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키우면서 하는 공통적인 말이

둘째는 키워도 키워도 크질 않는다고 한다.

둘째라 더 귀엽고 더 관대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막내라는 점때문에 마냥 어리게 보게 된다.

 

나의 둘째도 그렇다.

남보다 키가 크고 속이 깊어서 내 자식이잠 조금 두려운 면이 있는 첫애와는 다르게

애교도 있고  살가운 말도 잘하는 둘째는 마냥 이뻤다.

오죽하면 큰애가 이미 다 알고 있을만큼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둘째는 공부를 못해도 이쁘고 짜증을 내도 금방 풀린다는 이유로 이쁘고 변덕이 심하다는 것 조차 매력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동글동글하게 생긴 얼굴에 혀짧은 말투 때문에 그 아이가 벌써 4학년이라는 것도 잊고 초등 1학년처럼 대한다. 병이다.

 

그런데 어제 드디어 터졌다.

 

작은 아이가 토요 방과후를 다녀오고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유기견까지 구경하고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에 딱 한마디에 터졌다.

정말 별 생각없이 놀리는 말이 아니었는데

얼굴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가 보기엔 큰애는 강아지 상이고 작은애는 돼지상이라고 했을 뿐인데..

순간 아파트 현관앞에서 놀리지 말라고 소리치고 .울면서 제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따라 들어가봤지만 소리소리 지르며 혼자 있고 싶다고 나가라고 말하기 싫다고 하는 아이가

몹시 낯설었다.

이런 적이 없는데 울어도 화를 내도 내 품에 안기곤 했는데

이젠 나를 몰아낸다.

나쁜 뜻은 아니지만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엄마의 위로는 더이상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

순간.. 내가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큰아이는 4학년이 되면서 이제 사춘기가 올거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준비라도 했지

둘째는 큰아이의 경험이 완전 무색할만큼 무방비상태에서 아이의 성장을 맞았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어리석은지...

책을 읽고 엄마들과 이야기하면서 큰아이의 변화는 미리 준비하고 오히려 너무 서두르고 앞서가면서 작은 아이는 마냥 어리고 철부지로 있을 거라고 믿었나보다.

이제 이렇게 문을 닫고 엄마를 거부하고 통곡하고 속상한것 화나는 것들을 엄마와 나누지 않을 거라는 걸 미리 준비하지도 못했다.

어쩌나.....

그렇게 삼십분을 제방에 있다가 나온 아이도 이유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 말은 그저 그 아이 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무언가에 불씨를 붙인것 뿐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묻기기 힘들었다.

 

큰 아이도 제 동생의 변화에 당황하기도 했던거 같다.

 

이제 컸구나.. 아이는 커가는데 변하지 않고 돌덩이처럼 굳은건 나뿐이구나.

그렇게 내가 문제겠구나...

큰 아이가 사춘기라고 전전긍긍하고 속으로 욕하고 하루에 골백번도 더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순간에도 작은 아이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직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그런데 그런 내뒤통수에 무차별적인 가격....

이제 정말 품에 안기는 아기는 없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은 이유는 나름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한 것이었다.

이제 큰 비중을 차지할 친구문제라는 건 심각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도 유치하고 사소하다는 건 안심할 일이었다.

원인은 큰 걱정이 아님을 알고 마음을 쓸어내리지만...

내가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무심하고 잊고 있는 사이에도 아이는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뒷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것..

아 뒷통수가 너무 따끔거리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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