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의 운영을 위해 (그 주체가 국가든 회사이건 무엇이든)

이야기를 금지해야 했다

누군가 타인에게 관시을 가지지 말것

상상하지 말것

감정이입을 하지 말것

그렇다면 서성일 일도 고 주저하거나 자기가 가진 정의와 윤리를 다시 되돌아 볼 일도 없다.

듣고 보고 배운대로 믿으며 그대로가 전부라고 믿어버린다면 사회는 갈등도 없고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그건 모르겠다.

소설을 읽는다는 일이 부질없다란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윤성희의 소설은 늘 내 발목을 잡고 옷깃을 붙든다.

'그리 서둘 필요 없잖아. 천천히 읽어  문장이 어딜 도망가니?'

단문들이 반복되면서 자구 헷갈렸다. 이 문장을 읽었던가? 건너뛴 문장이 있는건 아닐까?

가끔 건너뛰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하나도 빼먹을 수가 없다. 짧고 무심하고 건조한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그려내는 사람들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쩌나. 이런 삶을 어쩌나...

평범하고 특징이 없고 이렇다할 드라마도 없는 이야기가 자꾸자꾸 궁금하다.

어릴 적 네번이나 죽을뻔한 경험을 했다는 것

이복형제들과 살았다는 것

열일곱의 딸을 잃고 아내와도 헤어졌다는 것

이젠 다니던 작장도 그만두었다는 것

쓰다보니 주인공의 삶이 별일 아닌건 아니다.

그러나 윤성희의 문장들은 워낙 덤덤하고 무심해서 별 일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고 자꾸 신경쓰인다.

단조로운 리듬이 적당히 지루해서 나른한 기분 그러나 딱 멈추는 지점이면 기가 막히게 눈이 떠지는 백색소음같은 것. 익숙하고 익숙한데 멈출 수 없는 것

그런 문장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과 사람을 보여준다.

 

근식이든 영무든 그는 여전히 그다.

첫문장. 자신의 것이 아니라 죽은 딸을 설명해줄 첫문장을 찾는 남자.

어쩌면 뒤늦은 애도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늘 남들의 착각과 오해속에 숨어 살았던 삶에서 걸어나와 제대로 스스로 설명해보려는 용기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짧은 기억들이 파편처러 제각각이지만 그것들을 무장으로 이어붙이면 내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

첫문장은 별 거 아니지만 별 거이기도 하다.

다음 문장 그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며 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작이다.

나는 나의 첫문장을 생각한다.

어떤 문장은 깊이 스며들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몸에 붙었다가 부지불식간에 어디서 떨어져버리기도 한다. 내것이 되지 못하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왔다가 가버리는 언어들 문장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걸 표현할 문잗을 찾지 못한 것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문장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내 몸에 붙었다가 떨어져버린 스며들지 못한 문장들을 하나 하나 주워서 이어분다면 결국 그것들이 내가 아닐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몰랐던 게 아닐까

 

문장을 쓰는 일

첫문장을 무엇으로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멋진 첫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해서 문장들을 이었는데 다 쓰고 보니 빼버리는게 더 나을 수도 있고 다른 문장으로 바뀌어도 상관없을 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첫 문장으로 시작해서 문장을 차근 차근 쌓아가는 일이다.

첫문장은 첫문장이다.

그러나 첫문장이어서 쉽게 나오지 않는 문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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