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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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었고... 그리고 영화도 봤고... 그리고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그때 등장인물의 목소리 말투로 귓가에 생생하게 음성지원이 되면서 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실실 웃으면서 그렇게 책장을 넘겼다.

다시 읽어보니 의외로 꽤 호흡이 빠른 문장이다.

어쩌면 영화와 겹치면서 그 주인공들의 말투로 읽혀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짧고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대사들을 따라가기가 재미나면서도 숨가쁘다.

누구하나 절대 말로는 지질 않는다.

똥주는 당연하고 완득이 마저 드러난 대사는 없지만 속으로 계속 읊조려대는 독백들 궁시렁대는 말들이 똥주에게 지지 않고 계속 흘러나온다.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완득이는 참 착한 학생이다. 절대 동네 양아치나 싸움꾼이 아니라 속이 깊고 배려심도 많고 조금은 소심한 구석도 있는 선하고 좋은 학생이다.

아버지의 장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비웃음이 섞인 시선을 견뎌내기 위해 싸움꾼이 된것 뿐이고 남들이 그렇다고 규정해버리고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그냥 견디는 것 뿐이었다.

사실 자라오면서 제대로 배운 싸움기술때문에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성질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저항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혼자 견딜 뿐이다. 그것이 받아들이는 쪽에서 반항처럼 보이고 고집이나 싸움꾼처럼 보일 뿐이지 자체는 그냥 소심하고 불안한 청소년일 뿐이다.

아닌 척하는 것이 더 애처러워 보이는

그것을 알아본 사람이 바로 똥주 아니었을까...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속으로 파고 들기만 하는 완득이를 세상속으로 꺼집어 내고 맞서게 하고 홀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치료의 가장 시작이 되는 것이 자신이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를 알아야 치료방법을 알아보게 되고 아픈 부위를 도려내든 감싸든 방법이 나오는 법이다.

그렇게 똥주는 완득이의 상처를 헤집어내면서 그것을 아물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자꾸 완득이와 삐걱대는 거고...둘은 그렇게 원쑤처럼 으르렁거리면서도  서로를 이해한다.

 

영화를 본 후여서 일까 첨에 읽었을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혁주가 참 사람스럽다. 늘 완득이에게 당하면서도 꼴통처럼 계속 달라붙고 치근거리는게 밉지 않다. 어쩌면 혁주도 완득이 만큼이나 자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소년인지 모른다. 그래서 자꾸 윤하나 완득이한데 치근대고 약올리나 보다. 번번히 당하는 줄 알면서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잊어 버리고 그렇게 상처받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보호막을 가진 아이...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두 아이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함꼐 라면을 먹으며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속에 완득이가 똥주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을 보고 내 전부를 안다고 떠들어 대는 똥주 외국인 노동자들이랑 함께 생활을 좀 했다고 해서 그들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똥주...

어쩌면 똥주가 불편했던게 나는 너의 상처를 알아.. 나는 너의 아픔을 알지.. 하면서 다가와 상처나 아픔은 스스로 치유하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해... 하는둥 조언하는 척하면서 더 상처를 들쑤시는 사람이 있다.

악한 의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선한 의도가 타인의 상처를 더 깊게 한다는 걸 모르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할까..

동주는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순수하다. 그래서 거부당해도 자꾸 다가가고 그 상처를 헤집으면서도 중간에 물러나지 않게 끝까지 함께 하려고 한다. 그래서 완득이 마음이 풀어져가는 거고..

 

어쩌면 나도 어설픈 똥주처럼 난 모든 걸 알아. 하는 오만으로 남의 상처를 들쑤시지 않았나 싶은 뜨끔함이 그 대목에서 들었다.

 

완득이를 영화로 보면서 책으로 다시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완득이들이 혁주들이 윤하들이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도 충분히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다. 그래도 아직 순수함을 가지고 살아가려는데 세상이 더 험해져서 더 흔들려서 이들이 함께 흔들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버티는 아이들이 더 나빠지게 되는 건 어쩌면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잘못일테니까...

완득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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