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와서 표정이 안좋다는 걸 알았지만 설마 별일 있으랴 싶었는데 결국 너는 그 큰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구나   

여린 성격탓에 제대로 울지도 화내지도 못하고 눈물만 그렁그렁해서 하는 말에 내가 화가 났단다 

너희 선생님은 정말 인격이 모자라신 분이신지 아니면 심술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구나 

차라리 크게 혼내시던가 차별을 한다면 모르겠는데 알 듯 모를듯 나만 느끼는 차별. 말하자면 나만 치스러워지는 행동들이 정말 엄마도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을 유령으로 만들듯이 존재감을 없애버리고 없는 사람 취급해버리는것 .. 그건 정말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엄마는 생각하거든.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는 정말 벼라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단다. 세상 사람 모두가 영빈이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줄 수는 없는 거란다. 슬픈일이지만 세상에는 내가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정말 많아, 내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오해해버리는 사람들도 많고.. 어쩌면 영빈이도 누군가를 이해못하고 오해할 때도 있을거아.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던 영빈이가 가진 순수한 마음을 잃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간혹 농담처럼 혹은 진지하게 영빈이가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하지.. 똑똑한 외숙모를 보면서 우리 딸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고 부러워서 한 말이기도 하고 엄마가 살아보면서 이젠 여자도 직업이 있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해서 하는 말이란다. 이제 결혼이라는 건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설령 결혼을 선택해도 집안의 가장이 남자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게 되었거든 

영빈이가 푸념처럼 수빈이는 부잣집에 결혼해서 정말 떵떵거리며 살거 같은데 나는 힘들게 일을 해야할 거 같다고 했지... 물론 운좋아 부자집에서 잘 사는 수빈이도 정말 복많은 거지만 자기 할일이 있고 스스로를 책임 질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복받은 일이란다.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건 어디 가서도 비굴하게 고개 숙일 일이 적어지는 것이고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당당할 수 있고 내 목소리를 주저없이 낼 수 있다는 것이니까  

솔직히 엄마는 영빈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고 그리고 법관이 되면 좋겠다.  

 

 

 

차별을 받아본 사람. 서러움을 느껴 본 사람.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져 본 사람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비판하고 판단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단다. 내가 느껴본 억울함 서러움을 알기에 그걸 겪을 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고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거나 소외받는 사람이 없게 하는데 더 신경쓰지 않을까. 

엄마는 어릴때 부터 영빈이가 사려깊고 반듯하다고 생각을 해왔거든 유치원때 친구랑 싸웠을때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혼자만  속으로 삭이면서 친구에게 대들거나 반박하라고 하면 나만 참으면 나하나가 속상하고 말지만 친구에게 반박하면 두사람이 속상하니까 참겠다고 했던거.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을 얄미울 만치 정직하게 말하는 것 

시시비비를 잘 따져보는 것등등 그리고 속상한 마음 억울한 마음을 선생님을 통해서든 엄마를 통해서든 느끼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할 줄 아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법관이 되는 건 남에게 존경를 받을 수도 있고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고 명예를 가질 수도 있고 권력을 가질 수 도 있고 부를 가질 수도 있어서 좋은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사람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부당함을 없애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고 남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요즘은 그것이 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하지만 엄마가 영빈이가 법관이 혹은 변호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은 영빈이가 가진 공감하는 능력 이 정말 필요한 분야가 그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때문이란다.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억울함이나 소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는 것이 그 직업의 참된 의미가 아닐까 하거든.. 물론 신문이나 뉴스에서 그런 직업군의 부조리함이나 부정등이 빈번하게 나오지만 영빈이라면 어떤 권력을 손에 쥐더라도 그릇되게 쓰지는 않을거라고 믿는단다. 

그리고 덧붙여 조금은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영빈이 성격상 그렇게 강한 책임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발전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쥐고 있느냐 외과 의사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쓰임새가 달라지지 않니? 영빈이라면 권력을 이기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쓰지 않을거라는 것을 믿으니까.. 

또한 여러사람을 접하고 대하고 처지에 귀기울이다 보면 영빈이가 원하는 작가의 길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가란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  공감해주는 사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그런것을 글로 표현해서 세상에 알리고 밝혀주는 사람이라고생각하거든.   

그냥 글을 위해 글만 생각하는 머리만 굴리는 작가가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경제적으로 작가만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기도 할테고.... 

영빈아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이있거든 니가 지금 겪는 슬픔 분함 속상함이 언젠가 영빈이에게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보다 생채기가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풍부한 삶을 사는 법이니까...  

딸이라 온실속에서 곱게 곱게만 키우고 싶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법. 그리고 이 세상이 온실이 아닌 이상 영빈이가 자라면서 상처도 입고 그 상처에 딱지가 앉아서 생기는 흉터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훈장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채 온실에서 예쁘게 자라서 부잣집 화병에서 화려하게 장식하다 지는 꽃보다는 바람도 맞고 비도 맞고 새들도 만나도 가지가 꺽이기도 하고 줄기에 생채기도 입으며 자라는 나무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큰 그늘을 만들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게 할 수 있는 큰 나무... 

영빈이는 그런 큰 나무란다... 화려하진 않아도 탐스러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맻는 그런 나무였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이 언젠가 이해는 못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있을거야. 그때 그것이 공감이 되든 가엾게 여기는 동정이 되든 어쨌든 영빈이의 삶에 작은 보탬이 되리리 믿는다. 

영빈아 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란다. 그것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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