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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단 한번의 외출이었다
사실 내키지 않았다 태어난지 8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집에 남겨두고 엄마라는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는 건 썩 내키지 않는다. 죄책감도 들고 이런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 엄마는 사람이 아닌가? 임신과 출산을 겪는동안 그리고 8주간의 육아동안 내가 나 답게 살아본 적이 있던가? 아니 나 답게는 고사하고 사람처럼 살아본 적은 있던가?
늘 잠은 모자랐고 모유를 짜느라 가슴은 쥐어뜯어질것처럼 고통스럽고 내 아기만 발달과정에서 뒤쳐지는게 아닌가 싶고 분유를 먹여야 한다는 건 죄스러운 마음만 갖게 한다 아이에게 눈을 떼어서도 안되지만 동시에 임신기간에 쪘던 살도 빼야 하고 매력적인 여성으로도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출산 이전의 자기 커리어로 돌아와야 할 의무가 있다. 나만 바라보는 어리고 여리고 애틋한 생명체를 떼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인가 싶으면서도 이렇게 육아에 발목잡혀 내 인생이 그냥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꼴을 겪고 싶지도 않다.
아이를 열달을 품으며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출산의 고통을 겪고 양육을 하면서 무얼하든 죄스럽고 미안하고 짠한 감정만 남는다.아기때문에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지만 오롯이 그 정서를 누리기 위해서는 내가 좀 더 힘들고 애쓰고 참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양육이었다.
뉴욕 브로클린에 사는 엄마들도 다르지 않았다.
결혼 전에는 마놀라블라닉을 신고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또각또각 걸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더라도 엄마가 되는 순간 늘어지고 젖냄새를 풍기는 셔츠를 입고 고무질 바지를 허리 근처에 고정시키고 이것저것 쓸어담은 기저귀 가방을 한 쪽에 매고 아기를 안고 혹은 유모차를 밀며 조심스럽게 다녀야 한다. 그건 어디나 똑같다.
5월맘들도 그렇게 8주를 보냈고 애썼고 그리고 딱 한 번 일탈을 하려고 했을 뿐이다.그냥 엄마가 아니라 아니 엄마이지만 그냥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은 엄마로 밤에 외출을 하고 술을 한 잔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날 밤 싱글맘 위니의 아기가 유괴되고 엄마들의 비밀이 밝혀지고 삶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나 결국 엄마들은 강하다고 ... (이 말은 정말 싫지만) 하고 싶었던지 무능력한 경찰대신 엄마들이 사건을 파헤친다. 아기를 잃었다는 고통을 그들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아기를 누가 데려갔는지 그유괴가 어떻게 된건지보다 사건을 따라가는 세 엄마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다.콜레트와 넬과 프랜시의 집착과 광기까지 보이는사건에 대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흔하지않은 남성 가정주부 토큰의 스토리까지
남의 일 같지 않은 비보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기를 찾기 위해 고전분투 하고 또 제각각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겨우 9주 지난 아기들은 아직도 엄마를 필요로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도 있고 같은 부모인 아빠가 있지만 아빠에게 아기를 맡긴다는 것은 옳은 일 같지 않다. 그냥 도와주는 것 이상 믿을 수도 없고 책임을 나눌 수도 없다. 오롯이 육아는 엄마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눈아래 다크 서클과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부 처짐이나 곤두서는 신경을 누르고 일터로 돌아가지만 믿을 만한 주부가 없는 여자들은 일터에서는 아이가 눈에 밟히고 집에서는 마무리 하지 못한 일이 자꾸 걸린다.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하고 두렵고 힘들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다
엄마들은 그렇게 점점 어깨에 진 짐의 무게를 늘려갈 뿐이다.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5월맘 모임도 잘 되어가고 있다고 책은 끝이 나지만 정말 그럴까?
그녀들의 아이는 이제 겨우 1살이 되었을 뿐인데.
그냥 한숨돌리고 조금 육아에 익숙해진 것 뿐 아직도 삶은 길고 지루하고 두렵게 남아있을테니까
늘 궁금하다.
내가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는 중임에도 늘 의문이다
왜 엄마들은 아이들 옆에서 종종거리고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하면서도 모멸감과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고 아빠들은 어느 한 순간 내 기분이 좋을 때 한번 선심쓰듯 베푸는 육아에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하고 찬사를 보내기만 할까?
그러지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심코 저절로 드는 그 감정은 어디서 오는걸까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현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퍼펙트 마더라는말...
어느 경지에 이른다면 완벽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완벽함을 찬양하는 동시에 완벽할 수 없는 대다수의 엄마들을 절망하게 만드는 단어 이며 정의인 이 말이 왜 father에게는 쓰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