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연초 계획한 추리물 읽기중의 한권

이전에 같은 작가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붙여.'를 꽤 재미있게 보고 이 책도 함께 추천되어있길래 주문해서 읽었다.

대략의 설명을 보면 여중생의 심리가 잘 나타나있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라고 되어있어 내가 요사이 관심이 가는 주제이기도 해서 골랐다. 읽어보고 괜찮으면 아이와 함꼐 읽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다 읽고 든 첫 생각은 아직은 아이에게는 권하지 말자

 

주인공 고바야시 앤은 어머니의 로망인 초록지붕의 앤과는 정반대의 소녀이다.

밝고 활기차보이는 겉과는 다르게 어둡고 음울한 취향과 조급은 그로데스크한 것들에 끌리고 여러가지 살인사건기사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할까 늘 전전긍긍이고 집에서는 도무지 취향이 맞지 않는 부모 특히 엄마때문에 거의 공감대가 없이 지낸다.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은 곤충계소년  도쿠가와를 우연히 강변에서 만나 그의 비밀을 엿보고 관심을 가지고 둘은 은밀하고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전대미문의 사건을 ...

"나를 죽여주지 않을래?'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힘든 생활 그 와중에 얽힌 친구들 사이의 갈등 그로 인한 왕따문제등으로 혼란스러운 고바야지 앤을 지켜준건 곧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곧 살해당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충격을 안겨줄 대단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 세상에서 사라진다,

엉뚱하고 기가막힌 일이지만 그 일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는 소녀는 그렇게 일상을 견디어 간다,

기괴하고 독특한 그림세계를 가지고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는 도쿠가와가 날 죽여줄거야,,,

그렇게 믿으면서,,,

하지만 고바야시나 도쿠가와나 별난 소녀 소년은 결코 아니었다,

둘 다 자기 보다 잘 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뒤돌아서 험담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아닌척 쿨한 척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소년 소녀일 뿐이었다

그들의 살인 계획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하....

문득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죽일 수 없으니 나를 죽여줘... 나도 나를 죽일 수가 없으니 대신 너를 죽여줄게,,,

현실이 막막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두 청춘은 그렇게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른바 살인 동맹을 맺은게 아니었을까

왕따, 나만 바보되는 현실 아무도 나를 제데로 바라보지 않은 이곳에서 떠나는 건 죽음뿐이다,

하지만 스스로 묵숨을 끊을 용기도 없다.

고바야시가 신문에서 살인이나 자살 기사를 모으는 것도 그런것들을 동경은 하지만 차마 현실로 옮길 수 없는 주저함이 보인다. 도쿠가와역시 어두운 아우라를 품기면서 기묘한 그림으로 스스로를 발산하지만 그 속살은 그저 말랑하고 상처받기 쉽다.

체육시간에 힘겹게 볼을 쫓아 다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차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잘난 동급상을 동경의 대상으로 훔쳐보고 끝나는 시간만 학수고대하며 시계를 힐끔거리는 것

왕따문제를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아닌척하면서 혼자 자기 최면에 빠진 고바야시도 틀린 게 없다.

둘의 살인 공모는 그런 현실을 잊게 하고 그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을것이다.

그 날이 언제든 상관없다

모두에게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모두를 따돌려 버리겠다. 충격을 줘버리겠다고 결심하는 것 그리고 작당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 두 청춘이 얼마나 소심하고 나약한지 보여주는게 아닐까

이야기는 조금 심심하게 전개된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학생이라 뭐 이렇다할 사건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다. 변덕이 심하고 짜증도 많고 불만도 많은..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이기도 하고 나이기도한 그런 모습이다,.

드디어 결전의 그날

죽은 모습과 죽는 방법 시간을 다 정하고 그 날이 오고 새벽에 고바야시는 긴장된 마음으로 집을 나서지만,,...

 

결국 살아있으니 좋은게 아닐까

죽으면 그게 아름다운 살인이든 뭐든 알게 뭔가...

두 아이가 살아서 다행이다.

좀 어이없게 아주아주 행복한 해피앤딩이 나와서 이게 뭐람... 하는 기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있으니 괜찮은 결말도 볼 수 있고 살아있으니 내가 시간을 견뎌냈다는 대견함도 들지 않을까...

드라마 "학교"를 보면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단 한가지 소망이 든다.

어쨌거나 살아남아라..

비겁하고 찌질해보여도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길게 견뎌온 시간을 돌아보면 그게 별거 아닌것을 그 속에서 반짝이는게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설령 해피앤딩은 없고 그렇고 그런 나날이 이어질지라도 그것조차 살아있으니 느끼는게 아닐겠는가...

고바야시와 도쿠가와가 아무일도 없이 그렇게 살아남아 견딘게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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