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늙었나? 맥주를 마시면 울고 싶다. 

예전에 정말 싫은 사람이 술먹고 우는 사람이었다 차라리 깽판을 치는 사람이 낫지 훌쩍 훌쩍 우는 사람 정말 싫었다. 

mbc문화원 다닐때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그때가 아마 첨으로 술을 독하게 버티면서 마시던 시기었다 담배도 피웠었다. 비록 뻐끔버리는 단계에서 끝이었지만... 그때는 젊었고 뭘 몰랐고 우만했고 세상이 우스웠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정오에 만나서 반주삼이 또 소주를 마셨다.  

그때 술을 먹고 무엇때문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맥주병을 깨서 들고 다 덤벼~했던 어떤 여자애가 생각난다. 그애는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그때 그렇게 소주를 마시고 나왔더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그때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 끼어서 삼청동에 첨 갔다 그땐 음주운전이 문제시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겁도 없어서 술먹고 운전하는 어린 놈의 차를 타고 삼청동에 가서 수제비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수제비는 정말 맛있었다.  

글을 쓴다고 모였는데 어린 여자애한테 혼자 상처받고 질투하고 그랬다. 내가 쓴 글을 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속물이라고 욕도 들었고 내가 쓴 글이 방송되면서 여러가지 수군그림도 들었다. 그때 조금 비굴하고 현실을 알았다면 남이야 뭐라도 어떤 과정이든 그렇게 잡은 기회를 악착같이 잡지 않았을까... 현실을 그렇다. 점점 삭막해진다. 사는게 참 팍팍하고 건조하다 

세상은 가끔 뒤집어지고 변이되고 전복되어야 하는것이 아닐까. 아래에 고여있던 것이 위로 올라가서 둥둥 뜰 수도 있는 것이고 위에서 떠다니는 것들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이드롭처럼 청룡열차처럼 뒤집어지고 떨어지고 올라가고 그런 다이나막함이 없다. 지금은.... 

그때 문화원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은 글을 쓰고 살까? 담배를 물고 초연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던 그때 서른이었던 언니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취직을 위해 전전긍긍긍하면서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보이던 사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신천동에서 그때 마셨던 술병들 딸랑 짬뽕 국물하나 놓고 빈병만 늘어가던 소주병들... 설렁탕을 앞에놓고 일어난지 2시간도 안된 시간에 환한 햇살아래 마시던 맑간 소주들 

그때는 그렇게 마시는 일이 버티는 일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그렇게 버티고 싶었다. 술에 취해서 흔들거리는 걸 보이는 게 싫었고 집에서 변기를 부여앉고 기절을 하더라고 그때는 그렇게 소주잔을 세지않고 부어넣고 싶었다. 절망적이었고 동시에 희망적이었다. 내가 너무 구질구질하면서도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가진게 많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미쳤었나보다. 

그렇게 버티면서 술을 마시던 20대 중반의 나는 참 예뻤던거 같다. 어쨌든...  

그리고 답동때도 술을 많이 마셨다. 한때 매실주를 열두병까지 세어본적도있었다. 물론 그때 세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가 있었고 그당시는 참 쓸쓸했다. 불안했다. 아마 20대 후반이었다. 그때가 아름다운 시절인지 그때는 몰랐다. 그리고 연애를 했고 그때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술을 마실때 정말 긴장하고 마신다 남들은 잘마신다. 보통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때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술을 마시는지.. 술잘을 비워내는지 아무도 모를거다. 나중에 기절을 하던 피자를 한두판 만들든 어쨌든 나는 긴장하고 전투를 앞둔 사람처럼 술을 마신다. 그렇세 소주잔을 비우고 맥주잔을 비웠다.  

마시면 마실 수록 허전하고 우울하고 슬펐다. 

그리고 지금은 정말 찌질하게 눈물이 난다. 아이들이 술을 마시는 엄마를 싫어하겠지만.. 하긴 나는 술을  마시는 엄마를 가져본 적이 없어 아이들이 어떻게 볼지 잘 모르겠다. 좋지는 않을거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다고 혼자 변명한다. 마시지 않으면 잘 수 없다고.. 이젠 누군가 함께 하는 술자리보다 혼자하는 술이 더 좋다. 알콜중독이 지름길인지도 모르겠다.  

사는 건 어쨌든 혼자다. 혼자가 싫어서 둘이 될 수는 없다. 혼자서도 뭐든 할 자신이 있을때 살아갈 자신이 있을때 둘이 되는 것이다. 언제든 혼자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을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그래야 했다. 

나와 술... 고등학교때 마셨던 빛깔 고운 칵테일들 

대학교때 마셨던 막걸리 소주 맥주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셨던 소주 맥주 막걸리 폭탄주 양주 

결혼하고 혼자 마시는 맥주들/ 

술이 부르는 담배 담배가 부르는 술...   술이 부르는 눈물..화. 허무함 쓸쓸함... 

혼자 훌쩍 떠나고 싶다. 그냥 혼자서...이렇게 살다가 미쳐버릴까봐.. 내가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데, 내가 미쳐버려서 상처받을 사람들이 있을까 그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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