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누군가에게 끌리는 여자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둘의 연애가 점점 선명해질수록 현재 남자친구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딱히 나쁜 남자가 아니다.

  외모도 괜찮고 안정된 직업도 있고 사회성도 좋다.

  게다가 집안도 좋고 경제적 여유도 있어보인다.

  누군가가 이런 사람은 어때? 라고 물어온다면 괜찮다고 결혼상대로 좋다고  열에 여덟 아홉은 대답해줄 사람이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여태 봐 온 것으로도 그는 폭력성도 없고 도박을 하지도 않고 술 담배를 중독될 만큼 하지도 않는다.

 성실한 직장인이고 틈틈히 여자친구를 만나고  만나지 못하면 치킨을 보내줄 만큼 자상하고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잘 들어준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사람일까?

여기서 조금 망설여진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뭔가 조금씩 걸리는 것이 있다.

어쩌면 뭐라도 트집을 잡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프로 불편러라서 ... 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조금 망설여졌다.

오래 사귄 사이라 프로포즈가 근사한 이벤트가 되지 않았다고 툴툴거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은 간짜장을 먹을까? 하는 어투로 이제 슬슬 결혼을 할까 하는 말은 싫다

오래 사귀었으니 당연히 결혼하는 거? 라는 발상이 불편하다

우리 만난 시간이 꽤 되고 손도 잡고 키스도 했고 가벼운 스킨쉽도 했으니 섹스로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요구하는 것 만큼 당혹스럽다.

결혼을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요구에 수긍해주고 툴툴거라는 말투나 뚱한 표정을 아무말없이 받아준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음을 알아채고 여자친구에게 집착하고 내가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았다고 채근하는게 정말 사랑일까?

어쩌면 익숙해져서 이젠 '내 것'이어야 마땅한 것에 대한 권리주장이고 자존심만 남은 건 아닐까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내가 편해서.. 그게 내 생활을 더 유지하고 바꾸지 않아도 되는거라 배려하는 척 내 실속을 차린 건 아닐까

집안에서 반대한다는 건 표현하지 않음으로 배려한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그건 현실회피일 뿐이고 알지만 꺼집어 내서 불편하기만 한 주제들은 감추고 모른 척하며 덮고만 넘겼을 거다.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회가 거듭할수록 자존심이 강하고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남자가 어떻게 폭주할지 걱정스럷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다.

아니다 그만하면 좋은 사람 아니까? 뭘 그렇게 깐깐하게 따질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동료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상사에게 좋은 사람이 연인에게 나보다 어렵고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다른 드라마에서는 자기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스스로 어떤 원칙은 지키고 싶어하는 여자가 등장한다.일에서 성공하고 멋진 삶을 살고 적당히 타협을 하고 술수는 쓰지만 그래도 내가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고 선은 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스스로 말했듯 내 욕망을 알고 그 욕망에 거창한 대의명부을 달지 않지만 그래도 그걸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람이다.

그는 딱히 좋은 사람같지 않다.

안하무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잘난 척 하기도 하고  해야할 말은 참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나쁜 사람일까?

그 드라마에서 딱히 그 주인공 말고 주요 등장인물들을 보면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 조금 걸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충동억제가 되지 않아 폭력성이 빈번하게 나오는 인물도 있고

자기 위치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조작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도 있고

되게 멋있는 것처럼 보이지막 배려없이 직진하는 젊은 남자도 있ㄱ

적당히 타협하고 맞춰야 한다는 상사도 있다.

은근 꼰대이기도 하고 속물이기도 하고  자기의 결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버려서 일면 재수없이고 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다.

다른 누군가와 늘 부딪치고 불편하게 한다.

그렇다면 나쁜 사람인가?

쉽게 답하기 힘들다.

 

# 심리학은 사람을 어떻게든 구분짓고 특징지으려고 한다.

 대부분은 맞기도 하고 그런 이론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바꾸려고 애쓰기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인간은 어쩌면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어떤 이론도 넘어서는 존재다. 선과 악의 직선위에 어디에도 위치한다.

절대선도 아니며 절대악도 아니다. (물론 극수소의 누군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지독하고 경멸스러운 상사이기도 하고

세상에 그럴 수 없어 화통하고 대인배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가족앞에서 더 할 수 없는 폭군에 찌질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내 연인에게는 입속의 혀처럼 다정하고 곰살맞지만 친구들에게는 냉랭하고 이기적일 수도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한 두 면만 보여주고 나도 누군가의 한두면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다각체보다 한두개 이상의 면을 더 가지고있다.

그리고 그 다양함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나는 소심한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쁜 소리는 가능하면 안듣고 싶어서 몰래 욕을 하고 몰래 험담을 하고 혼자 삭인다. 그럼 나는 나쁜 사람일까?

나는 가능하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편의점 알바나 식당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말을 놓지 않는다. 가능하면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려고하고 내 일은 내가 해결하고 싶다.

도와주는 쪽이 편하고 누구가에게 도움 받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는 내 욕망을 잘 모른다.

쉽게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하지도 않는다.

가끔 타인에게 배려하고 존중하지만 진심이 아닐 때도 있다.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처럼 그렇게 습관처럼 익숙하게 나오는 행동일 때가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여태 누군가 타인이 흥미로웠었는데

문득 드라마에 빠져들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몹시 궁금하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그렇다면 왜?

나는 나쁜 사람인가?   어떤 면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내가 지금 이 순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만이라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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