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에바는 잘못이 없다.

흔히 사람들이 특히나 남자들이 환상을 가지는 모성이라는 게 부족할 수는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이었고 그 임신으로 인해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뭔가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아이는 늘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전혀 사랑스럽지 않고 나만 미워한다는게 은연중에 드러난다.

 

캐빈이 나쁜 놈이란게 확실하다.

모성애가 부족해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탄생을 축복받지 못해서 ..

그런 이유들은 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릴때 학대받았다고 해서 누군가 나를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악마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구보다 풍족한 가정이었고 누구보다 지적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이고

나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맹목적인 아빠도 있고

차갑지만 나랑 친해지려고 전전긍긍하는 엄마도 있다.

뭐가 문제인가..

문제는 나 자신뿐이다.

 

어쩌면 캐빈이 정말 엄마를 좋아했다는 생각도 든다.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가지라서 캐빈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고 한게상황까지 끌고 가서 그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것

그 상대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세게 나올수록 쾌감을 느끼고 더욱 상대에게 끌리는

정말 그런 사이코패스이고 소시오 패스일 뿐이다.

아버지도 물론 그를 많이 사랑하고 맹목적으로 믿었지만 그건 재미가 없다.

내 눈치를 보고 나만 따르는 그런 지겨운 존재일 뿐이다.

에바가 남편과 이혼을 하고나면 아이들 양육은 당연히 나뉜다고 했다.

(그 남편과의 대화도중에 남편이 그랬다)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캐빈을 부담스러워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에베가 캐빈을 데려가라 리 없고 당연히 캐빈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캐빈에게는 더할수 없이 끔찍한 일이다.

자기의 계획과 행동에 아무런 반응없이 그저 예스맨일뿐이 아버지가 지리멸렬하고 하찮은 그 존재가 무슨 즐거움을 주고 짜릿한 긴장감을 줄것인가

사람이 누군가를 상대할때 상대가 내놓는 반응을 보고 행동의 더 커지거나 쾌감을 느낄때가 있다.

누군가를 협박하고 폭력을 휘두를때 순순히 따르고 아무말없이 당하는 사람보다 치고올라오면서 맞받아치고 저항하는 상대에게 더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더 관심이 가고 웃기게도 애정을 느끼는 놈도 있다.

어쩌면 캐빈도 그런 류인거 같다. 그런데 답답한 아버지와의 생활이라니..

어쩌면 거기서 캐빈의 분노가 폭발하고 가족에게까지 화살을 날린게 아닐까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고..

에바를 내가 독차지 하고 싶다는...

어쩌면 이런 면에서 캐빈은  은연중에 에바의 사랑을 갈구하는 나약한 소년의 모습도 가지고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에바는 결국 제자리에서 모든 것을 견디면서 엄마가 되어간다.

아들의 옷을 정리하고 침대를 정리하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젠가 캐빈이 돌아와 다시 둘만의 생활이 되기를 기대했을까

아니면 캐빈이 돌아온다는 자체가 너무나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땐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그 말은 한줄기 위안이 될 수도 있고 더한 어둠속으로 떨어지는 절망도 될 수 있겠다.

돌아나오는 에바는 마음에 헛헛했던걸까 아니면 한가닥 위로가 되었을까

그녀의 애매모호한 표정으로는 난 아무럿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견딜거라는 건 알거같다.

 

원작을 읽어봐야 하나 고민해야겠다.

 

사족   나의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투정을 부렸다.

          난 아이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모성도 부족하다고 늘입버릇처럼 말했다.

          어쩌면 아이의 이모나  나이많은 친구 노릇은 하겠지만 엄마라는 입장은 늘 어색하고 서툴렀다. 아이도 말했다. 다른 엄마랑은 좀 달라.. 날 딸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는 거 같아 악착같이 이기고 싶어하고 봐주는 것도 없고....

그래도 내가 엄마구나 싶은 감정을 느끼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두녀석을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하는 거라는 생각을 할때다.

아프거나 속상하거나 힘들거나 할때 내게 젤 먼저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것

내가 어떤  근사한 해겨랙을 내놓을 수는 없더라도

그냥 힘들때 생각나고 채근대고 싶은 사람이 나였으면 하는 것

귀찮고 힘들다고 툴툴거릴게 뻔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우쭐대고 싶은 마음도 들거다

거봐.... 나밖에 더 있어.. 내가 엄만데...

 

내가 보기에 에바 당신은  꽤 괜찮고 근사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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