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만나고 바라보고 듣고 이야기를 하고 다시 듣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웃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 과정들을 함께 보내면 그 사람을 잘 알게 될까
그렇다면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작가를 좋아하는 것
서로가 대면하지 못하고 그저 일방이 바라보는 것만 있는 시간에서 그 사람을 잘 알게 될까
소코의 미소에서 처음 작가를 알았고 단편집에 수록된 글들을 꼭꼭 씹어 읽어가면서. 또 가까운 이에게 책을 권하면서 이 사람은 참 반듯하겠구나,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고 늘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조금은 피곤한 사람이겠구나 생각을 처음 했다.
작품집에 씌여진 작가의 말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슨 마음인지 작가를 조금 흔들어 놓고 싶었다. 꼭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 없지만 꼭 그렇게 반듯하려고 애쓰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문장사이의 주저함과 머뭇거림을 발견한다.
한문장을 쓰고 돌아보고 주저하고 또 한문장을 쓰고 처음부터 다시 보고 머뭇거리는 그 모습이 그려졌다.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애쓰지 않아도 를 읽으면서 이 작가가 지칠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계속 읽고 싶은데 계속 주저하고 점검하다가 이 작가가 지쳐서 글쓰기를 포기하면...
작가의 소설 문장들을 읽으면 내가 가졌었는데 정리되지 못하는 어떤 감정들 어떤 경험들을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도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던 시간들
누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누구든 알아주었으면 했던 마음들
내가 여기 있는데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 기분 누구도 나를 찾지 않을 때의 소외감과 아닌척 눈은 웃고 입은 울고 있던 이상하게 이그러진 표정
애써 잊었거나 모른 척 하고 있던 그런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정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야기속에 들어있었다.
그래 나도 이런 마음이었는데
반가우면서 부끄럽고 괜히 심술이 났다.
나도 알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알았는데
에세이는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작가가 아니라 글보다 앞에 서 있는 작가를 만난다.
솔직하게 말하는 암투병 이야기. 고양이들 이야기., 혼자 달리는 이야기 사람들과의 관계 내가 느끼는 감정들 페미니즘을 만나고 변한 모습들
오래전에 알고 지내다가 다시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그때 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세삼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의아하면서 새롭기도 하고 그래그래 이런 사람이라고 짐작했었어 라는 마음들
낮잠에서 깨어나면 왠지 눈물이 났다는 문장을 보면서 어릴 때 대명동 시절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햇살이 마루 안까지 길게 들어와서 눈을 가늘게 떠야 했던 순간
마루에 놓인 요강에 앉아 오줌을 누면서 그 햇살을 보고 고요한 집에서 혼자 라는 생각을 했다.
자는 동안 가족들은 다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는데 함께 살던 고모가 깼나 라고 무심하게 물어보던 소리
그리고 이웃집 아줌마가 자기 아들 생일이라고 놀러오라고 내 손을 잡고 갔던 기억
잠에서 덜 깨고 옷도 엉망인데 친하지도 않은 남자아이들 사이에 멍하니 끼어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온 기억
그때 아마 나는 엄마에게 나만 두고 어딜 갔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엄마가 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었는지 나만 두고 어딜 갔는지 알면 더 서러워질까봐 두려웠는지 아니면 얼떨결에 간 생일에 혼이 빠져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햇살이 길게 있는 걸 보면 지금도 마음 한 쪽이 시리다.
그런 마음이 에세이 갈피마다 들어 있다.
내게 익숙한 감각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친한 사이라고
친한데 너무 닮아서 모른 척 하고 있는 중이라고
사람에 대해 애정이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마음
오랫동안 바라보는 마음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고 애쓰는 마음
아직 나는 잘 모른다는 주저하는 마음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용기 있는 마음
내가 아는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읽고 좋아하고 이렇게 살고 싶어
그 마음을 받아 나도 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책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