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문뜩 "봄날은 간다"가 떠올랐다,

거기서 상우가 그랬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 상우가 아직도 그렇게 순수하고 조금 찌질하게 남아있다면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단다."

 

한때 빛나던 것들도 다 낡을 수밖에 없고 지금은 초라하고 낡은 것들도 한때는 빛나던 때가 있었다. 그냥 그렇데 변해가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에 삶이 아닐까

언제나   환하고 새로운걸 찾아가고 싶고 그것이 더 탐나기도 하는 것도 삶이고 인간이기도 하다.

 

영화속 마고는 평범한 인물이다 결혼생활에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같고 가족같은 남편은 든든하게 옆에 있어주고 시가쪽 식구들과도 허물없이 지낼만큼 문제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마고에게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뭔가 다이나믹하고 반짝거리는 것 두근거리는 무언가 설레임이 필요한데 남편과의 생활은 너무나 안정되어있다. 그건 남편의  묵직하고 한결같은 성격 그리고 미래의 유머까지도 준비하는 반듯하고 정돈됨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성격은 닭 하나를 가지고 요리책을 만드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설레임 그 남자가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이웃에 있다.

언제나 눈길 닿는 곳에 그가 있고 손을 내밀면 잡을 만한 곳에 그가 있다.

그러니 발랄한 마고로서는 미치고 팔딱 뛸 일이 아닐까

유부녀라는 이유로 아직 남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하지만 그럴 수록 끌리는 마음은 어쩌지 못하고 남편의 한결같음조차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수영장 샤워실에서 나이든 여자들 젊은 여자들이 거리낌없이 나신을 드러내며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 없다는 말을 할때 참 숙연했다. 익숙한 몸들을 보면서 그렇게 늙고 쳐지고 살찐 몸들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설레게 했을 것이고 탄력있고 팽팽한 젊음이었다는 걸 말없이 보여준다.

시간이 그냥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익숙하버린 무심함이 그냥 무심함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한때 아이가 그랬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은 생활이 뭐가 좋으냐고 매일매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야하고 뭔가 다이나믹하게 신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때 나도 그랬단다.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건 견딜 수 없다고

하지만 살아온 시간이 쌓이면서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다이나믹함이라는 것신나고 파란만장하다는 것이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그것이 오래되면 멀미만 날 뿐이라는 것 어쩌면 우리가 지금 지리멸렬하게 느끼는 익숙함이나 반복들이 한때는 빛나는 다이나믹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신나는 놀이기구도 때가 되면 조명이 꺼지고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냥 계속되는 두근거림 신남 흥분이란 건 없다.

(사람이 그렇게 살다간 심장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

결국 마고는 그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take the waltz가 흐르면서 새로운 격정적인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 말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심장이 터질만큼 두근거린 사랑도 결국은 일상이 되고 지루해지고 무심해지는 것을

남편의 동생이 말했다.

"누구나 인생에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 틈을 메우려고 하진 않는다"

맞는 말이다.

조금 부족한대로 처지는 대로 맘에 안드는 대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산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누군가는 또 다수와는 다르게 한사코 그 틈을 메우고 싶고 완벽해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30년뒤의 약속을 하면서 그때 58세가 된다고 하는 걸 보면 아직 주인공들은 20대라는 뜻

그렇게 팔팔하고 피가 뜨거운 청춘일때는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뭔가 빈틈이 적을 때이고 한두개의 빈틈이라면 기어이 메우고 완성시키고 싶은 욕망이 더 클 수밖에 없겠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 빛나고 신나고 두근거리는 무언가를 찾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도뭐라고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런 저돌성에 상처받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렇게 뛰어들어야만 풀리는 사람들은 뛰어들어야 한다. 아무리 붙들고 익숙함 무미건조함의 가치를 이야기해도 알 수 없다.

 

세상에 식지 않은  사랑이 없다고 하고 오히려 그렇게 사랑이 식어서 무덤덤해지면서 깊어지는 정이 더 의미있다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마고가 혼자 탄 놀이기구는 더 이상 다이나믹하지고 신나지도 않다 그냥 어지러울 뿐이다.

어느순간 그 떨림 설레임이 멀미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서글프다.

 

봄날은 간다의  영악한 은수는 그걸 알았단다. 지금은 열병처럼 들떠서 서울과 강릉을  마치 집앞슈퍼가듯 달려가는 상우도 언젠가는 지루해지고 덤덤해질거라는 걸.. 그리고 은수도 마고처럼 그런것이 견디기 힘들었던것이 아닐까 왜냐면 이미 겪어봤으니까..

상우는 아직 열정이 식어서 덤덤해지고 무심해지는 걸 모르니까 아직도 저러는 거고

그 상우에게 아직도 어려서 다이나믹한 삶을 사랑을 찾는 모두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

 

영화 중간에 마고와 이웃 남자가 바에서 말로서 섹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 마고의 미묘한 표정

그리고 남자의 나즈막한 목소리

그 어떤 영화의 섹스씬보다 더 로멘틱하고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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