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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도서관에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누군가가 읽다가 내버려둔 책을 집어들었다.
짧은 글들
내밀한 일기같은 일상들 생각들
아무 생각없이 집어온 책
바로 "보통의 존재들"
도서관 책이 그렇듯이 표지가 없어서 작가가 누구인지 (이름은 알지만)뭔지도 모른채 읽기 시작
초반 몇몇 글들은 거슬렸다.
지독히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자구나
그게 아마 결혼에 대한 글이었을것이고 자기 엄마에 대한 글이었던거 같다
결혼을 했고 나도 이미 누군가의 엄마라서 더 찔려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 남자 지독히 자기합리화가 심하고 세상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하는군
나쁜 놈일쎄
그렇게 내버려두다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중 그냥 몇장 뒤적이다 다시 반납한 책들중 하나가 될거같았다)
다시 읽어본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옥수수를 이곳저곳 이빨로 물어뜯어먹듯이 대충대충 펼쳐지는대로 읽다가 또 아무데나 펴서 읽고
이 남자 상처가 많구나
힘들었겠구나
뭐 그렇다고 자기합리화가 면죄되는건 아니지만 그럴수는 있겠구나
세상에 이해못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떤 사람의 어떤 행동도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객관화 시켜 이해되는 것들도 그것이 나랑 연관이 되거나 이해관계로 얽혀버릴때
아니면 내개 감정소모를 요구할때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고
이해할수도 아니 이해해주기도 싫은 경우가 있다.
나는 지금 가까이 있는 누군가는 이해 못하고
첨부터 마뜩치 않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서 그를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내밀하게 일기처럼 끄적인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일상이 빛바래고 누추하고 흐물흐물 볼품없는 것들이 내것과도 다르지 않아서
깊이깊이 슬프고 아파서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꿈이 없다는 것에 대한 변명같은 글들
누구나 꿈을 꾸라고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글들
모녀지간보다 더 세밀하게 얽혀서 상처를 주고받는 모자지간을 보면서
그의 영어 학습법에 내심 감탄하면서
그렇게 그를 이해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 다시 잊혀지겠지만
지금 읽는 동안은 진지하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일상을 내가 깊이깊이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