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이렇게 갈리는 영화는 첨이다. 적어도 내게는....

사실 딱히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봉준호의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부터 마더까지 모두 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플란다스의 개는 이게 뭐지? 하고 의아해하다가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고민하다 잊어버렸고

살인의 추억은 너무 끈적거리고 우중충해서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송강호와 김상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너무너무 범인을 잡고 싶은 욕망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만큼 절절했다는 기억은 있다.

그리고 괴물은 그냥 괴수영화? 로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랑 괴물에서 살아온 소년이 함께 눈오는 겨울 밥상에 앉아 있는 장면이 차마 슬펐다.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그렇게 슬프고 아름답게 보인건 처음이었다. 중간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나고  심지어 고아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가물가물한데 (한때 그 소년이 고아성이라고 생각했다)  둘이서 밥을 함께 먹는 장면만 오래오래 남았다.  먹는다는 것..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참 따뜻하고 눈물겨운 일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그리고 마더는... 아.. 원빈도 꽤 괜찮구나 싶었고 누구보다 진구가 무서웠고 끌렸다. 뭐 저런 진짜 양아치같은 배우가 다 있지? 실제 밤길에서 만날까 두려웠다.

관광버스에서 처절하게 추어대던 김혜자의 춤은 이제 조금 이해될거같기도 했다. 어쩌면 극중 그녀의 나이가 지금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드디어 설국열차에 올랐다.

먼저 본 지인이 침튀게 엉망이고 별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스포일러를 다 살펴보 다음

영화가 너무너무 보고싶다는 중딩 딸과 함께 봤다.

재미는 있었다. 일단 다들 연기가 되니까 볼만했다.

열차 중간에  터널로 들어가면서 불이 꺼지고 순간 피튀는 것들이 상상되면서 (화면이 어두우니 소리만으로 되는 상상이 더 끔찍했다) 순간 그어진 성냥불

그리고 장도리를 든 채 달려드는 남자들...

아..길게 길게 이어지는 그 난투극은 아니나 다를까 올드보이의 오마주란다.

맞다. 제작이 박찬욱이구나..

그래도 그때만큼 충격저기고 몸서리쳐지지는 않았다. 우리편은 죽지 않을거니까...

 

말이 많았던 마지막의 남궁민민수와  커티스의 대화

왜 난 거기서  태백산맥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하대치 (최대치? 순간 헷갈린다)와 염상진의 대화였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그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에  열망과 희망  어쩌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혁명의 기운을 이야기하던 것이 떠올랐다.

이상적이라는 건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구나 싶었다.

앞에 있는 엔진을 향한 문을 열든 옆에 있는 열차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든 그건 머리속의 이상이고 현실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  슬프고 적막한 내용을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지루한 대화를 풀어내긴 했지만 그 부분이 슬프고 인상적었다.

태백산맥이랑 어떠 면이 연관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다. 모르니까

다만 그 장면에서 혹은 몇몇 장면에서 자꾸 태백산맥이 떠올랐을 뿐이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영화는 나쁘진 않았다.

하고픈 말이 많았다는건 알겠고 그러기엔 시간이나 제약이 많았다는 것도 알겠고 뭐가 하고픈진ㄴ 알았다.  호불호를 떠나서 이렇게 이슈가 되고 논쟁거리가 된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썩 내켜하지 않은 탑승이지만  꽤  ㄱ괜찮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열차내에서 누구보다 양갱을 맛있게 먹는 건 바로 그녀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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