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 학교 안 혐오 현상의 실태와 대책
이혜정 외 지음 / 살림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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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금 어떤 시민을 길러내는가?

학교는 모든 구성원에게 안전한 학습의 공간인가?

학교는 한 사람의 학생도 차별없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창구가 존재하는가?

 

학교의 지배적 패러다임은 여전히 학업성취 대학입시 교육의 성과와 능력주의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소수자의 문제는 여전히 소주의 문제이며 주요 핵심이 아닌 논외거리일 뿐이다.

 

 

학급에서는 학업성취나 온라인 게임에서의 능력 좋은 성취를 얻지 못하는 것 모두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 무엇인가를 잘 못하는 것이 혐오의 잉가 되는 학급 문화는 일의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는 문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능력이 곧 혐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기가 많은 남학생은 성적과 상관없이 학급내 상호작용에서 우위를 점한다. 학교의 공식적인 질서와 학생들간의 비공식적인 질서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누군가는 어떤 특성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되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혐오의 대상이 누구인가 보는 것은 그 집단의 특성이 아니라 학교와 학급의 질서에 주목하는 논의로 연결되어야 한다.

 

학생들사이의 엄마혐오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욕설이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것은 그것이 인신공격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혐오의 표현을 담은 욕설이 얼마나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나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학교내의 혐오가 친한 사이에서 장난이라는 명분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학생들은 강도가 세고 공격적인 혐오표현을 듣고도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다.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모두가 웃고 넘기는 상황에서 정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혐오표현이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엄연히 혐오 표현의 한 방식임이도 불구하고 '장난'이라며 가볍게 치부되고 혐오 현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또 다른 놀림거리가 되는 문화는 학생들 자신이 혐오 현상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학생들은 자신이 들은 혐오 표현을 그냥 마음에 담아두거나 자신이 못 생긴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혐오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같이 도오하여 웃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는 학생들이 혐오를 당하거나 혐오상황을 목격하고도 이를 회피 무시 동조하는 것과 무관하지않으며 학교안 혐오 현상이 계속해서 유지 재생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혐오상황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면 오히려 더 힘든 일이 생길까봐 두려워 하는 마음이 혐오 상황을 무시 또는 회피하게 만든다.

 

학업성취 중심의 학교문화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능력이 부족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혐오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이 이런 혐오현상을 반복하여 경험하게 되면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수의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과 말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상이라는 것은 원래 그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인정하고 유포하는 임의적인 것이다.

 

학생들은 의도적으로 차별적 사고를 한 뒤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약자를 마음껏 혐오하는 사고를 가지게 된다.

 

 

학교안이 혐오는 약자를 향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 약자라는 존재가 다양하다. 그것이 성별일 수도 있고 학업능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다문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신체적조건 경제적인 조건등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고 교묘해지는 혐오가 있고 폭력이 존재한다. 같은 성별 내에서의 미묘한 심리적인 갈등과 왕따도 혐오라고 할 수 있을까

넓게 본다면 학교내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들이 혐오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다만 그 폭력들의 형태를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혐오라는 것이 또래 문화처럼 놀이처럼 이어진다는데 참 어렵다.

 

한 학교를 정해서 학생들을 관찰하고 면담해서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사실 여기 등장하는 '너른중학교'정도면 참 양호한 환경이다. 그리고 남녀사이의 혐오상황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모든 학생들 환경이 비슷하고 학업성취가 높은 지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세상의 모든 학교가 너른 중학교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 대상이 된 학생들을 선생님들에 의해 선발되었다면 그리고 외향적으로 스스로를 잘 드러내는 아이들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면 학교 전체에 분포된 혐오나 폭력이 모두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많은 한계가 있지만 학교내 혐오에 대해 한번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는 된다

 

결국 서로가 연대하고 지지하며 견뎌내고 혐오를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혐오 감수성이 높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무엇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어쩌면 학교의 한 축을 이루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감수성 향상이 더 우선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환경에서 성장한다.

어른들의 훈육을 듣고 어른들이 만든 사회통념을 익히고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다른 창을 만들고 다양한 상황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사회. 어쩌면 학생들을 향한 교육이나 처벌보다는 어른들이 변해야 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은 책이다.

왠지 어떤 결론을 내려놓고 과정을 몰아간듯한 느낌도 들지만 한번 생각해볼 거리도 많다.

이렇게 학교내의 혐오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학교를 공개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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