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뮤지컬을 할때 참 보고 싶었다.

내가 아는 노래 익숙한 음악이 나오고... 여자들... 그것도 아줌마들의 이야기라니...

참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고 (아니 시간은 많았는데 아이가 달렸었고) 돈이 없었고... 동행이 없었다.

(신나는 음악과 춤을 혼자 덩그러니 보자니 참 청승맞아보였다.)

그러다 영화로 보았다.

다른 작품은 모르겠고 '폴링인 러브'에서의 메릴 스트립은 참 매력적이었다.

아줌마였는데도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담담하게 현실로 돌아가고..

나중에 나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너무 늙은 크린트 이스트 우드랑 사랑을 하는 바람에

조금 김이 셌지만... 폴링인 러브에서는 아직은 젊음이 남아있던 로버트 드니로라..

20살 남짓한 그때도 참 가슴 뛰며 봤고.. 나중에 다시 봤을 때도 내가 긴장하고 떨렸다.

책.. 지하철.. 우연의 반복... 눈길.. 등등 일상적인 소소함속에 가슴 설레는 사랑이라

꼭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길거 같은 기대감을 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 나이가 제법 든 매릴 스트립이 우리앞에 도나로 섰다.

딸로 나온 배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이도 닮았구나 싶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을까?

사랑 추억 아빠찾기 등등의 이야기속에서 내 가슴을 저미게 한건

도나와 소피... 그러니까 엄마와 딸의 관계였다.

나는 이제 모녀관계를 보면 딸의 입장보다 엄마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간다.

(오죽하면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한자의 군시렁거리는 독백이 맘에 와 닿을까?)

결혼준비를 하는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발에 패티큐어를 해주고 옷을 입혀주면서

가방을 들고 이른 아침 졸면서 아침을 먹고 학교를 가던 니가 이렇게 자라서....

어쩌구 하는 노랫말에 괜히 눈가가 뜨거워지고 맘이 아련했다.

꿈많을 스무살에 결혼을 한다고 하는 딸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깨도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

라는게... 개방적이어서도 있겠지만... 그만큼 딸을 보내기 싫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결국 딸은 떠난다. 넓은 세계로..)

딸이 아빠가 누군지 궁금했고..알고 싶지만 그 마음을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궁금함이 엄마에게 상처라는 걸 알 만큼 성숙하고 속이 깊은 딸이었다.

하지만.. 결국 상처는 드러내고 정직하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 치유가 된다.

세 남자를 당시에는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자신이 낳은 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자신도 모를정도로 철저하게 외면했던건.. 자신이 입은 상처를 애써 덮고 아닌척 용감한 척

하고 살아야 하는 도나의 이중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아이를 키우고 적자투성이인 호텔을 경영하고.. 섬에 갖혀 넒은 세계는 잊고 살지만

그에게는 자기를 누구보다 이해하는 두 친구가 있다. (주인공들은 꼭 소울메이트인 친구가 있다.

이건 주인공이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을 하건 백만장자가 되든 그런것보다 더 부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영원히 옆에 두고 싶던 딸을 넓은 세상으로 보낸다.

딸도 안쓰럽고 미안해서 곁에 있어야 할거 같은 엄마 곁을 떠난다.

물론 아빠도 셋이나 생기고 엄마의 남편도 생겼으니... 맘이 편하긴 할거다.

 

마트에 가면 살까 말까 망설이게 하는 큰 통에 든 색색빛깔의 젤리같은 그런 영화

무익하고  아니 몸에 해로운 색소랑 자극적인 달콤 새콤함으로 가득한 젤리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끌리게 하는 영화다.

사는게 힘들떄  우울하고 불안할때.. 만날 먹는 밥 국 나물 김치가 지겨워질때, 한번쯤 일탈하고 싶

을때 보면 정말 위로가 되는 영화... 간혹 이런 영화도 참 유익하다.

즐겁가 보고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맘이 찡하고 뻔한 이야기 감동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와 딸의 관계, 자식을 내보낸다는 것. 부모 손을 놓고 길을 나선다는 것... 그리고 자기 상처를

정직하게 볼 줄 안다는 것. 지나간 사랑에 후회하지 않는것.

소소한 진리들을 알려준다.

단....

오만과 편견의 그 무뚝뚝한 매력을 떨구던 다아시... 콜린 퍼스가 너무나 너무나 코믹하고

가볍고 비중없이 나왔다는 게 너무 슬프다... 그도 배나온 아저씨가 되는구나..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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