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란 할게 못된다. 죽은 사람은 죽으면 그만이다. 아직 죽은 이후 세계를 알 수 없으니 죽으면 얼마나 고통이 따를지 아니면 모든 것이 끝이 날지는 모르지만 산사람은 ,,, 일단 죽은 사람을 신고 해야지 장례를 치러야지 죽은 곳에 따라서 여러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어야지 만약 집에서 죽었다면 집값도 떨어질 거고 남은 자들 중에 미성년이 있다면 그들의 마음에 앉아버린 상처 그 트라우마는 어찌할 것이며 남은 가족의 상처와 기억 죄책감들을 어떻게 할것인가.. 돈도 들고 상처도 남고 이웃에게도 쪽팔리고,  

게다가 죽는 방법도 고르기 쉽지 않다. 나 스스로 상처를 내는 건 무서워서 못하겠고 차에 뛰어들거나 하는 건 누군가에게 죄짓는 일이니 할 수 없고 여관이나 어디 가서 죽어버리는건 그 장소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같고 약을 구하기도 힘들고 내 몸에 피를 보는 것도 무섭고 목을 매자니 나중에 혀바닥이 그렇게 나온다는게 그것도 쪽팔리고.. 아.. 자살돋 보통 정신으로는 할 수없는 일이다. 이미 그 길을 떠난 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사실 가스를 틀고 죽는게 젤 낫겠다 싶었다. 술을 잔뜩 먹고 취한 상태로 가스를 열고 잔다면 고통없이 가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혼자 있을때 일이지 주변에 누군가 함께 있다면 자살과 동시에 살인까지 하는 셈이다. 그래서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목을 맬수도 손목을 그을 수도 떨어져 내릴 수도 가스를 틀수도 없다. 비틀즈는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지만 ... 나는 겁이 많아서 내버려두는게 제일 무섭다. 어떤 커다란 등뒤에 숨어서 그냥 비굴하고 쫌스럽게 살고 싶다.  

매일 눈물이 나고 통곡하고 싶다. 그러나 장소도 마뜩치 않고 상황도 그렇다 혼자 울자니 좀 어이없고 누군가에게 안겨 울자니 그것도 찌질해보이고 마땅한 상대도 없다. 아이들앞에서는 절대 티내지 말아야 하고 어른들 앞에서는 자존심이 있다. 어쩌란 말인지..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그러면서 막상 맘에 드는건 없고 내가 골라잡자니 내가 져야할 책임이 싫고 누군가에게 짐지우고 싶으면 또 그 선택이 맘에 안들고 .. 암튼 나란 인간은 조물주가 만든 실패작이 아닐까.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까다롭고 허약하고 속물적인게 나다.  

사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책임을 피하고 싶다. 누구의엄마라는 게 제일 부담스럽고 누구의 이웃 나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조용히 증발해버리고 싶다. 그냥 나혼자 조용히 지워져버리고 싶은 그런 맘... 그렇게 기억에서 완벽하게 지워져서 사라져버리는 것.. 남은 자는 나때문에 고통받거나 슬퍼하거나 나에대한 뒷담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나만 그냥 그렇게 지워지는 것... 그런 욕심만 가득하다.  

나는 모성도 모자라고 누군가를 살갑게 푸근하게 안아주는 그릇도 안된다. 나하나도 어찌할 수 없어서 데데거리고 서성거리고 어쩔줄 몰라 불안하다.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고 아이를 낳으면 안되는 거였다.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었고 남들사이에서 튀지 않으려고 선택한게 결혼이고 임신이고 출산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무책임하게 저질른 내 행동이 지금 나를 옮아매고 있다. 내가 한것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것만 진리처럼 내앞에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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