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29, 2013 : 실시간

2 데이즈 인 뉴욕 (2

 

 

 

줄리델피가 많이 나이를 먹었다.

이전작이었던 비포 미드나잇에서도 뱃살과 늘어진 볼 주름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나왔을때 참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여배우인데.. 그것도 프랑스 여배우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

그런데 그게 참 좋았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주름지고 늘어나고 불어나는 게 정상이 아닐까

그의 외모는 많이 변해서 참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되었지만 그의 팔팔한 정신과 세계관은 여전하다. 전작에 이어 여기서도 남편과 혹은 주위사람과 참 많이 싸운다.

싸운다는 것이 그저 소모적인 행위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에너지를 마구마구 내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고 남을 받아들이려는 행위로 인식된다.

그녀는 비포... 시리즈에서도 참 많이 떠들고 싸웠다.

비포 미드나잇에서 나이든 부부가 자식 문제 등등으로 호텔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걸 보면서 아.. 부부마다의 문제나 갈등이 프랑스라고 우아하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부러웠던 건 싸움이 참 싸움답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거나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하지 않고 마주보고 듣고 말하고 또 듣고 말하고.. 그렇게 계속 싸울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적어도 피하거나 무시하는 건 아니니까

정말  잘 산 부부는 이렇게 싸울때도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싸울 줄 아는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에서의 줄리 델피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프랑스 여자인 그녀는 감정기복도 심하고 조울증을 보이기도 하지만 유쾌하고 자신에게 솔직하다.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그녀의 남자친구도 그녀와 참 합이 잘 맞다.

프랑스에서 온 가족 문제로 두 사람이 언쟁하는 씬이 몇번 나온다.

레스토랑에서 동생이랑 치고박고 싸운 후 밖으로 나가 언쟁하는 씬이나 그  전시회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헤메고 와서 둘이 투닥거리는 씬이 참 좋았다.

서로를 피하지 않고 비난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해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싸움

그렇게 서로에게 열렬하게 퍼부으면서 자기 생각을 조율해나간다는 게 부러웠다.

 

싸우면 감정적이 되고 옛날 해묵은 감정까지 스멀스멀 올라와서 욱하게 되고 결국은 누구 하나는 그냥 회피하거나 무시하게 되는 싸움은 그냥 싸움이다.

끝이 없고 반성도 없고 감정만 남을 뿐이다.

그런 싸움만 이어지면 아이들 보기도 창피하고 결국은 왠만하면 안싸우려고 하지만 그건 화해나 이해가 아니라 그냥 회피이다. 아예 모른 척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겉으로 아닌척 하는 것 웃으면서 상대의 커피잔에 침을 뱉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영화 내내 난 커플의 다툼이 부러웠다.

현명하게 누군가와 다투고 언쟁을 할 줄 아는 그녀가 부러웠다.

뱃살이 나오고 얼굴이처져도 여전히 나보다 아름답고 게다가 말싸움도 쌈박하게 잘하는 프랑스 여자... 그녀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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