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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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영업비밀을 풀어낸다는 말에 혹했다.

누군가의 비법을 알아낸다는 건 늘 짜릿한 일이다.

비법을 안다면 누구나 정유정같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요새 챙겨보는 프로그램중에 "골목식당"이 있다.

알다시피 조금 부족한 골목의 식당들에게 백종원이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미션을 주고 그 미션을 해내면 솔루션을 주며 함께 상황을 해쳐나가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식당 영업을 잘 알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백종원은 각각의 식당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한다.음식의 맛이 부족한 가게에는 아낌없이 레시피를 제공하고 영업에 문제가 있는 가게에는 손님 응대나 재료 보관 등등을 알려준다.

식당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음식맛이 있어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솜씨면 식당을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내 가족이나 손님들을 먹이는 음식과 식당의 음식은 다르다.

내가 돈을 내고 사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누구나 바라는 기대치가 있다.

적어도 돈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데 그 돈 값이라는 것에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맛이 있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 하고 손님으로 대우도 받아야 겠고 분위기도 좋고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곳이어야 할 것도 있고... 사람의 마음은 제각각이고 간사하다.

파는 음식이란 그런 모둔 소비자의 욕구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

돈을 내가 파는 음식 아닌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음식이 아니다

백종원은 각가 필요한 솔루션을 준다. 어쩌면 그가 가진 영업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백종원의 비법을 알았다고 모든 식당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가게 주인의 태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비법을 가졌다고 모두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 비법을 제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비법을 비법인지 모르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비법이 비법이 아니게 되는 묘한 비법을 가진 꽝손들도 있다.

결국 비법이 비법인 것은 그 비법을 가진 이의 노력과 능력 그리고 꾸준함이다.

 

정유정이라는 작가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단하고 치열하고 악착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니...

나는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는 않았다.

"7년의 밤'과 "28"을 읽었을 뿐이다.

남자 작가인 줄 알았다.

크고 단단한 이야기의 구조와  저마다 개성과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 그리고 인간의 추악함을 끝까지 파고 내려가는 집요함까지 읽다가 지치고 이젠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두권으로 독서를 그만 둔 것도 어쩌면 도서관에서 빌리기 너무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다 읽ㄱ 나면 내가 기운이 뿍 빠지는 그 체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자기의 비법을 풀어낸다.

당연히 그 비법 역시 악착같고 치열하다

별 다른 것이 아니다.

꾸준히 쓰고 많이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고 파고 또 파고 고치고 또 고치는 행위의 반복이다

문학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글에 대해 당당하고 단단하다.

 

음흉한 마음으로 그의 비법을 알아내겠다고 밑줄 칠 준비까지 단단히 하고 책을 펼쳐든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 비법을 알아낸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비법이 아니다.

세상에 굴러다니는 많고 많은 법칙들 역시 비법이다.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

그 사이에 비법이 존재한다.

 

나는 단단하고 치열한 그의 책을 읽을 준비만 하기로 했다.

그녀의 비법들을  찾아내면서 그녀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괜찮은 독자라는 위치도 나쁘진 않다.

다음 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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