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막창집과 호프집이 나란히 있는 골목에서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 칠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더 싼방을 구해야 하는 12월의 마지막날  떨어뜨린 케익 상자라도 꽉 부둥켜 안아야 하는 마음이 현실이다. 그건 안타까움이나 절망이 아니다. 감정들을 잘 걷어내야 보이는 그냥 현실이다

(에뜨르)

 

즉은 장의 일기를 보고 주인공은 다르게 살고 싶다고 느낀다. 나를 다른 시선으로 봐주고 기억했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며 취급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인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의 노랫가사를 풀어내면 이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한다고 기다리라고 약속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  이미 그 기다림을 잊어버리고 산 어느날 문득 다시 기억해내는 일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현실을 알게 되는 것은 슬프다.

세상에 손가락질받아 마땅했고 비난받아도 당연했던 사람이란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은 결국 누구나 자기 삶에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못할 것도 없는데 그래서 때로는 그 이야기를 아는 것이 싫기도 하다.

그냥 몰라서 미워하고 선을 그어버리고 나누고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나만 힘들테니까

사랑과 관심을 경험했던 사람이 그것이 사라졌을 때의 박탈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사랑받는다는 것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것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오고 상처가 깊고 배신감은 진하다.

나는 때로 무시가 산뜻한 계산법이 되는 확고한 자세가 부럽다. (개의 나날)

 

액정이 깨어져 실금이 간 핸드폰이 멀쩡하게 작동되는 걸 본 적이 있다.

보기에는 기괴한데 사용에는 지장이 없는 이상한 광경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아직 약정기간이 남았으니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그 폰으로 통화하고 인터넷을 하고 게임을 하고 쇼핑을 했다.

가끔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그 금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사회적 관계가 남아서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그냥 모른 척 할 때 가 있다. 깨어져 새긴 균열들 금들은 미세한 가루를 흘리며 조금씩 조금씩 소멸되고 있는데 애써 모른 척 하거나 정말 모르고 살아간다.

미세한 금속가루는 위험하다.  (휴가)

 

폭풍이 치기 직전끈적거리고 흐린 날씨

곧 쏟아질듯한 긴장감이 하루하루 이어지면 그냥 무뎌질 수도 있겠다.

남편의 실종

그리고 계속되는 일상들

차라리 무슨 일이 터져버리는 것이 편할 것 같지만 이대로의 미완이 계속된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셈이니 그것도 좋을거라고 착각한다.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혹은 이미 일어난 일을 내가 모른다는 것 그건 같은 일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억지 같지만 위안이 되는 일

뭐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태풍이 오기전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 그 크기가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냥 이렇게 계속 이어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익숙해지는 순간이 위험하다.

(뒷모습의 발견)

 

큰일이 끝나면 소설이나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러나 일상은 계속된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은 여전하다.

마음이 바뀌어도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이후의 삶)

 

읽는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타인의 섦을 들여다 보고 구경하는 것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위안을 받는다. 읽으며 위로받고 변할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읽으며 견디고 견디며 읽는다.

그 견딤이 누구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고통일지라도 고통은 고통이고 견딤은 견딤이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그리고 출산하는 딸 옆에서 다시 엄마 노릇을 하는 것

일상은 돌고 돈다.

주인공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변해가네)

 

소설이 끝나도 인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비슷하게 살아갈 것이다.

책장을 덮는다고 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저 나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은 책 그렇게 상실 이별 고단함 같은 것들을 견디고 그 사이사이 반짝이는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대단한 일들이 아니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우리는 모두 대단한 일을 해왔고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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