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석간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문학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유명한 일본작가의 책을 다 섭렵하는 건 아니고 간혹 손이 가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골라 읽는 편이지만 일단 미스테리나 추리물은 일본을 따라갈만한게 없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들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일본 소설만한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디테일이 조금 유치하기도 하고 쑥스러워한다고 해야할까 머뭇거린다고 해야할까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사건으로 파고든다거나 하는 건 유치하게도 하지만

그래도 스쳐지나갔던 일상 .. 어! 나도 이런 경험있는데 .... 이런 생각한 적 있는데 하는 소소한 공감을 일으키는 건 주로 일본 소설을 읽었을때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첨 읽었던 건  우연히 동네에 오던 이동도서에서 아무 생각없이 쓰윽 골라 읽었는데

첨엔 그냥 심심풀이로 읽던 것이 어느 순간 마음이 쑥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일 와 닿았던건 철봉 하나님..

아빠와 딸이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친밀할 수도 있고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서먹하고 데면데면할 수 있는 관계가 잘 나타나있다.

이야기속 요오코의 나이무렵부터 아빠가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에 따라 아빠와 딸의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거나 가장 어색한 관계가 된다.

우리네 정서상 나도 역시 어색하고 데면한 부녀관계를 가지고 있고 누가 내딸 아니랠까봐 내 딸들과 내 남편의 관계도 그렇다.

아이들이 여자아이 치고 애교가 없고 무심한 성격도 한몫하지만 아빠쪽도 간 쓸개 다 빼놓고 딸이라면 껌뻑죽는 딸바보노릇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 스타일이라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그렇게 무심하고 있는듯 마는 듯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친하지 않고 미워하기도 하고 부끄럼까지도 느끼게 하는 아버지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큰 바위처럼 든든하고 믿음직핝 나만아는 종자돈같은... 그런 면도 있다.

내 딸들도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해 그 정도의 믿음과 신뢰는 있었으면 한다.

책속의 아버지도 딸에게 곰살맞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속에 한없는 애정과 공감을 가지고 있다.

동생이 태어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를 보면서 어찌 할 수 없는 안타까움.. 아빠로서바쁘고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느라 지쳐 미쳐 돌보지 못함을 후회하고 미안해하면서도 관심을 보인다.

엄마가 해줄수는 없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

여기서는 철봉을 도는 것을 아빠가 도와주면서 아빠와 딸은 가까워지고

아빠는 예전 자신의 새아빠에게 고마움을 다시 느낀다.

이야기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이가 외로워할때는 부모도 외로운 법이다. 겨우 그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다"

 

부모에게 서운하고 화나는 마음.. 그걸 부모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 못하는 것 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은 부모에게도 있다.

아이를 키우니 그걸 알겠다. 예전 내가 속상해하고 형제들과 비교하며 엄마의 아빠의 사랑을 눈금하나하나 체크하며 저울질 하던 것들을 떠울린다.

그때 그렇게 공평치못한 사랑을 주던 부모도 힘들었을것이다.

지금 내가 그런것처럼.. 나중에 내 아이도 자식이 생기면 그걸 알까...

이 부녀가 자라서 어쩌면 감귤게 아빠의 부녀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찌어찌 부녀사이가 왠만해져서 좋아지다가도 단신부임이나 바쁜 직장일로 함께 할 시간이 없어지고 그게 익숙해지고 그 사이에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 또다시 데면데면하면서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더 부담이고 힘들어질 수도 있다.

떨어져 있다는 것이 익숙해진다는 건 참 불행한 일이다.

특히 그들 사이가 가족이라면 더 그렇다.

 

그밖에 12달에 맞게 어울리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다.

카네이션도 쓸쓸하고 애잔하면서도 따뜻했고 산타클로스 이야기도 그랬다.

서로가 익숙하고 가까워서 부담스러운 사이

세상에 가족만한게 있을까. 한없이 기대고 싶은 것이 가족이면서 그 앞에서만은 든든하고 좋은 모습만 보고 보이고 싶어 하는것도 가족이다.

나중에 아이에게 남편에게도 읽어보라고 하면 어떻게 느낄까...

가족이 부담이었던 경험이 있다면 ...

가족이 나를 구속한다고 가장 내가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느낄때가 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위로가 되기를...

 

그래서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내가 아무런 망설임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던 일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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