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의 세계 - 30대 한국 여성이 몸으로 겪는 언스펙터클 분투기
박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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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거리면 보다가 정색하고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간혹 문장이 꼬여서 내가 이해를 못하나 싶기도 하지만 상관없다.

나의 몸에서 시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세상에 까지 확장된다.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게 되면 나와 다르지 않을 타인을 인정한다. 사랑할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와 너는 우리가 되고 우리들이 세상을 이루는 거다.

웃고 심각해지며 그런 이야기들을 생각한다.

 

내가 3n시절에 이렇게 생각이 깨어있었다면 지금 삶은 달라졌을까?

꼭 반삭을 하거나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지금 나의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그땐 이런 삶을 몰랐고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나랑은 다른.. 전혀 상관없는 뭐 그런거?

머리는 찰랑찰랑 길어야 하고 옷은 남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불쾌하지 않게 조금은 있어보이게 입어야 하고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상황이 닥치더라도 조신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했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높은 곳에 자리잡고 싶었다. 그래서 뭐 그쪽 방향으로 치열하게 한눈을 감고 살았다면 어쩌면 지금  당당한 속물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다만 그렇게 높고 화려한 곳을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속물적인 내가 싫고 뭔가 정의롭고 옳은 일에 대한 환상도 함께 품고 있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와 모션을 취하고 있었다.

3n의 나이에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었고 아이가 있다는 것은 세상에 지켜야 할 무언가가 생겨버린 일이고 이젠 나만을 위해 마이웨이를 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남들이 알려주기도 전에 지레 내가 먼저 단언하고 모든 가능성을 차단했다. 신중하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오래 고믾고 가능하면 아닌 쪽으로 생각을 돌려가며 어떤 도전도  단 1퍼센트의 위험만 보일라 치면 아예 귀를 막고 발을 돌렸다. 안전제일 가능한 안전하고 편안한 쪽으로...

준비없는 도전은 무모하고

이론없는 반박은 치기어린 저항이라고 생각했고

일단 저질러 보고 생각한다는 건  다시 태어나도 내 사전엔 없는 말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2n의 시절에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왜 그렇게 되었을까

세상의 박자에 맞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집을 마련해야하고 집 평수를 늘여야 하고 아이에게 맞는 사교육을 고르고 시키고 조금은 내 아이로 인해 내 어깨가 펴질 수 있는 상상

내 남편의 지위나 나의 집 크기로 내 어께가 더 비대해지는 상상 그렇게 나는 없이 속물적인 마인드가 더 컸으면서 동시에 이런 저런 것들이 정의롭지 않다고 말로만 비판할 줄 알았고 세상은 내가 아는 것이상 크다고 번번히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 커다란 세상의 일부만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3n 4n을 보내고 지금 5n이 되면서 조금씩 인간이 변하고 있다.

아주 굽벵이 기어가는 속도만큼...

 

그리고 내가 지금 알게 되고 생각한 것들을 책에서 발견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들....

 

 

성폭력에 대해 내 말을 들어주는 동행 반응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말을 편하게 되풀이 할 수 있게 된 거라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가장 가깝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발설하지 못하는 갑갑함보다 발설하고 난 후 휘몰아치는 몰이해가 훨씬 더 두려웠다.

 

내가 겪은 폭력이 흔한 불행이면 안되듯 아이들이 이 범죄를 피한 게 행운이면 안된다. 어린이는 (아니 모든 이는) 보호받는 동시에 개별 주체로서 존엄을 지켜가는 일이 사회의 의무여야 한다.

 

성이 여성이 아동을 따라하고 아동이 성인 여성 흉내를 내는 이곳에서 민감해지기를 단념하면 비참한 사고가 발생한다.

 

폭력에 대한 말은 더 이상 보태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어릴적 당했던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것이 나만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게 안도감을 준다는 사실이 조금 늦게 슬펐던 기억이 난다. 꼭 이런 거지같은 걸 함께 나누고 공감해야하다니...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게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쨍쨍한 날도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설교는 늘 따라다닌다. 부끄러운 건 그렇게 누군가에게 상처주면서도 그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단세포같은 것들이지  예상도 못한 채 벼락맞는 내가 아니니까. 알지만 당당해지기 아직은 어려운 일,,, 적어도 아이들은 그런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안도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늘 바란다.

 

울음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국을 몇 술 떴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울고 나면 개운했던 기억들 멋적었던 기억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감정들이 있다.

운다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해결되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꺼이꺼이 울어야 할 순간이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늘 먹던 김밥으로 손을 뻗은 아이는 젤리만 포기한 것이 아니다. 호기심 성공일지 실패일지 걸어보는 작은 내기 또래문화 알아갈 수 있던 자신의 취향과 기호 안전이란 귀중하지만 작은 유희와 상실까지 지우는 안전의 기반은 부실한 것 아닐까

김밥을 택한 아이앞으로 너무 늦지 않게 쓸데없는 아름다운 것들이 찾아들면 좋겠다.

생활과 유리딘 다만 밫나고 덧없는 것들이 그에게 우연하게 필연하게 가닿는 날이 있길 바란다.

 

가성비라는 말이. 현명한 소비를 뜻하기도 하지만  적은 금액으로 가장 최선을 얻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뜻하기도 한다. 단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결국 아는 맛, 무난한 색 어디든 어울려서 어디든 이상한 취향을 고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취향도 단순하고 개성도 없고 경험도 적은 그런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실패해도 그만인 작은 내기들. 후히밖에 안 남을 선택들이 주는 풍성함이 있는데

그건 실패만도 아니다. 잘못만도 아니데.. 자꾸 선택의 범위는 줄어든다. 그리고 슬프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종이 속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내가 이로운 날에도 완전히 혼자는 아닐 수 있었다 사람대신 책을 친구 삼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괴괴한 학창 시절을 보낼 확율이 높아지긴 하지만 고독이 어쩌면 충만과 비슷한 뜻이란 걸 체감하는 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새로운 슬픔과 새로운 기쁨을 마무리하는 순간은 사실 멋지기도 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건 친구를 못사귀어서라는 걸 나이먹고 알았다. 친구가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면 나는 외톨이였을 겍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건 늘 어렵고 두렵다. 예상밖의 인복을 만나 여태 사회관계망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내가 그렇게 책으로 빠진 건 엄마의 견해처럼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이 두렵고 겁나고 사람들이 너무 잘나 보여 숨을 곳을 찾았던 것이다.

지금 아이가 핸드폰속으로 아이돌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도 너무 두렵기때문이다.

왕따를 당했을 때 그래서 학교가 두렵고 무서워서 그만두고 싶었을때

그래도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학교는 가야하지 않냐고.. 그깐 년들때문에 니가 니 삶을 포기할거냐고 속도 모를 옳지만 재수없는 말만 할때  아이를 위로해준건 그 아이의 오빠들이고 그 오빠들의 노래였고 퍼포먼스였고 오빠들의 팬들과 의 소통이었고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들여다 보는 그들의 불특성 대중을 향한 위안과 위로였다. 그것만으로 아이는 살아갈 힘을 얻었고 그리고 아직도 내 곁에 있다.

나만 몰랐다. 그게 꼭 책이 아니어도 괜찮았고  빠순이가 되는 거든 핸드폰에 빠져 너튜브를 보고 댓글을 다는 행위들이라도 좋았다. 그래서 아이는 아직 내 곁에 있다.

가끔 나는 잘 잊어먹고 속물이고 부모가 아닌 학부모여서 아이의 학습태도를 나무라고 화를 내지만  그래도 아이는 저만의 위안이 있어 세상이 살만하다고 믿고 있는 중이다.

 

글이나 말이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

말만 잘 하고 선동만 잘 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더라도 .. 말만으로 글만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비록 프로필 사진을 보고 심한 배신감에 무릎이 꺽였지만....

그의 글과 그림은 참 위안이 된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젊었을 적에 알았더라면...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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