿨한 모습이 아팠다.

쿨하다는 건 좋은 거 아니다.

난 상처받고 싶지 않다. 난 거부당하고 싶지않다. 내가 따를 당하는 거 아니구 내가 너희 모두를 따 시키는 거라고 그렇게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한 채 세상에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가장 소심하고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다.

저 어린게 얼마나 상처가 깊으면 쿨하게 사는 법을 배웠을까

이상한 친구는 안사귀면 되고 그래서 친구가없으면 혼자 다니면 되고 먹기 싫으면 안먹으면 그만이고 싫은건 안하면 그만이고...

상처가 없는 만큼 관심도 없는 거고 ...

만지도 천지만큼 아프고 힘든 아이인데 그 요령까지도 이미 알아버린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같았다. 엄마도 이해해야하고 동생도 보살펴야하고 그래서 내 감정같은 건 이미 박제시켜 버려야 하고... 친구도 상처받지 않을만큼 거리를 두고 있고..

차라리 화연이처럼 극악스럽게 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더라도 자기의 약한면을 화려하게 포장해서  해소해버리는게 정신건강엔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화연인 크게 너무 사악하고 그래서 자기가 다시 공격받고 욕을 먹은 만큼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만지는 이미  욕을 먹거나 실수를 하거나  하지 않은채 자라버려서 그게 마음이 아프다.

 

함께 영화를 본 작은 아이가 그랬다.

천지 언니가 꼭 우리언니같애.

그닥 친구한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친구도 많고 쿨하고 뭐든 나보다 나은거 같고 잘아는 거 같은게 우리 언니같애.

그래 나도 만지를 보면서 그 생각 했어.

썩 만족할만큼은 아니지만 알아서 잘하는, 그래서 손이 덜 가서 편하다고만 생각했고 가끔 기집애가 냉정하고 깍쟁이같다고 여긴 내딸이 어쩌면 내가 신경 더 쓰는 막둥이보다 더 아픈건 아닐까. 내가 못보고 안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친구문제로 징징거리고 소리치고 아파하는 딸은 뭐라고 조언도 하고 함께 욕도 하면서 견디게 했는데 어떤 문제도 입밖에 내지 않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큰 딸을 내가 너무 믿고 둔건 아닐까  싶어졌다.

아직 채 15년도 못산 아이들은 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찌질해도 상관없고  대책없이 굴어도 상관없고  미친듯이 빠지고 상처도 입고 또 돌아서면 좋아라 웃어제끼기도 했으면 좋겠다.  저게 정말 호르몬의 문제가 많구나. 미친 중딩 맞구나 싶게 그렇게 드러내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걸 견디는 힘도 내게 있으면 좋겠다. 다 지나가리라... 하고 도를 닦을 힘도..

 

결론은 영화가 꽤 괜찮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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