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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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사랑이야기

속이 시원해지는 반전 드라마들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가 들려주는대로 따라가 보면 고개가 끄덕끄덕 그래 그런거야

남자가 더 좋아해야 편한거야

저렇게 돌아다니면 얼마나 위험할까

저런 사람들이 없는 곳이 안전할텐데 요샌 왜 저런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지

우리 주위에 위험한 건 뭐가 없나?

내가 저기 살지 않아 다행이야

저렇게 날 확 당기는 놈이 있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텐데???

뭐 그런 혼자 모래집을 지었다 허물었다 하면서 이야기만 따라가면서 그냥 그렇게 산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다른 위치에 섰다.

내가 원해서이기도 할 때도 있고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내가 선 위치가 바뀐다.

그러면 내가 아무 생각없이 팝콘을 씹으며 낄낄거리며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정의감을 느끼고 낭만적인 사랑과 공감을 느꼈던 그 장면들이 불쑥 불편하다.

내가 변한걸까? 내가 뾰족뾰족한 가시를 곤두세운걸까

아..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몰리니까 사람이 이렇게 피폐해지는구나.

역시 사람이란 ... 하며 나를 탓해야 할까

 

낭만적인 사랑은 누구의 시선에서 낭만적일까

자기가 주는 우산을 받지 않는다고 공중전화를 마구 후려치는 행동이 터프하고 강한 사랑일까

내가 오로지 내가 너를 나의 옛연인의 환생이라고 믿는다는 이유로 멋대로 애정표현을 해대고

히어로를 돋보이기 위한 여러가지 난관들을 위해 여자를 잔인하게 강간하고 살해한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고

그리고 누군가 해결하면 끝이다.

과정은 필요없고 그 과정에서 상처입은 사람 누군가 힘들었을 타인들 소외받고 보이지 않은 취급을 받은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의 히어로만 보이면 되고 만들어진 상황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영화를 문학을 사회단면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건 중요하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만큼 많은 시선들이 있고 보여지는 풍경이 있다.

나는 몰라도 상관없고 불편하지 않는 무언가 그래서 내게는 없는 것이 되는 무언가가

타인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고 삶의 걸림돌이다.

누군가 참으면 되는 평화 따위는  누군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노동을 하고 견뎌내기때문에 지속되는 사회는  불편해야 한다.

공주가 단 한톨의 콩 때문에 백겹 매트위에서 불편을 느낀 것처럼

어쩌면 나랑 상관없고 이번생에 나와 절대 스치지 않을 상황들과 사람들이 여전히 나와 같은 하늘아래 숨쉬고 있음을 예민하게 느껴야 한다.

 

어떤 남자가 말했다.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사건들은 너무 끔찍하고 이상하니까 나오는거야. 그건 일상이 아니야 어쩌다 생기는 일이지. 세상은 뉴스보다 안전하다니까."

누군가에게 세상은 안전한 곳이다.

내가 다니는 길에 cc티비가 있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청결하고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없다. 나는 서울을 동쪽끝에서 서쪽끝까지 관통하는데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고 만나지 않고도 가능하다.

내 공간 내 자동차 내 집에서 나는 마스크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은 뉴스보다 안전하다.

뉴스는 그냥 기이한 일이라 놀라서 떠들어대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건 일상이고 매번 코너를 돌때마다 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폭력에 대해 범죄에 대해 누군가는 그냥 소비하는 유흥거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삶을 내놓고 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있다.

 

내가 본 영화들

그냥 팝콘을 씹으며 웃다가 감동하고 놀라서 눈을 가리던 그 이야기들

그것 역시 우리 이야기다.

그리고 다르게 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이수정교수의 말들이 참 직선적이고 담백하다. 에두르지 않는 그 화법과 그럼에도 빈틈을 늘 놓치지 않고 골려대는 이다혜 기자의 유머도 좋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지점을 보는 언니들이 이렇게 많이 동참해서 함께 연대하는 것. 그건 참 든든한 일이다.

 

시즌 2가 시작했다는데 ... 비밀보장말고도 늘 듣고 싶은 게 늘어난다는 건 좋은 징조다.

 

ps.

책 말미에 나온 강간 의제연령문제나 궁박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 가출팸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단순하게 무서운 십대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몰렸는지 그리고 그 아이들이 그렇게 성매매를 하고 성인을 협박하고 폭력을 쓰는 그 상황을 어른의 시선으로 보고 어른이 고민하고 반성해야할 지점이라는 말들...참 좋았다.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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