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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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소설을 특히 단편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채근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자꾸 급하게 리듭을 재촉하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뒷 문장이 결과가 궁금해서도 아니다. 어찌부면 무지하게 길고 느린 호읍을 가진 문장들인데 자꾸 자꾸 빠르게 급하게 읽어간다

그냥 읽어치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오르는 이유가 뭘까

사실 그의 단편들이 편하게 읽히는 건 아니다

뭔가를 먹어가며 햇살 좋은 창가에서 사부작 사부작 읽기에 좋은 건 결코 아니다.

크게 마음을 먹고 시간을 비우고 단단히 다짐을 하고 읽어야 한다.

별 이야기 아닌듯 시작하지만 늘 읽고 나면 힘들고 아프고  숨이 가빠진다.

 

작가가 썼고 독자가 읽는다.

이야기의 완성은 결국 찯작이 독자를 찾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구도 읽지 않은 글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소설이든 시든 기사이든 블로그의 글이든 쓰여진 글은 누군가에게 닿아야 한다.

스쳐지나다고 괜찮다.

그냥 쓰윽 읽고 말아도 그 뿐이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는 만나보지 않았고 말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늘 해치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을>  <지속되는 호의> 를 읽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에 대해 생각한다. 공동체의 좋은 점 이로운 점을 알고 있지만 그 공동체가 가하는 악의 없는 폭력도 생각하게 된다. 좋은 의도 선한 마음과 예의와 배려가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 법이다.

딱히 따지고 들자면 따지는 쪽이 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들 그래서 입다물고 있는 게 낫고 모른 척해주는게 나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배려가 감사로 돌아오지 않고 그저 만만한 상대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고

좋게 좋게 하는데 왜 그렇게 꼬아서 받아들이느냐는 막무가내가 되기도 하니까

거리를 적당히.. 그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미러리즘>은 참 웃기고 고소함녀서도 어딘가 찌릿한 맛을 남긴다.

쉽게 자기 위치에서 한 발 더 걸음을 뗄 생각없이 딱 그곳에 발을 붙이고 나는 너희를 이해한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내가 선 위치에서.. 라고 말 할때 그 화자는 얼마나 뿌듯하고 스스로 막 대견할까. 다만 그렇게 상대의 입장을 안다고 하면서도 자기 위치라는 걸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은 태도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쉽게 보여준다.

발랄하고 회개망측한 이런 전복적인 이야기가 아니면 도데체 이해할 수 없는 족속이 세상에는 여전히 있다. 나 역시 내 위치가 아닌 곳의 타인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대가리만 굴리며 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웨이큰> 은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3일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 모든 구조가 민간 기술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운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나몰라라 한다는 것 , 사람의존재를 쓸모로만 판단하는 것 컨트롤 타워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결국 가까운 그때의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문장이 어눌하고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필리핀 아내의 입을 빌어 그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떤 말이냐 보다 누가 하는 말이냐? 얼마나 그럴 듯한 말인가에 더 현혹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가상체험> 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그저 환타지의 소재가 아니라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도 함께 느낀다.

어떤 말이든 누가 하는 말이든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세삼스럽다.

 

<사연 없는 사람> <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것><어느 피시주의자의 종생기>는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이야기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나 이야기가 있고 그럴 이유가 사정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세상에 소리치는 사람 작가가 그런 사람이다.

소설가가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세상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인정하고 귀를 기울이고 빈여백을 채워가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고 내가 아는 세상을 제외한 더 큰 우주가 엄연히 존재한다. 더구나 바로 당신 곁에 조금만 고개를 돌리고 몸을 뒤틀면 보이는 그곳에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독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내 세상을 조금씩 밀어내어 넓혀가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글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쉽게 판단하지는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니터를 통해 손에 쥔 가상세계속으로 쉽게 뱉어낸 말때문에 누군가는 곰을 두려워하고 곰과 관련된 모든 것이 두려워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 쓸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이를 키우고 일상을 살아가며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

글을 읽으며 그 속에 단하나 내가 지지할 수 있는 문장을 찾는 사람들

쓴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이어지는 단하나의 문장들에 대해 생각한다.

글을 읽는다는 것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저마다 다른 의미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누구든 나와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과 그럼에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이 책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할 한개의 문장이다.

매번 모든 책이 나쁘지 않았다고 믿는 나는 수준있는 독자는 아니어도 적어도 꽤 진지한 독자는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대체로 큰 희생의 결과로 위대해지곤하지만 그걸 치르겠따고 결심하는 순간에는 의외로 작고 평범하며 개인적인 이유가 작용하기도 한답니다.
- P182

나는 말이지요 세상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나 뛰어난 위인 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이리 툭 튀어나온 송곳처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뭐 낭중....
가죽을 뚫고 나온다 하던데 그러나 뚫고 나오면 뭐할거냐고, 수틀리면 잘라내버리지 않나, 나는 한 개 한 개의 송곳이 유난히 튀어나오기보다 그 걸 감싼 가죽이 튼튼하길 바랍니다. 한 개의 송곳이 뾰족 뚷ㄱ고 나오지 않아도 되는 질기고 억센 가죽 주머니를 윈해. 사람이 이대하지 않고서도 사랑이 위험하지 않고서도 그 꼴이 유지되거나 아루어지는 자리를 바래요. 그 누구도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복면을 쓰거나 전진 타이즈를 입지 않더라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요
- P183

그러나 당신은-- 세상에 있는 사람의 수만큼 이야기가 존재하고 그 누구 할 것 없이 자신이 하번 입을 열기 시작하면 대하장편으로도 모자란다는 이들이 숱하며 제아무리ㅣ 어떤 사고뭉치나 가해자였더라도 아름다운 대상으로 화장하여 경의의 대상으로 등극시키는 다양한 술법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어째서 당신에게만 이름이 없고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가 어째서 당신은 그 어떤 남루하고 상투적인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가--여기 누운 사람 중에 그 만한 사정 없는 사람도 다 있나? (중략)
나는 눈앞의 사람에게 온 힘을 다해 존재의 이름과 더불어 새로운 서사와 질서를 부여한다. 그것이 세상 어디서도 온전한 자신의 몱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필작가이자 기획작가이며 짜집기 전문 이야기꾼으로서 집필노동자인 내가 이 세상에서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 P213

자부하기도 민망하지만 나는 내가 그동안 그녀를 비롯한 여성들을 댇함에 있어서 꽤 모범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여자를 돈 주고 사본적도 없고 원하지 않는 여자를 건드린 적 없다. 따로는 여자가 원하더라도 술에 취한 사람은 손대지 않았다. 아이돌 몰카 동영상 같은거? 그래 그거 좀 친구들끼리 구워 보고 돌려 보고 품평했따. 직접 찍어 돌린 것도 아니고 출처 모를 걸 받아다 돌렸는데 그 정도도 안하는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취기로 내 목소리가 내 귀에 안들리는 바람에 점점 언성이 높아졌는지...(중략) .. 말 끝마다 여자가 같은 소리도 팀원들에게 습관적으로 뱉어본 적 없어. 치마 길이에 핀잔을 준 적도 없고 회식때 술 쏟아서 닦아준 것 외엔 무릎에 손대보 적 없고 그마저도 내가 일부러 쏟은 게 아니라고..그런데도 자꾸만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나도 모르게 잘못한 게 뭐가 있지? 같은 생각을 하게 돼. 그럴 만한 일 뭐라도 확 저질렀어야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거 같 - P153

뭐 알고 지내온 동안 네가 평타 이상 치는 사람이었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말이야 그건 이 사호가 말하는 평타의 허들이 워낙 낮아서가 아닐까 너 나름대로 퍽 준수하다고 여겼던 그거 옵션이 아니고 기본인 건 알지? 그거 인정하고 싶니? (중략) 하지만 그렇다고 칭찬받을 일도 아니지 그전까지 네가 나름대로 애썼다고 자부심을 피력한 부분은 사실 ‘고작‘ 내지는 ‘최소한‘에 속하거든 그걸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은근히 있다는 것부터가 에러라고 그리고 피해자가 되는 건 반드시 그럴 만한 일을 해서가 아니야. 내가 삼십오년동안 너희 김팀장 같은 자들의 마수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걸 아니 이제는 짐작가능 하려나? 네가 가졌으면서도 호읍만큼이나 당연한 까닭에 가진 줄도 몰랐던 반푼엋 권력을 박탈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말이야. - P154

누구도 정주를 알지 못하며 정주 또한 그들을 모르는 세계에서의 불안과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나 실상은 아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의 안식 가운데 선택을 요하는 ㅁ누제에 불과했다. 환멸과 친밀은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값싼 동전의 양면이었고 이쪽의 패를 까거나 내장을 꺼내 보이지 않은 채 타인에게 절대적 믿음과 존경과 호감을 얻어낼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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