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아이가 생기면 제일 먼저 자전거 앞자리에 태우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내 얼굴에 부딪히던 그 바람과 불빛과 거리의 냄새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소중한 것 ,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집이 있어 아이들은 떠날 수 있고 어미새가 있어 어린 새들은 날갯짓을 배운다.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닫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때문이다. 나도 이제 열무를 위해 먼저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배워야 겠다. 물론 어렵겠지만..."  p 30-31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다른 어떤 동물도 죽을 줄 아는 길로 걸어가지 않는데 왜 사라만은 그게 자기를 파멸시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눈을 찌르는 것일까.....p49

 

 

 

'....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키친 테이브 노블은 애잔하기 짝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그 소설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씌여지는 소설이기때문이다. 스텐드를 밝히고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짖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긁적이는 것이다. 그러고 이상한 일이지만 긁적이는 동안 자기 자신이 치유받는다. 그들의작품에 열광한 수많은 독자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키친 테이블 노블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 글을 쓴느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다. "  p 60

 

 

"그렇다면 왜 쓰는가?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해? 문학을 쇄신하기 위해? 인류를 사랑하기위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질문에 부정이 계속되었지만 그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중략) 그렇게 한달 정도 썼을 때쯤 이었다.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밤하늘이 보였다. 문득, 고독해졌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오직 그문장에만 해당하는 일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 소설이 어떤 평가를 받을 ㅣ 그 소설로 인해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런 생각ㅇ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저 ㄴ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문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모든 상처는 치유됐다. 파스칼ㄹ의 회심과 같은 대단한 일이 일어난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만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라는 문장에 해당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단숨에 깨달으면서 파스칼의 지복과 비슷한 감정을 잠시 느꼈다는 말이다."p66

 

 

"..다음날 이삿짐 트럭을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ㄲ개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게 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딘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벼렸다. 이미 저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p 152

 

 

 

"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중략)연잎이  주름지고 또 시든다고 하더라도 한때 그 푸르렀던 말들이 잊히지는 않을 것읻. 내게도 그처럼 푸르렀던 말이 있었다. 예컨대 글을 잘 읽었다. 라든가.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네가 어떤 시를 쓸지 꼭 보고싶다. 같은 말들.. 그런 말들이 있어 삶은 계속되는 듯하다.p196

 

 

 

" 김시습이 맞닥뜨린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어두운 밤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2학년 시절 나도 어둡고 어두운 어둠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어둠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주 하찮은 조각에 불과알지도 모른다.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가장 깊은 어둠을 겪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건 중학교 2학년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수업이었지만 또 내 평생 잊히지 않는 쉅이기도 했다." p 202

 

한권의 책을 읽고 누군가를 안다고 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이 한권을 읽고 나니 이 작가라기 보다는 인간 "김연수"에 대해 조금 알거 같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비슷한 때에 학교를 다녔고 같은 노래를 들었고 얼추 닮은 경험치를 가져서는 아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비루하고 찌질했던시절에  한줄의 글이나 한권의 책이 준 위안을 풀어놓은 이 책이 그땐 나도 그랬다는 그리고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나도 이렇게 한권으로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작가가 앞에서 다시는 이런 글을 쓸 일이 없을거 같다고 한 것 삶을 설명하는데는 한문장이면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처럼 나도 더 이상 돌아볼 시간은 없다.

돌아본다고 되돌릴 수도 없고 그 모든것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추한 것은 여전히 추하고 비루한 것은 비루하며 부끄러운 것은 낯도 들지 못하게 부끄럽다. 그래도 어쩌랴 그게 모두 내가 살아오고 저지른 나의 삶인 것을

작가는 그렇게 자기의 단편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아련해지기도 하고 희미하게 미소짓기도 하고 많이많이 미안해하기도 한다. 나도 함께 였다.

왜 김광석은 그 젊은 나이에 죽었는지.. 왜 꽃잎이 피는 것이 지는 것 보다 더 처연하게 보이는 때가 있는 것인지 나무나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너무나 사소한 일에 위로받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  왜 즉석떡볶이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맛이나 요리 폼새가 달라지는 것인지.. 내가 부모에게 받았던 것들이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이해가 되어버리는 것인지 나도 작가와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소설 쓰는 사람에게 참 할말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소설보다 더 좋았다.

이전 읽었던 이후 작품인 지지않겠다는 말.. 보다도 좋다. 내게는..

어쩌면 가장 겸손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은 어느 순간이 아니면 영영 나오지 않은 것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뭋든 내게도 푸른 청춘은 있었다는 걸 문득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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