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글렌클로즈를 위한 글렌 클로즈의 영화

단순한 플롯과 구성을 꽉 채운건 그녀의 연기와 표정이었다.

 

남편이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는 새벽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누구나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느낄 만큼 서로에게 다정하고 여전히 서로가 필요하고 심지어 섹시하기깍지한 관계 . 완벽하게 나이든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의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뛸듯이 기뻐하지만 한편 씁쓸한 표정이 언뜻 언뜻 들어난다.

그동안 도와준 아내를 언급하며 감사하는 자리에서도 조안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무조건 좋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스웨덴으로 가는 길 틈틈히 과거가 플래시백 되는데

결국 남편의 그 모든 작품은 조안의 것이었다.

재능이 없는 교수였던 남편 대신 재능있는 조안이 글을 고치고 손대면서 발표한 모든 작품이 연달아 인기를 얻고 명성을 얻으며 어쩌면 두 부부의 공동작품으로 그러나 세상은 철저하게 남편의 작품으로 그 모든 것을 평가한다.

시대의 이유로 여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의 목록을 더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그래서 조안도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재능 없는 남편이 한 무리의 영리해 보이는 여학생들앞에서 당당하게 하는 말이 그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조안을 글을 썼지만 작가가 아니었다.

시대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어느 부분은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남편을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고

누가 쓰던 작품이 완성되고 성공한다면 그만이라는 소박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소박한 마음이 커다란 명성과 부와 명예로 돌아왔다.

철저하게 조안은 뒤로 숨고 남편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일을 조금씩 알아가며 뒤를 캐는 전기작가에게 조안은 마음이 흔들린다.

여태 나이 먹어가며 여전히 자기가 손이 가지 않으면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남편을 챙겨야 하는 것

아이들도 돌보지 못하고 서재에 박혀 썼던 글들은 남편의 이름으로 출판되고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남편은 작품과 주인공마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한 것은 무엇이고 내가 남긴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모든 주부가 아내가 한 번은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다.

내 인생은 어디로 갔나?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왔을까?

스웨덴 왕에게 자신의 역할이 '킹 메이커'라고 말을 하지만 

남편이 수상소감으로 다시 자기를 언급하며 영혼의 단짝이니 영감의 원천이니 하는 말에 그만 모든 감정이 올라온다.

이전에 조안은 남편에게 절대 수상 소감에서 자기를 언급하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를 했었다.

누군가의 내조자로 빛 뒤에 숨은 어둠이기는 싫었을까?

아니면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에서 나는 제외되고 잊히는 것이 영 꺼림칙했을까

그저 조력자로 내조자로 사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부부는 평생 처음으로 충돌하고 돌이키지 못할 지점까지 갈라서지만

그 순간 남편은 사망한다.

가장 명예로운 순간, 가장 절정에서 가장 뒤통수를 치며 이제 조안은 죽은 노벨문학상 작가의 남은 가족이 된다. 죽어버린 작가의 아내로 남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조안은 전기작가에게 남편의 일을 더 이상 떠벌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모든 것은 거짓이며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노트를 집어드는데.

 

그녀는 그 노트에 이제 자기의 글을 써가기 시작할까

아니면 그냥 빈 노트로 두고 작가의 아내로 살아갈까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어떤 답을 찾을 수도 없다.

영화내내  지루하고 예측 가능한 플롯에서도 다양하게 빛나며 의미를 응축하던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겨우 눈빛으로 모든 감정이 오가고 영화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가 아니면 누가 표현할까

마지막 비행기안에서 그녀의 표정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집에 돌아가면 아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까

모르겠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선택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 되기를 빈다.

더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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