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전설은 창비아동문고 268
한윤섭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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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전학온 아이가 있다.

동네 친구들은 그 아이에게 동네 전설을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하지만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듯이 ....

흔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실감난다.

아들이 죽고 남은 노부부는 병에 걸리고 그 치료약으로는 어린 아이의 간이 필요하다

그 간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간다.

죽은 아이를 낳은 여자가 아이를 뱀산에 묻고도 그 아이가 그리워 매년 찾아오는데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그 곳을 해맨다,

일제시대 강제 노동을 하다 죽은 독립투사가 자기가 노동한 아카시아나무를 찾아온다.

염하는 노인네는 어려 죽어버린 자식들을 대신할 아이를 잡아간다,

이게 뭐,, 하고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등골이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함께 행동한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 ...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가 되고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만의 은밀한 비밀도 갖게 된다,

 

어쩌면 준영은 아이들에게 마을의 전설에 대해 들었을때 부모님께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고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사실이 무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것이다,

뭔가 함께 나누는 것이 있고 그걸 함께 느끼고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져가는 과정 그것이 더 중요하다.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이들은 어렵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어쩌면 아이들이 그렇게 어른에게 쉽게 도움을 구하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아이는 성장을 하는 것같다.

데미안에서 왜 싱클레어가 프란쯔에게 협박당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렸는지.의아해 했지만 이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알거같다.

혼자만의 비밀을 갖는것 나의 미빌과 내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하고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사춘기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 아닐까

부모는 뭐든 내게 털어놓고 상의하라고 하지만 어쩌면 부모가 개입하기 애매하고 개입해버리고 나면 스스로가 나약해 보여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순간이 성장이 아닐까

 

준영은 그렇게 마을의 전설을 아이들과 함께 나구고 두려워하고 은밀한 동지감을 느끼면서 서서히 성장한다.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가을빛치 눈에 보이듯이 그렇게 준영도 점점 득산리에 동화되어가고 득산리 아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자란다.

내가 막연히 두려워하든 실체인 돼지 할아버지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마음을 알고 세상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밤나누에서 밤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함께 듣는다.
돼지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새벽의 시간이 또다시 준영을 한뼘 자라게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일.. 성장은 그렇게 이해의 다른말이고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등 뒤에서 간접적으로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마주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들이 더 값진것으로 남는다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왜 새로운 아이에게 득산리 마을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겁을 주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덕수 패거리들이 준영을 위협하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어색함을 없애는 한가지 방법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듯하다.

누군가와 무섭고 은밀한 것을 나누면 더 친해진다. 함께 어색해하며 들어간 귀신의 집에서 나올때는 두 손을 꼭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안도의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것 처럼 함꼐 공포를 경험하고 약간의 짜릿한 나쁜 짓을 경험하는 것이 친밀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영악하지 않고 위악을 떨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게 자칫 밋밋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선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아이다운 악동짓이 더 마음에 든다. 밤서리를 하면서도 돼지 할아버지를 걱정하기도 하고 방앗간집 할머니의 죽음에 함께 상여꾼이 되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읽는 내내 그 전설이 사실인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했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인지보다 그 은밀한 전설을 통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 더 친밀해지는 걸 느끼고 나도 모르게 득산리에 적응해가는게 더 좋았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면서 세세하고 단순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큰 격랑은 없지만 일상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크게 요동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손에 잡힐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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