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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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의 고백을 인상깊게 읽었다. 여러사람의 시선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사건의 진실들 

일본에서 일어나는 교실붕괴 왕따  자살 청소년 범죄 등등이 이젠 더이상 아주 이상한 나라인 일몬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서늘하게 다가오는 현실감이 참 충격적이었다. 

이번 책은 미스테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떨어진다. 앞선 책에서도  그랬듯이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가 중요한게 아니고 이미 등장한 시건 범인들 을 보여주면서  그런 일이 왜 일어났으며 주위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치밀하게 보여준다. 

부유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 사건에 유치하고 천박한 관심을 보이는 이웃들 남의 뷸행을 통해서 나의 행복을 가늠해보는  수준낮은 행동들... 그리고 이유없이 대중심리에 따라서 우루루 몰려가듯 인터넷에 올리는 악플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관심도 없으면서 의미도 없이 내뱉는 욕설들과 악플들... 

혹은 나의 무심한 행동들.. 순간의 기분에 의해 보여지는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 어떤 상처를 주고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가를 잘 보여준다. 신지의 의미없는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대꾸들이 아야카에게는 설레이던 선망의 대상의 환상을 꺠게 하고 자신의 열등감을 더 증폭시켜서  마유미의 표현대로 낯선 짐승으로 돌변하게 한다. 

그리고 아야카킄 엄마의 모든 말들을 자신의  처지 열등감 자격지심을 입혀 상처받고 상처입히고 미친 짐승처럼 날뛴다. 엄마인 마유미도 그런 딸의 반항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어쩔 수 없는 일 그냥 견뎌야 만 하는 일로만 여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들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반항적인 딸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 무심하고 도망가고 싶어만 하는 아버지.. 그렇게 콩가루 같은 집안의 맞은편에는  

즐거운 나의집 그 자체인 가족이 있다. 의사인 아버지 미인인 엄마 의대생 아들 명문중고에 다니는 딸과 막내...  예의 바르고 잘생긴 외모까지...  

그런 집에서 생기는 살인사건... 그것도 정말 사소한 이유로 우발적인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방울 한방울 떨어져 알게 모르게 수위를 높여가던 소통불능 자격지심 무심함 자신도 몰랐던 오만함들이  아주 사소하고 무심한 한방울의 대립으로 그만 임계점을 넘기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명문 중고 대를 위한 입시 공부의 압박. 그리고 알게 모르게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속으로 스며드는 빈부차이.. 그런 비교당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세상이 나를 향해 기울어져보이는 소외감이 자신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누구나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몰두해서 읽다보면 이게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 곧 우리 현실에도 일어날 있는 아니 어쩌면 벌써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아직은 초등학생을 학원으로 공부로 시험으로 몰고가는 나자신을 보면서. 혹은 아파트 평수를 비교하면서 나도 모르게 움츠리고 우울하고 화가 치솟는 감정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렇게 사람이 아니라 짐승같다고 스스로 느낄때가 있다는 것이다. 

내 딸이 아야키가 될 수도 있고 신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나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끝임없는 비교로 다급해지면 마유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혹은 우아함을 가장한 남의 일을 엿보고 꼬투리를 잡을넌 그 늙은 여자처럼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 혹은 내 속의 어떤 자아가  책속의 등장인물처럼 보여서 그 낯익음이 몹시나 두렵다.  

결국 사건은 죽은 사람만 억울한 상황.. 어쨌든 산 사람은 살아야만 하는 정황으로 끝이 난다. 

어쩌면 그게 맞을 수도 있다. 죽은 아버지가 겉으로는 온화하게 아이들을 존중하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속깊은 부정을 가장한채 무시하고 무관심하고 자식을 포기해버린 이웃집 가장과 다름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억울하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회전하는 관람차의 위치에 따라 달라보이는 풍경들처럼 자기의 위치에서 보이는 대로가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오해하고 자기의 관점만을 강요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거기서 나도 예외는 아닐것이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 일본 특유의 냉정하고 치밀하고 집요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그게 낯선 이국적인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참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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