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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으면서 긴 한숨이 나온다.
내내 숨가쁘게 달려온 기분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도데체 어쩌자는 걸까,.
책을 이해 못한데서 오는 한탄일 수도 있고 내가 알던 그 작가가 맞나 싶은 멍한 느낌일 수도 있다. 하긴 나는 김연수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무언가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고 그래도 한번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 늘 매달려 있었던 작가였다.
요 근래 들어 가장 핫하고 잘나가는 작가라는 것 많은 책을 냈고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였고 평판도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읽기를 미루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함께 준다는 씨디에 혹해서 "7번국도"를 읽었다. 아마 초기작품이라고 기억한다.
젊은 이들이 함께 자전거로 여행하는 7번국도 그 길위의 이야기들, 그리고 사소하지만 강렬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흐른후의 회한같은 것들..
정확히진 않지만 그렇게 기억된다 (아쉽게 이사를 핑계로 많은 책을 팔았는데 거기 들어간듯하다)
음... 이런 작가구나 했었는데
이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책은 또 다르다
다른 책들도 그런가? 모르겠다. 안읽었으니까
입양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고 건조한 여자 카밀라
그녀는 양어머니가 죽은 후 양아버지가 보내준 자신의 물품에서 사진 한장을 발견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뿌리찾기. 고국에서 생모찾기가 이어진다.
단하나의 단서 진안여고. 그곳에 엄마가 다녔다는 단서를 가지고 그 흔적을 찾아간다.
엄마는 왜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았고 나를 버렸을까
엄마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야기는 시점을 바꾸어가면 전개된다. 죽은 카밀라의 생모 지은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누군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쩌면 단순한 사건, 여고생이 임신을 했고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입양이 되었고 그 여학생은 자살을 했다.
신문에 단 몇줄로 요약될 단순한 사실이 실은 어마어마한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이야기. 서로의 언어가 전달되지 못하고 허공울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안개처럼 언어들은 사람에게 스며들지 못하고 그 사이 공간을 떠돌면서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생각을 돌연변이 시키고 오해하고 침묵하고 외면하게 한다.
누군가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외면하고 싶어하는 진실들이 교차되고 덮어지고 까발려지면서 서로 눈을 감는다.
먹먹하고 슬프면서도 조금은 상투적인 이야기
왠지 다 읽고 나면 여자가 쓴거 같단 생각도 든다. 섬세하게 가련하게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 여자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직감하고 또는 오해하는 그 감정의 결이 느껴진다는 거?
아.. 이 작가가 이렇게도 글을 쓰는구나.
7번국도랑 많이 다른 글도 쓰는구나. 참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다 읽고도 그래서 지은이가 누구의 아이를 가졌다는 건지.. 정말 중요치 않은 그 사실이 몹시 궁금하다. 속물스럽게도,.,
그리고 카밀라.. 혹은 희재가 이젠 조금 편하고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