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기본값이 결핍이다.

태어나 보니 이미 누군가 경쟁해야할 상대가 있다.

게다가 그 상대는 내가 사랑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 대상의 전부였다.

부모는 이미 먼저 태어난 아이에게 모든 기본값을 맞추었다.

처음 태어난 아이는 아이도 첫 아이지만 부모도 첫 부모가 된다.

그 아이가 태어나면서 비로소 부모가 된다.

부모는 어떠해야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존재하지만 태어나는 아이는 모두가 비슷하지만 다르다.

내 아이는 또 다른 아이와 다르다

나는 또 다른 부모와 다르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는 함게 서로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

늦게 자는 아이가 있고 일찍 자는 아이가 있다.

시간 맞춰 먹여주는 일이 가장 큰 행사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먹는 일에는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는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는 이러지 않는다는데

육아서를 보면 이 월령에는 이런 행동을 해야하고 이런 발달 상황을 보여야 하는데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속도가 있고 취향이 있고 성정이 있다.

실수하고 참아내고 반복하며 아이와 부모는 서로를 알아가고 부모는 그 아이에 맞춰 육아의 디폴트 값을 정해놓는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났다.

이젠 경험이 있고 여유가 있고 예측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세상 모든 아이가 다르다는 것은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다르다는 말과도 같다.

한부모라고 해도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예 기본값을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 했던 첫 경험과 달리 두번째는 잉미 경험을 통해 축적한 통계가 있고 기본값이 있다. 그러나 그건 다른아이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다.

무용지물이다.

부모는 그걸 모른다.

내가 해봤으니 아는 것은 커다란 자산인데 지금 이 아이는 그 자산을 무시하고 비웃는다.

자꾸 내가 가진 기본값으로 아이를 맞춘다.

그 기본값에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고 잘못되었으므로 훈육하고 가르쳐야 한다.

큰 아이의 틀에 작은 아이를 맞춘다.

작은 아이는 그 틀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 내 것이 아니므로

틀을 믿는 부모는 자꾸 그 틀을 통해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 새롭게 봐주기를 원하지만 표현할 수 없다.

아이는 외롭고 거칠고 스스로 자기를 증명해야하는 도전앞에 놓인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앞에서 더구나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앞에서

아이는 자꾸 외롭고 허기지고 불안하다.

그러나 눈치가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것까지 안다.

 

아이를 여럿  키우더라도 아이마다 다시 새롭게 기준값을 세워야 한다,

보편적인  가치는 아주 적게 남겨두고 저마다의 성정과 리듬에 맞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아이는 찍어낸 제품이 아니다.

살아있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생명체이고  인격이다.

 

참 늦게 그걸 알았다.

 

넌 왜 니 형처럼 니 누나처럼 하지 않니?

도데체 누굴 닮아서 그런거니?

둘째들은 이기적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네

 

때로는 기준값을 둘째에 맞추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익숙하고 편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싶어한다.

큰아이가 힘들었거나 둘째가 너무 자기랑 잘 맞다명 기준값은 다르게 정해지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둘째는

외롭고 허기지며 늘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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