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하고 말이 많긴했다.

여고생과의 섹스신이 과연 타당하고 정당한가..

뭔가 야하고 음흉한 뭔가를 원했던 사람들은 다들 실망하고 돌아섰다는 말도 있고

기대하지 않고 보고는 감동하고 뭔가 뭉클했다는 말도 있고

일단 내가 보고 판단하자.

 

초반 내내 왜 하필 박해일이 노인분장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노년의 배우를 쓰지는 않더라도 조금 더 나이 든 배우를 노역으로 분장시켜도 되지 않았을까

아직은 젊은 박해일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왠지 이적요가 어색하기만 했다.

차라리 한석규를 노역으로 했더나면 그것도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고 이적요가 은교를 보면서 알 수 없는 떨림  설레임을 느끼고 상상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직 청년의 모습이 아니 어쩌면 덜 성숙한 소년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박해일이 더

어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육체적으로 나이를 먹어서 늙어버렸지만 아직 불안하고 순수한 청년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적요에게 박해일을 딱이었다.

그가 은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끈적이지 않았고 그냥 나이만 들었을 뿐 누구나 가지는 사랑에 빠지고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약 정말 이적요 나이의 배우가 했더라면 미안하지만 조금 추해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은교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은교의 거울을 주워주기위해 위험한 벼랑으로 걸어가고 교복을 말려주는 모습이 참 순수하고 보기 좋았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모든것이 변하는 건 아니다.

몸이 늙는다고 해서 생각이 마음이 함께 나이먹어가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적요가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도 소녀를 보면 마음이 설레고 좋아하는 소녀를 위해서 치기어린 영웅심리를 내보이기도 하고 그녀가 해주는 건 뭐든 맛있고 좋고 그리고 쉽게 마음을 보일 수 없어서 그 모든 열정을 소설에 쏟아부어 버리는 것 

어쩌면 이적요는 순수하고 치기어린 청년과 함께 배려심있고 나이든 노년이 함께 보기좋게 공존하는 인물인거같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적절하고 추악한 욕정이라고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끼리는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울 수 없는 관계를 묘사한걸 보면 알 수 있다.

은교도 소설을 읽고 자기가 그렇게 에쁜지 몰랐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적요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그 소설에 모두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제삼자인 정지우의 눈에만 그렇게 추악하고 더럽게 보이는 것이다.

그냥 세상사람의 눈으로 노인이 주책맞고 추잡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그치는 것이었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왜 은교가 정지우에게 끌렸을까 내내 의문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은교도 이적요에게 뭐랄까 사랑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인간적인 끌림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다정하고 자상한 할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힐끗보면서 얼굴을 붉히는 조금은 엉뚱하고 귀여운 구석도 있는 할아버지라는 건 알았을 것이다.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것도 알고

성공한 소설가라는 레벨에 정지우에게 끌렸나?

아니면 젊다는 것?

왜 그 겨울밤 은교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정지우와 섹스를 했는지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관계를 보면서 그리고 그 사이 그 말많았던 대사를 보면서 참 의아해샛다.

아직 불안정하고 모든 것이 서툰 젊음이라 잠시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이해하더라고 은교의 그 행동은 좀 그랬다.

그러나 결국  본인들만 아는 공기의 미묘한 떨림 습기 그런것들을 나중에 깨닫게 되고 그건 누가 말해준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라고..

결국 치기어리고 감정의 소용돌이 그 속에서 내가 함께 휘몰아칠때 알 수 없었던 그런것들이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다시 곱씹어야 알게 되고 보이는 것  그런 은교의 뒤늦은 깨달음도 참 슬펐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제목은 은교이지만 어쩌면 주인공은 은교가 아니라 이적요인거같았다.

세사람의 중심에 있는 것이 은교가 아니라 이적요이고 정지우와 은교가 양쪽에서 이적요를 자신으로 끌어당기려는 힘겨루기가 아닐까

정지우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같고 존경하고 흠모하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이적요에게 오직 자신만이 다가가 밥하고 빨래하고 뒷바라지 하면서 받들었는데 은교가 나타가 이적요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알수 없는 질투

좀 유치하게 표현하지만 그동안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동생이 태어났을때 모두의 관심이 거기에 모여들고 게다가 동생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고 그럴때 느끼는 유치하지만 처절한 질투가 정지우에게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욕망은 있으나 실력이 없는 정지우는 이적요가 늘 흠모의 대상이면서 질투의 대상이었는데 그 적나라한 내면이 은교가 나타나면서 점점 드러났던게 아니었을까

이적요의 작품을 가지고 은교를 가지고 그러므로서 이적요를 무너뜨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아직은 어리고 물정모르는 은교는 그 사이에서 그렇게 엉뚱하게 본의아니게 줄타기를 하고 상처를 입히고

젊음과 나이듬

내가 가질 수 없는 재능에 대한 질투

젊음에 대한 질투

이적요나 정지우는 서로 자기가 가진것보다 상대가 가진 것에 더 집착하면서 싸움을 했던거 같다.

 

 별이 다르다는 걸 알아보는 감수성

연필이 슬프다는 것 발뒤꿈치가 슬프다는 걸 알고 있는 감수성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이적요가 쓸쓸하게 은교에게 인사할때 눈물도 나싸.

그렇게 내 청춘이 뒤늦게 마감했음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꽤 괜찮은 영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희망 2012-05-1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망이라는 것 그것이 클수록 절망도 깊은 것이다.
욕망은 나이를 먹는다고 많이 가졌다고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