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은 참 근사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책들이 빽빽하게 꽂힌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책냄새를 맡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다.  

도서관이란 곳을 첨 간 게 부끄럽게도 대학에 들어가서다. 그전에 서점은 갔지만 도서관이란 곳은 책을 보는 곳이 아니라 공부를 하려고 새벽부터 자리를 잡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곳 정도로만 알았고 이용한 적도 없었다.  

대학에 와서 대학 도서관이란 곳에서 서가를 거닐면서 내가 꽤 멋지고 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주로 시험공부때문에 간게 대부분이지만 간혹 공강이나 혼자 있는 시간에 도서관 5층 열람실 안에서 사람이 없는 서가 사이를 걸어가다가 서가사이에서 교정을 내랴다 보곤 했다. 특히 비가 오고 시험이 끝나서 도서관에 사람이 뜸해지는 오후 5시 무렵 거의 비어있는 서가 사이에서 비오는 교정을 내려다 보면 세상에 나와 책만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렇게 이 속에 숨어서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혼자 숨어서 무엇을 하거나 혼자 울어버리기에 그렇게 인적없는 서가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간혹 공부하러 간 국립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치면 책을 보러 서가에 들어가 이것저것 보기도 했던게 전부였다가 결혼을 하면서 아이책을 빌리러 용산 도서관 남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 학교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학교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낡은책들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먼지냄새 세월의 냄새 그리고 조금은 삭아버린 종이 냄새들이 뒤섞인 그 냄새가 이상하게 좋았다. 누렇게 바랜 책들 군데군데 낡아서 테이프롤 고정한 책들은 그 책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보여준다. 반질거리는 새책도 좋았지만 네 귀퉁이가 조금은 낡고 간혹 책갈피에 음식자국도 묻어있는 몇몇 군데 접힌 곳도 있고 간혹 밑줄 그은 부분도 있는 책들이 나는 좋았다.  

맑은 날에 도서관에 가자... 이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에서 느낀 그런 느낌들이 냄새들이 함께 따라다녔다. 책에는 다섯가지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주인공 시오리는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여학생이다. 시오리와 도서관 사서인 이종사촌언니 시오리가 도서관에서 생기는 소소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이야기 다섯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조금 담백하고 일상적이라 어쩌면 더 도서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거 같다, 엄마따라 도서관에 온 여자 아이이야기 50년동안 반납하지 않은 도서관 책. 반납함에 들어간 강물로 책이 상해버린 사건  도서관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는 행방불명된 책들 그리고 도서관 행사에서 만난 아버지 이야기   단순하고 따분할거같은 도서관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의외로 도서관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작가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게 도서관의 구석구석이 잘 묘사되어 있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따뜻하게 묘사되어있다. 간혹 도서관 홍보같기도 하고 도서관 이용수칙같은 대사들도 보이지만 그런게 전혀 걸리지 않는다. 도서관이란 그런 곳이라고 누구나 와서 책을 볼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쉬어갈 수도 있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도서관이란 곳이 책을 만나면서 혹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내가 보는 세상을 더 넓게 볼 수도 있고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일본 소설들을 읽다보면 느끼는 건데 이야기 자체가 큰 사건이 아니고 그냥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건들이지만 그것을 아주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살피면서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쪄면 시시하고 재미없는 거라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을 자세히 살피면서 그 소소함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거나 아하...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도 내용면에서는 확 끌만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고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고 내가 가진 도서관에 대한 기억들을 들추어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별거 아니고 소소한 이야기들  따분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어쩌면 책에 대한  도서관에 대한 나와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한다.   

도서관에 가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 도서관 직원중 친척 (혹은 가족)이 있다는 것 도서관에 다니면서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일하는 엄마를 두어 늘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 소녀라는 것 그런것들이 나랑 딸이 좋아하는 에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과 많이 닮아있어서 더 좋았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는 딸에게 사주었고 그딸이 읽고 다시 내게 권해 사놓고 한참만에야 읽는다. 아 도서관엘 가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희망 2011-10-1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오늘 읽은 책 두권이 모두 도서관이 나온다. 사서가 주인공이거나 도서관 사서가 친척이거나.. 어쨌든 주인공들은 도서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조금씩 세상으로 나가면서 성장한다는 것까지 닮은 꼴이구나.. 나는 두권의 책을 읽어치우고 얼마나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