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샴푸를 할때 린스를 할때 행구고 나면
욕실 개수구멍이 꽉 막힐만큼 우수수 빠져있다.
많이도 빠졌네 싶어서 머리를 털어내고 돌아보면
또 욕실 바닥에 우수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빗질하면서 드라이로 말리면서 또 와르르 떨어지고
지들이 무슨 가미가제 자살 특공대도 아니고
백화암에서 떨어지는 삼천궁녀도 아닌데
이렇게 자꾸 스스로 목숨을 제 목숨을 다해버리면
조만간 가발을 써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한때는 온골목을 막고 설 만큼 풍성한 머리숱이었는데
자꾸 듬성듬성 빠지는게 무섭다.
사르르 머리에서 내려와 어꺠로 팔뚝으로 무릎으로 바닥으로
그렇게 제 한목슴 스르르 놓아버리는 모습을
매일 매일 수십번씩 보면서
알 수 없이 두렵다.
어쩌면 저렇게 목숨을 놓아버리는 일이 가벼워울까 싶은게
너무 두렵다.
너무 쉽고 가벼워서 한번 쯤 할까 하는 마음이 들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