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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평점 :
살을 에는 찬 공기가 적막하고 광활한 땅 위에 펼쳐졌다.
부족은 춥고 허기진 상태였다.
냉정한 겨울 먹을 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어딘가 있을 동물들의 흔적을 따라 또 다시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부족의 족장은 어려운 결심을 한다.
부족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두 여자를 두고 떠나기로 한다.
그들의 텐트와 물품은 두고 떠났다고 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의 죽음을 묵인하고 떠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그들이 선택해야 한다
사실 선택지가 있는 건지도 므르겠다.
나이가 들고 더 이상 부족에게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고 여기 죽음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두 늙은 여자는 한동안 망연자실했고 스스로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누구를 원망해도 소용이 없고 이대로 받아들이기도 억울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는 아직 멀었어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
두 여자는 죽음처럼 버려진 곳을 떠나기로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짐을 꾸리고 두 여자중 칙다이크의 손자가 남긴 칼과 딸이 주고 간 가죽끈을 챙겨 들고 길을 떠난다.
예전 지금보다 젊은 시절 많은 사냥감이 있고 물고기가 많았던 강가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미 일흔해 를 넘게 계절을 보낸 두 여인이다.
이 곳에 남는 것과 떠나는 것 어떤 것이 더 위험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이곳에 있다면 죽음만이 다가 올 뿐이다.
떠난다면 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두 늙은 여자는 짐을 꾸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긴 여정 뒤에 잠자리를 마련하면 이제 더이상 깰 수 없을 만큼 피곤한 깊은 잠에 빠지고 차가운 세벽 공기에 눈을 뜨면 도무지 펴지지 않을 것같은 다리를 펴느라 오래 끙끙거려야 한다.
그리고 한참을 주위를 걷고 나서야 다리는 풀리고 제대로 보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가는 도중 다람쥐를 사냥하고 덫을 놓고 토끼를 잡는다.
길을 떠나고 둘만이 모든 생활을 감당하게 되면서 젊은 시절 몸으로 익혔던 감각들이 하나씩 살아난다. 그때의 감각이 나이듬에 따라 얻어진 노련함이 더해져 두 사람은 두 사람만으로 삶을 지속하고 길을 걷는다.
오랜 기간 다져온 노동의 양은 몸에 그대로 축적되어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두 여자는 그동안 부족안에서는 없었던 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전까지는 서로 알지만 알지 못했던 사이였는데 함께 길을 가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 동안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함께 노동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잠이 들고 길을 걸으면서 둘은 점점 나이와 상관없이 삶이 익숙해진다.
목적지에 닿아 풍부한 먹거리에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만 한번 부족에서 쫓겨났던 경험은 그 두 여자에게 두려움을 준다. 늑대나 곰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었고 그 중에 자기 부족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당연히 죽었어야 할 두 여자는 아직 살아있고 많은 식량을 축적하고 아늑한 보금자리까지 만들었다.
우여곡절끝에 그 여자들을 두고 떠난 자기 부족을 다시 만났고 버리고 떠난 일에 대해 족장은 깊이 후회하고 있었으며 긴 겨울을 이겨내고 그 부족원들보다 더 풍요롭게 살아남은 두 늙은 여자들은 부족의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이제 두 늙은 여자는 부족과 함께 그러면서 동시에 부족과 떨어져 지내는 지례를 갖게 된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다행스럽게도 익숙한 헤피엔딩으로 끝난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게 이어지는 삶은 없다.
누구나 태어나고 성장하고 나이 먹고 늙고 죽겠지만 그 사이 긴 여백은 계속되는 원인과 결과 결과로 인한 또다른 원인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문 시간들이 이어진다.
에전 전화 상담으로 통화를 하게 된 어떤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내 나이 오십엔 내가 이리 오래 살지 몰랐지. 곧 죽을 거라 생각해서 병원에서 치료받을 생각도 못했고 내가 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지 그땐 이 나이까지 살지 몰랐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오십 그거 정말 젊은 나이더라"
내가 삶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내가 써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고....
사족
왜 항상 현자는 인디언이거나 알레스카에 사는 원주민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