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가잔한 집안의 폭망받는 장남이었다.
잘 생겼고 몸도 좋아고 어디서나 눈에 띄고 돋보이는 자랑거리였다.
집안의 자랑, 학교의 자랑, 마을의 자랑
모두가 버지스네 아이들을 알았다는 건 짐의 덕일 것이다. 짐과 쌍둥이 동생들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했다.
행동에 거침이 없고 말에도 거침이 없으며 태도에도 거침이 없었다.
가족앞에서 타인앞에서 특히나 동생 밥 앞에서
성공한 변호사. 부자 아내. 뉴욕에 주택이 있고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었던 능력있는 짐
그에게 말할 수 없는 깊은 우물이 있음을 아무도 몰랐다. 가까운 가족조차도
그의 비아냥거리는 말투., 잘난척 하는 태도들은 몸을 부풀려서 적에게 맞서는 초식동물과 다르지 않았다
화려하고 크게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최대한 크게 부풀려서 얕잡히지 말것 내가 애를 쓰고 있음을 들키지 말 것
가족들 앞에서 형제들 앞에서 늘 바쁜 사람이었고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연락이 잘 닿지 않지만 그가 꼭 있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그냥 자연스럽게 잘 하는 사람 능력있는 사람이고 싶었지 동동거리고 애쓰는 결과로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을 지키고 돌보는 것이 그의 사명이라고 여기고 큰소리를 치지만 잭의 사건앞에서 그의 판단이나 행동들은 자꾸 어긋나고 비껴간다.
그의 자신감은 회사내 성희롱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는 어느 순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한 번도 고꾸라져 본 적이 없는 짐
절대 고꾸라져서는 안되는 짐
작은 실패도 없었던 짐이어서 그의 추락은 너무 위험하고 불안하다.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두려움, 내가 비웃었거나 무시했거나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나와 상관없는 추락이 내것이 되었을 때
사람은 혼란스럽고 공황이 된다.
언젠가는 발이 닿을 것이고 끝이 있고 이후에는 올라가는 일이 남았다는 걸 경험하지 못한 짐은 그냥 죽죽 미끌어지고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있다.
단단한 짐이었기에 두려움이나 놀람은 더 컸을 것이다.
잭의 사건 중심에서 고향에서의 연설이후 그의 고백은 어쩌면 추락을 예감한 것이었을까?
그건 아닐지도
아직은 만만하고 짐이라는 이름이 통하는 이 세상에서 약간의 결험으로 여겼을까
그러기에는 감춘 진실이 어마어마한 것이지만 또 어쩌면 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자신도 어렸다는 건 이해받을 수 있다.
자신의 깊은 우물을 메우기위해 누구도 모르게 동동거렸을 짐.
그 죄책감에서 밥을 바라보면 자기보다 못나 보이고 잘 풀리지 않은 밥에 대한 미안함이 분노로 바뀔 수도 있었고 그냥 다 밥때문이야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지 않았을까
나의 죄를 대신 먹어버린 밥
그를 보는 짐도 편하지만은 않았겠고 그의 말투와 태도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
짐은 계속 미끄러내려가지만 결국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지진아같은 밥과 냉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수전이다.
이후 그는 헬렌에게 최선을 다했고 자녀들에게 죄를 고백하고 외톨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 에게는 밥이 있었고 수전이 있었다.
밉지만 매력적인 짐
그의 능력이나 힘은 미끄러진 이후 그의 태도였다.
화려한 변호사 시절이 아니라 그 이후 헬렌이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그 시간에 그의 매력이 비로소 나온다.
참 아이러니한 짐
밥은 똑똑한 사람이다.
어수룩해보이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된다.
그가 그렇게 보이는 건 불행하게도 그의 비교군이 짐이었기 때문이다.
하필 짐이어서
그는 노력형이고 성실했고 우수한 학생이었고 괜찮은 변호사가 되었다.
순종적이고 죄책감을 항상 가지고 움츠려드는 밥
엄마가 새옷을 사 입히고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었음에도 밥은 밥이었다.
아버지를 죽게 한 아이
형보다 못한 아이
늘 웃어야 하고 괜찮아야 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 뭐든 내가 할게 내가 갈게 라고 말하는 사람
나와 다른 팸의 에너지에 끌렸을 것이고 우리집을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여기고 가족들과 어울리는 팸은 팸 역시 밥의 집이 되어주었다.
밥의 가족이 팸의 가족이 되어주었지만 정작 밥에게는 팸이 그의 집이었다.
결혼이 끝나고 다시 가족을 만들었으나 밥은 집을 잃었다.
재혼하기전 한동안 그는 집없는 사람. 대학원 기숙사에 사는 사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밥은 밥
아무것도 제대로 못한다고 타박을 들으면서 수전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꾸역꾸역 고향으로 돌아가고 잭을 만나고 옆에 있어주고 잭의 안전기지가 된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그리고 수전이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터뜨리게 만드는 사람도 밥이다.
이후 그가 맡은 사건의 당사자 매튜도 말한다. 밥은 밥이예요. 머리 스타일이 달라져도 밥은 밥이죠
밥은 알게 모르게 인정받고 있고 환대받고 있었다.
불쌍한 밥. 상처받은 밥. 죄를 먹어버린 밥
모두가 밥을 알고 모두가 밥에게는 무장해제되고 밥 앞에서는 편안하고 만만해진다.
그게 밥의 힘이다.
접속사 같은 사람
괄호같은 사람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곁에 있어 그 사람을 빛나게 해주고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필요한 사람
답답하기도 하고 의뭉스럽기도 하고 루시 곁에서 결국 마음을 내비치지 않은 단단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밥은 밥이다.
어쩌면 짐이 밥을 가장 큰 라이벌로 여기지 않았을까
나랑 다른 사람.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진 사람
그런 위험한 인물이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나랑 가장 쉽게 비교가 된다면 그건 정말 삶이 피곤해진다.
수전은 예쁜 아이였고 예쁜 소녀였고 예쁜 여자다.
아버지의 죽음보다 어머니의 완고함이 수전을 망쳤다.
욕구를 누르고 감정을 누르고 타고난 아름다움이 죄가 되어버리는 것
엄마가 딸을 키우는 방식이 이해가 가지만 엄마의 불안이 고스란히 딸에게 전가되었다.
보호해야하는 그 마음이 딸을 눌렀고 수전은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너무나 엄격해져버렸다.
예쁘고 자유롭고 부자인 팸과 헬렌과 비교가 되는 수전
비슷한 상철르 가진 사람에게 끌려 결혼하고 소심하고 예민한 잭을 키우며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해 불안했을 수전은 결국 이혼을 하고도 계속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다.
세상을 경게한다.
나를 어떻게 볼까
나는 어떻게 보일까
잭은 어떻게 보일까
엄마가 잘못 키웠다고 내 탓이라고 생각해야하는 걸까
수전은 짐은 무조건 신뢰하지만 어렵고 밥은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대하지만 가장 안전한 대상이다.
수전은 두 남자형제 사이에서는 가장 현명하고 냉정하다.
그러나 잭앞에서 한없이 불안하고 세상의 시선앞에서는 조그라든다.
잭의 일을 겪고 재판을 경험하고 형제들의 도움에 감사하고 실망하면서 세상을 향해 간다.
내가 믿어야 하는 것들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안다.
잭을 기다리고 헤어진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것
그건 수전도 알지못하는 수전의 힘이다.
소말리족에 대한 그의 편견은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늘 두렵고 불안하다. 들리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할 생각보다는 그냥 내게 익숙한 것을 받고 믿어버린다.
그러나 내가 직접 만나고 듣고 다시 알게 되면서 그는 덜 불안하다.
예쁜 나이 예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그에게는 많은 날이 남았을 것이다.
동창이던 경찰서장과 좋은 이성친구가 되고 조금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알지만 개의치 않은 수전 (팸과 헬렌)
아직 많이 힘들지만 괜찮을 것이다.
트렁크부인과도 좋은 대화를 하고 그외 좋은 이웃들이 많으니까
사실을 알고 나면 행복해진다는 건 동화에서나 있는 일
진실은 늘 험하고 두렵고 아프다.
진실이 모든 걸 해결하지도 않는다.
저마다의 진실이 모이멸 각각이 가진 이질성이 부딪치고 더 커진다.
각자 삶의 태도가 다르고 선택이 다르다.
사회나 개인은 완벽한 균형이 없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고 있을 뿐 확인할 수 없다.
어쩌면 한 순간 어떤 사건으로 휘청하기도 하고 한순간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오랫동안 쌓인 무언가에 한방울이 더해진 것일 수도 있다.
서로가 안다고 믿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진실이 드러나며 고통스럽고 내 눈을 의심하고 타인을 믿을 수 없다.
형의 고백이 무겁게 다가오고
남편의 행동에 결혼생활이 모두 부정되고
아들의 어떤 행동이 나를 심판한다.
불안전, 모른다는 사실 등은 안전한 현실을 스스로가 흔들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저마다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알아가지만 역시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겸손함
모두는 모두의 이야기가 있고
각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는 듣고
우리는 말한다.
작가는 그 이야기들을 기가 막히게 모으고 꾸려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짐과 밥과 수전과 헬렌과 팸 그리고 나의 최애 올리브와 루시의 이야기도 계속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