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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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앞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내가 타인을 돕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가난한 상황에서 어렵게 살아온,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가장이

다른 날과 다름없이 석탄배달을 갔다가  어떤 상황과 마주친다.

그냥 모른 척 해도 상관없었다.

내가 거래를 하는 거래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다.

모두가 그렇게 살지 않나?

모르니까, 모르는 게 나아서, 몰라도 되는 일이라서 

그냥 모른다.

모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게 돌아왔고 그냥 잊었으면 괜찮았다.

나는 지켜야할 아이들이 셋이나 있고 아내가 있고  가장으로서 그리고 내 직업에서 책임자로서 뭔가 해야할 것들이 잔뜩 있다. 이미 책임감은 충분하다.


그러나 자꾸 내가 모른 척 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이어서이다.

질서를 지키고 법을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은

문제를 알고 난 후 그냥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

저울위에서 고민한다.

내가 이미 가진 무게에 더 무게를 얺을 필요가 있을까

지금 이 순간 내 상황 역시 아슬아슬하다. 

지금은 평안하고 안정적이지만 언제 또 저울이 기울어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냥  못 본 걸로 하면 다 괜찮다.


그러나 그는 알게 된 걸 아는 것으로 그래서 행동한다.

누군가가 석탄창고에서 자기가 낳은 아기를 볼 수도 없이 젖이 퉁퉁 불은 상황에서 맨발로 있는 걸 보았다면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무언가를 해야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119쪽)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120쪽)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존엄하다.

그러나 사람의 존엄을 유지하는 건 결국 사람의 행동이다.

말이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지만 그 존중하는 마음을 일정정도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결국 행동이다.

펄롱은 그걸 해 낸다.


이전에 미지즈 윌슨이 무심하게 사소한 것처럼  주었던 그 행동들의 의미를 펄롱은 안다.

그 사소한 행동이 지금의 펄롱을 만들었고 다시 펄롱은 누군가를 위해 무심하게 그러나 몹시 떨리는 마음으로 해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 우리가 의미있다는 것 우리가 존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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