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딸 사라 폴리는 돌아가신 어머니 다이앤에 대한 여러사람의 기억을 모은다. 이 영화는 어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이 모여 자신이 아는 그녀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며 진행된다. 배우였고 자유분방했고 언제나 자유로웠다는 다이앤 그러나 간혹 사람들은 ㄱ  ㅡ녀가 뭔가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은 면도 있다고도 한다. 다이앤은 여러사람들의 기억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흩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농담처럼 사라는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그 농담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도중 뜻하지 않게 사라 폴리는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자유분방한 다이앤은 외도로 첫번째 결혼을 실패하고 아이들의 양육권도 빼앗기고 그 당시 신문에 날 만큼 부도덕한 여자로 비춰졌다. 두번째 결혼한 사람이 같은 배우였던 현재 폴리의 아버지였다. 두번째 남편은 조금 재미없을지라도 가족을 위해 배우를 포기하고 보험 세일즈를 할만큼 책임감이 강한 남자였다. 그리고 다이앤은 연극공연을 하기위해 집을 떠나 있던 동안 또다른 남자를 만나고 폴리를 임신한다.

이 모든 사실을 다이앤이 죽은 후 가족들에게 밝혀진다 하지만 이 비밀이 이 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가족들은 어머니 아내 친구였던 다이앤을 기억하면서 저마다의 기억이  각자의 호불호에 의해 왜곡되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기억하고 과장한다.하지만 각각의 기억속 다이앤 역시 다이앤의 본모습이다. 자유롭고 덜렁거리는 다이앤 그러나 헤어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헤어질 때면 언제나 눈물을 보이던 다이앤 남편과 맞지 않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다이앤

어쪄면 각자는 다이앤을 기억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속에 쌓였던 뭔가를 털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비밀이 드러난다.

순간 카메라 앞의 가족들은 모두 놀라 아무말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역시 그랬었구나.

가족들의 표정은 우리 정서로는 너무나 쿨하고 단순하다.

특히 가장 배신감을 느낄 아버지의 반응은 감동적이었다.

덤덤하게 듣고 있던 아버지 하지만 아무것도 변할 건 없다며 안아주는 딸에게 애정과 감사를 느끼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말했다.

너의 친부가 누구이든 너가 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않니.

너는 여전히 우리의 막내 딸이고 가족이라고 아버지는 말없이 말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이 영화의 나레이션을 쓰고 읽어준다.

아버지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영화는 그래서 더 따뜻하고 뭉클하다.

 

 

지금 정작 당사자인 다이앤은 없다. 단지 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있고 기억이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정작 본인은 한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다이앤은 제각각이었다.

기억은 불완전하고 주관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이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제각각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서 기억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은 각색되고 포장되고 퇴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가 다이앤을 기억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그 감정들 역시 거짓이 아닐것이다. 기억은 변하고 사실에서는 멀어지겠지만 진실은 여전할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왜 감독이 이런 내밀하고 사적인 문제를 영화화 했는지 의아했다.

우리 정서로는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였고 결국 내 엄마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 했지만 딸은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고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용기앞에 가족은 사랑을 드러내고 함께 감싸안고 모두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그래서 영화는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이젠 늙고 쪼글거리는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할때는 눈물이 났다.

그 아버지에게는 긴 시간동안 쌓인 미움 그리움 회한 등등이 뒤섞였을 감정이 있을 것이고 이제 그것 모두가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담담하고 차분한 그 아버지의 나레이션이 더 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예전에 읽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었다.

불완전한 기억 그리고 잃어버린 사실들이 오해를 만들고 진실을 왜곡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가 가진 것을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고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것 그리고 후회하고 반성하며 그래도 사랑이었고 추억이었다고 믿는 것들이 있을 거란 생각도 잠시 했다.

 

나는 지금 이순간 무엇을 오해하고 잊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오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질 안았으면 좋겠고 나중에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 말미 정말 긴장이 팍 해소되는 짧은 장면이 나온다. 절대 놓치지 말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