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도심에서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성곡미술관에서 차를 마시고 거닐다.  

성곡미술관이 참 좋았다.  

예전에 아이들 어렸을때 갔을 때도 좋았고 이제 아이들 떼놓고 가는 것도 좋았다.  

그 유명한 신정아가 있었던 곳이고 그때는 몰랐는데 그가 기획했던 전시를 많이 보러 갔었던 곳  

미술관 가운데 카페의 커피도 맛있고 지금은 없어졌는데 그때는 호투파이도 팔았었는데 그게 금방 떨어지는 거라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었는데 참 정감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뚝뚝 떨어져서 다소 덥다고 생각되는 날이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았다. 

동행도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느긋하게 성곡미술관 카페에서 햇빛받고 있는 거.  그거 참 좋아하는 건데.. 

이번 여름은 비가 많아서 그런지 햇살만 보면 그게 뜨겁든 말든 참 반갑다. 서양에서 해만 나면 훌러덩 벗고 해를 즐기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 거같다고나 할까... 다만 오늘따라 미술관 카페에 넥타이부대 아저씨들이 많아서 여자들끼리의 수다는 조금 눈치가 보였다. 아저씨들도 이런데서 차를 마시는 구나... 사실 어디서 마시건 둘러앉아 여자들 못지 않는 수다를 떨다가 나가셨지만 그래도 길가 아무 커피전문점말고 이렇게 미술관 정원에 앉아서 햇살과 나무와 풀을 즐기며 마시는 커피가 더 운치있지 않을까 

언젠가 비가 오는 날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면서 진한 커피한잔 마시면 어떨까 싶다, 내게 그런 여유가 빨리 찾아오면 좋겠구나 싶고,,,, 

각설하고 

한때 이근처에 살고 싶었다, 돈이 있으면 주위 주상복합 괜찮은 평수에 집을 마련하고 아이는 덕수초등학교에 다니고 사교육은 어디로 갈지 그런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면서 평일에도 덕수궁 경희궁을 산책하고 역사박물관을 놀이터 삼아 다니다가 조금 멀리 사직 어린이 도서관까지 걸어가는 여유있는 삶,,, 저녁 도심에서 일하던 직장인들이 다 퇴근하고 텅빈 도심에 우리들만 주인이 되어서 검고 텅 빈 거리를 쓸쓸하게 산책하거나 창밖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여유있게 바라보거나 그러면서 살고 싶었다 언젠가 그렇게 살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에 대한 수다를 떨고 사교육을 위해 강남을 가느니 중계동을 가느니 하는 말 대신 조금 느리게 키우고 근처 중학교를 보내고 이화여고를 보내고 그렇게 사대문 안에서 성장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았다. 어짜피 서울에 산다는 건 아스팔트위에서 조금은 삭막하고 깍쟁이처럼 살아야 하는 거라면 차라리 진짜 서울 안에서 고궁의 사계절도 느끼고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며 경각심도 키우면서 도심속 맛있는집들도 찾아다니며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았다.,  

그런데 이제 그런건 다.. 꿈이네. 시작했으면 모를까 이미 다른 곳에서 둥지를 틀었는데 그렇게 아이 키우기 힘든 도심으로 들어가는 것도 겁나고 그럴 경제력도 없고 나이를 먹으니 도심은 간혹 나와야 우와~하면서 감탄하고 좋아하지 매일 사는 건 너무 외로울거 같다,  

그냥 혼자 비오는 날 성곡에서 전시회를 보고 4층 꼭대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내려다보고 건너 교보문고를 산책하는 정도로 만족하고싶다 

서울 한가운데 그곳은 내가 서울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매혹의 장소였고 판도라상자처럼 살고 싶으면서도 가까이 하기 조금은 두려운 그런 곳으로 아직 남아있다 햇살 좋은 날 광화문 한가운데서 아직도 나는 스무살 갓 서울에 올라온 어리버리 촌년처럼 그렇게 그곳을 그리워하고 혼자 사모하고 지쳐가면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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