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둘째.. (아직 초2다)
책읽는 게 너무 싫고 도서관 좋아하는 지 언니 절대 이해 안되고.. 외할머니가 푸념삼아 책많이 읽고 똑똑한 것들이 잘난척 하면서 세상 다 말아먹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자기는 그저 착하게 책읽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주장인데..
우연히 밥먹다가 지금 고3인 이종사촌언니 이야기가 나와서 초등학교를 마치면 중학교를 가고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을 가는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 당연히 가는 거고 고등학교는 의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기본적인 교양과 상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려면 고등학교는 나와야 하고 대학은 공부를 못하거나 공부에 뜻이 없다면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랬더니 한참을 고민하더니 자기는 대학교는 안가겠단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자신이 없고 꼭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될거 같아서...
그땐 그말을 그냥 웃으며 흘려들었다. 한때는 똘똘한 친구랑 몇번 놀더니 자기는 그 친구따라 하버드 대학을 가겠다길래,, 그 대학은 미국에 있고 거기 갈려면 영어도 잘 해야한다니까.. 그럼 하버드는 그만두고 서울대학"이나" 가겠단다 (그친구가 하버드니 서울대니 그런말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며칠뒤 허물없는 아이친구 엄마들을 만나 웃으면서 그얘길 했다,
"우리 *빈이는 대학을 안가겠대"
그랬더니 반응들이
"우린 고졸 며느리는 좀 그런데... (한때 이집 아들내미랑 우리딸이 결혼할거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세상에 살려면 대학은 나와야지 않아? 고등학교만 나오면 스스로 자격지심도 있을거고 살아가는데 많은 핸디캡도 있고..."
웃자고 한 소리에 심각한 답들이 달린다. 그렇다고 이 모임이 다들 아이들 교육에 극성인 엄마들도 아니다. 아이들 벌써부터 공부공부하면 얼마나 힘드냐 왠만하면 놀리자... 조금이라도 덜 시키자 하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인데.. 그래도 마음속으로 마지노선으로 그어놓은 것이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거였다.
나도 내 아이는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 공부를 잘 해서 **엄마는 좋겠어요. 어쩜 저렇게 애가 똑 소리나게 잘 해요? 비결이 뭔가요? 하는 그런 인사치레말을 듣고 싶은 속물엄마다.
그게 아니라면 무던히 잘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아이였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2호선 라인의 대학에 괜찮은 과에 들어가고 나와서 남들이 다 아는 곳에 취직을 하거나 전문직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고 그런 직장과 생활이 아이를 즐겁게 기쁘게 하는 거였으면 좋겠고 나아가 이 사회에 해악이 되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등등등 그런 소망이 있지만
내 아이라고 내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사실 세상에 어떤 아이도 학생도 공부도 못하고 욕듣고 비난을 듣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을것이다. 그런 어른이 없는것처럼
다들 잘 하고 싶고 뛰어나고 싶지만 그 분야가 공부가 아닐 수도 있고 다른 기술일 수도 있고 어른들의 눈에는 하찮고 어이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거라서 하고 싶은 아이도 있을거다.
또 내가 무얼 잘 하는지 하고 싶은 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사실 어른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내가 무얼 하고 싶은 지 잘 하고 싶었는지 언제 알았는지.. 사실 40이 넘은 지금도 내가 가장 잘하는게 뭔지 지금 하고 싶은게 뭔지 잘 모르겠다.
세상에 아이들이 다양하면 좋겠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 공부를 잘 하고 싶어하는 아이
공부는 죽어도 싫은 아이 다른 관심사에 더 몰두 하는 아이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 빈둥거리면서 생각이 많은 아이
끄적거리고 밍기적 거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 보는 걸 좋아하는 아이..
그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길로 가는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모두가 한방향으로 한쪽을 향해 전력질주해야하는 건 그건 무슨 소시지공장도 아니고....
다만 부모로서 내 아이가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도 인정해줘야 한다.
밍기적 거리고 아직 아무런 꿈도 없고 도데체 머리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녀석이 내 자식이라고 내 눈앞에서 알짱거려도 그 아이를 기다릴 줄 알아야겠지...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공부는 해야하지 않을까.. 가 아니라.
그러나끼 요리를 하고 싶고 그러니까 춤을 추고 싶고 그러니까 게으르고 싶은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어른들도 많아지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