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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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나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명확하지도 않으면서 뭔가 내 이야기를 나도 남겨야 하지않나 하는 조급증이 든다.

 

짧은 연필을 손에 꼭 쥐고 중지에 굳은 살이 박힐만큼 손가락에 단단히 붙이고 심 끝에 침을 발라가며 꾹꾹 눌러쓴 글자들을 읽는 기분이다.

한글자도 놓쳐서는 안될 것 같은 강박이 들고 하나라도 놓쳤다가는 전체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긴장감이 든다.

그리고 한편이 끝날 때 마다 몹시 힘들다.

이미 고백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언젠가 어느 순간 느꼈지만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언어를 찾지 못했던 그 마음이 그때 그 막막하고 화가 나기도 했을 거고 또 부끄럽고 어딘가 도망가고 싶으면서도 절대 가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내가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그런 막막한 마음들을 작가는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다른 경험들이 같은 감정과 같은 고통으로 모아질 때가 있다.

당신의 경험과 나의 경험은 너무 다르고 그 상황조차 관계없지만 서로가 같은 기분을 느끼는 순간을 경험한다.

작중 인물의 경험은 나와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찰라의 감정은 묘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꾹꾹 눌러 쓴 6편의 이야기를 읽고 짧게 몸살을 앓는다.

긴 숨을 이제야 제대로 인식하고 내뱉는다.

읽는 동안 내가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와 일년은 비슷한 결을 가진다.

세상에서 닮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나도 모를 때

누군가 내 앞에서 길을 만든 이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그런 누군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또 그만큼 실망하고 미워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실망하고 나를 안쓰럽게 보는 그에게 기대고 싶다.

나를 따르는 누군가가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적어도 어른인 척 굴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애쓰 모른 척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건 감사하다.

누군가 내 앞에서 빛을 밝히고 있고 누군가 내 뒤에서 내 발밑을 비추면서 함께 온다는 경험은 사실 연대나 공동체... 라는 단어와 다른 뭔가 조금 더 사적이지만 좀 더 끈끈하고 좀 더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서운하다 하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 옅고 미움보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아프냐고 물어보지 않아서였을까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도 아프냐고 묻지 못한 것이었을까

 

저는 다희씨를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도 좋아하게 됐어요. 그건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예요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건 늘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면서도 그래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상대에게 많이 말하고 많이 기대하면 많이 바라게 될 걸 알면서도 더 가고 싶다.

혼자만의 빛을 새어나가게 하고 서로의 눈이 부시게 하고 때로 상처를 입고 입히겠지만 서로 모습과 마음을 나누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음.... 그런 마음이 나에게도 있었다.

 

2,

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활기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떄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걸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뭐든 힘든 건 사람 때문이다. 일이 힘든 건 없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시간이 해결해준다.

능숙하지 못하더라도 흉내는 낼 수 있다.

ㅁ정적 교류에 무감한 사람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맞지만 견딜 수 없는 부분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는 않아도 불편하거나 불쾌감은 없었다.

일에서 보람이나 어떤 숭고한 의미를 찾는데는 소질이 없다. 그것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일이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는 해야지 모두는 아니어도 누군가 단 한사람 혹은 두사람에게는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램으로 하루하루 이어진다.

결국은 늘 내가 문제였다.

내가 정직하게 타인을 아니 나를 속이지 않고 하고 있는지 그냥 일상이니까 습관처럼 무심하게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힘이 빠지게 한다.

좋아하는데 지치게 되는 내 마음에 스스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렇게 지치고 피하고 싶은 이 마음이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맞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못해서 힘든 게 아닌다. 그냥 관성처럼 되어간다는 기분

뭔가 무모하게 부질없이 힘만 든다는 생각이 지치게 만든다.

스스로 의미가 없을까봐 매너리즘에 빠질까봐 매일매일이 두려웠다.

계속 나를 의심하고 나를 다그치는 일에 지친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내가 그 의미에 눌리거나 도망치고 싶어지는 기분 동시에 그런 고민을 하는 나를 비웃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기억해야하는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급해져버렸지만... 결국 나는 긴장하고 준비하는 그 마음을 놓쳐버린걸까

그런 생각을 읽으며 했었드랬다.

 

3. 언니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샌경 썼던 것 같네 내가 뭘 좋앟는지도 잘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지.

어린 시절부터 오랫도록 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느끼며 자라서인지 나에게는 내가 결코 타인에게 호감을 살 수 없는 사람 멸시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거든

그럴수록 나는 남들에게 더 많이 맞춰줬고 남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매번 고민했어.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남들이 하자는대로 끌려다니고 남들의 욕구를 총족시키느라 나의 욕구를 무시했지 그때 내개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이 내게 실망하는 거였어. 나는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있는 일을 없는 일로 두는 것 모른 척하는 것

그게 우리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이었어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결정적으로 힘이 되어 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하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야 다 괜찮다고 별 일 아니라고 들쑤셔 봤자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고

 

나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일

그건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했을거야. 그게 언니 자신이 믿는 스스ㅗ의 모습이었고 언니를 언니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을 거야

 

누가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누가 타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평가나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아니라 내가 바라보고 내게 보이고 내가 보려하는 그의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부분을 보고 안다고 믿는다.

동시에 울는 우리의 부분을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그게 나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지옥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알아도 말릴 수 없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당기고 소리지르지만 그 다음 그 걸음을 멈춘 그 사람을 내가 책임 질 수 없다. 역시 걸음을 멈춘 그도 그의 삶을 다시 살아 가야 한다.

그래서 비겁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각자 가지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거라고 우아하게 회패한 적이 많았다.

나는 힘이 없어서 세상이 부조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남을 판단하고 평가하거나 나 자신을 변명하고 이유를 대는 것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내가 하면 되는 거였다.

인정해버리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또 있지 않을까 궁리해보고 때로는 우기기도 하고 읍소하면서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가 한 일을 책임지는 것 그거면 충분했다.

누군가를 탓하는 나도 참 구질구질했고 그 사람의 선택이예요 라며 단정하는 나도 참 혐오스러웠는데 꼭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

 

4. 이모 파종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은

 

돌봄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야 하고 누군가 역시 나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었던 그 시간들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누군게 기꺼이 내게 어깨를 내어 주었음에 감사해야할 뿐이다.

그렇게 기대어 살았던 시간들이 계속되면 호의가 호구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으로 내가 이만큼 여유를 되찾았구나 생각하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오빠의 무조건인 사랑이 나를 만들었고 나 역시 내 딸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면 된다.

그냥 받을 생각없는 사랑과 관심들 .그리고 적당한 거리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게 하고 울고 싶으면 울게 하고 지치면 쉬게하거 끝없이 자게 하고 욕하고 싶으면 그 욕을 내가 대신 들어주면서 그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살펴주는 일

그런 것들이 돌봄이지 않을까

그렇게 돌보다가 꽃이 피고 열매맺고 씨앗을 품고 멀리멀리 떠나가게 하는 일

그리고 내가 힘빠지고 지칠 때 또다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일들

 

누군가에게 폐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들이 본인도 힘들지만 상대를 몹시 외롭게 하기도 한다.

오빠를 외롭게 했을지도 모를 화자는 다시 딸을 외롭게 할 뻔 했고

이모는 사랑하는 조카를 가장 외롭게 하기도 했다.

사랑하니까 나랑 가까이 있으면 내 액운을 다 닮아버릴까봐 억지로 정을 떼기도 하고

나는 괜찮다고 너만 걱정하라는 대책없는 qpvaeh 있따.

 

받지 않은 사랑에 목말라하고 받은 사랑은 아무렇ㅈ 않게 팽개치기도 하는 건 상대의 마음을 당연한거라고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귀하고 완전하게 타인에게 마음이 닿는 것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기는 할까

일상의 종종거림가 안달과 안타까움이 그냥 밥 한주걱 더 올려주는 무심함이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을 위해 늘 종종거리는 그 마음이

더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지만 더 나빠지지만 않으려고 그들의 그 애처러운 악착스러움이 그 마음에 그 삶에 나를 위한 마음이 섞여있음이 그게 사랑이었다.

모든 일상의 지리멸렬한 풍경 역시 사랑이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 사랑의 대상이다.

나는 지금 내 방식으로 누군가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당신 역시 그럴 것이다.

설령 그 사랑이 상대에게 닿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서 일상처럼 그 사랑을 쏘아보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그 사람에게

(가족이 가족을 가장 모른다. 사실)

쎄상은 온통 뿌옇게 보였다.

누구도 그녀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으로 막연함을 느꼈다.

막연한 두려움 막연한 슬픔 막연한 외로움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 사간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은 채 이십분을 늦은 친구에게, 내가 조금 있다 연락할게 하고 다시 전화하는 것을 잊은 애인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깊이 상처받았다. 기약없이 기다리는 일은 꼭 버려지는 일 같아서였다. 눈물이 났지만 그 마음을 누구에게도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해서 그저 참았다.

 

네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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