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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온 편지
펄 벅 지음, 오영수 옮김 / 지성문화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공부 모임에서 대지를 다시 읽으면서 펄벅이라는 개인에게 관심이 갔다.
그래서 택한것이 한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기...
대지 2부라고 할수 있는 아들들을 읽기 전에 읽은 책 북경에서 온 편지
참 서정적이고 고전적이며 잔잔한 아름다움이 있다.
내가 조금 더 젊었더라면 아마 이 책을 이해못했을거 같다
엘리자베스의 입장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책조차 지겨워서 다 읽지 못햇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게 옳은건지 그른건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이해안될 일들은 없다는 것
물론 그 일들이 나와 이해관계가 얽힌다면 또 다른 문제이지만
어떤 상황도 어떤 사람도 이해못할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펄벅은 미국작가이지만 자꾸 중국작가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녀의 작품들이 중국을 배경으로 한것이 대부분이고 그녀의 삶도 중국과 관계있으니 어쩔 수 없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에서도 중국문학에서 열심히 찾았으니까..
책은 조금 단조롭지만 아름다운 문체로 시작된다.
단정하고 조용하지만 내면에 열정을 가진 엘리자베스는 중국계 혼혈인 남편 제럴드와 헤어져 미국에 와서 아들과 살고 있다. 그러나 남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변함이 없고 언젠가 가족들이 만날거라고 믿고 있지만 남편의 마지막 편지에서 그 기대를 놓아야 한다.
정확한 역사는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정부가 바뀌고 공산당 체제가 서구의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단절하던 그 시대라 아마 중국과 미국의 수교도 끊어진 시기였던거 같다.
단지 중국인 남편이 있고 중국인 아버지가 있고 내 몸에 중국인 피가 흐른다는 것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거나 터부시 되는 시절 그때 엘리자베스의 아들 데니가 가졌을 갈등도 충분히 이해된다.
중국에서도 이방인이었고 내 조국이라고 믿었던 미국에서도 이방인인 입장이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지...
여주인공속에 펄벅 여사가 들어있어서 중국에 대한 무하한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면서도 세상이 바뀌고 달라져 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도 내비치고 있다.
왜 남편이 미국인을 포기하고 중국에 남았는지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실마리가 보인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남편 그리고 미국인이 될것같은 자식을 보면서 조금씩 혁명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다가 총살당한 여인
그 여인의 피가 흐르는 아들은 결국 중국을 택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안정을 위해 가족은 미국으롤 보낸다. 그리고 중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 속에 있는 또다른 미국적인 사고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는 죽는다.
다 읽고 느낀점
중국의 역사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이란 건 어떤 것인가. 그리고 두 개의 대립되는 세상에서 잉태된 아이들의 갈등은 어떤것인지.. 손에 잡힐듯 말듯 이해된다.
지금도 이런 일들은 계속되지 않나?
베트남에 수많이 뿌려진 미국인 혼혈들 한국인 혼혈들
그리고 그전 우리나라에 남겨진 미군의 혼혈들
그들이 가지는 정체성의 문제는 펄벅 시대부터 이미 존재 했었고 여사는 그때부터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인 듯한 느낌들
그리고 내 남편이 중국에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들
주위사람들의 수군거림등등
그때의 문제들은 지금도 존재한단
이 이야기는 대지와는 달리 참 로맨틱한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제럴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도 그러하고
사랑하였으므로 이질적인 상대의 모습도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고
중국에서 제럴드의 두번째 부인이 되는 매연의 이야기도 참 에처롭다.
이미 격렬하고 불꽃같은 시절은 지났지만
아직도 그 재속에 남아 있는 불씨만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은은한 사랑이 이 책에 있다.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엘리자베스의 단정하고 담담한 문체가 오히려 그녀의 슬픔을 외로움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자꾸 그녀와 펄벅이 오버랩되는 건 나의 오지랍인지도 모르겟지만/..
원서로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