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이라고 한다

이 책은 나와의 관계 회복하는 이야기이고 나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과정이다.

 

내 몸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내 정신 혹은 내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다르다.

꾸밀 수 없다.

내 몸은 나보다 타인이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거울이라는 도구를 통해 볼 수 밖에 없고 내 눈의 위치에서밖에 볼 수가 없지만

타인은 나를 사방 어디서든 입체적으로  훓어보고 빤히 오래 바라볼 수 있다.

몸에 대해서는 꾸밀수도  감출 수도 없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몸에 대한 이야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몸은 그대로 나 자신이며 내 존재이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의 축척이며 내 생각과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고 나의 삶이고 역사다.

내 몸은 무의식으로 나를 드러낸다.

눈빛  무심한 손버릇, 서 있는 다리의 모양새 걸음걸이 말할때의 손짓이나 고개각도 태도등 삶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쉽지 않은 글쓰기였을 것이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했다.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고 고통을 엮어서 쓴 글일텐데 이렇게 쉽게 넘기며 남의 일이라고 읽는 것이 과연  바른 태도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몸을 통해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을 쓰기 위해

몸으로 겪은 고통을 드러내고 그래서 몸을 숨기기 위해 몸을 불리고 존재감을 없애면서 동시에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더 크고 강하게 만들고 싶은 상반된 욕구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과정의 기록이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망치는 행동이 결국은 내 몸을 망치고 학대하는 행위가 된다.

오히려 스스로 하는 학대가 위안을 준다는 아이러니가 있었고 남들은 쉽게 일반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건강을 염려하고 미용적인 관점을 들이대고 걱정하는 척 미웃고 비판하고 자기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번 쉽게 보게 된 대상은 계속 쉽고 만만하다.

만약 내 주위에 록산 게이와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야지.. 힘들지 않니? 하며 걱정하는 척 간섭할거고 동시에 일반적인 기준이나 사회전반의 기준들이 조금이라도 정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면 모든 것이 불편하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상대가 불편할거라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무시하며 피해버릴 것이다.

나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 쉬이 해석하지 말아야한다.

쉽게 판단하는 일이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읽고 받아들이는 일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금 시야를 넓히고 나를 돌아보는 일

그것만이 독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예의라는 생각을 한다.

 

 

나 자신이 생각보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고 손가락질 받는 것도 싫고 작은 흉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남을 많이 의식하는 행동이었다.

완벽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적은 없지만 적어도 경멸을 받거나 누군가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이었다.

지적질을 잘 하지만 지적질을 받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나와 관계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통제하고 반듯하게 주름을 펴고 티끌조차 없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사소한 실수나 무심한 언행으로  쯔쯔하는 눈빛이나 비웃음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바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튀기 싫고  사회의 질서에 맞추어 그렇게 무난하게 넘어가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행동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이의 잘못을 알려주려고 그래서 고쳐주고 싶은게 아니라 그 행동의 결과가 나에게 튀는 게 싫어서였다

아이의  실수나 건방져보이는 모습이 나에게까지 비난으로 올까봐 그게 싫은 거였다

비난의 끝에 나에게 향하는게 싫었던 것이다.

무심한 척 남에게 관심없는 척 하지만 사실 나는 늘 외부에 안테나를 세우고 주위의 눈치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당분간 이렇게 솔직하고 절실하며 동시에 당당한 고백은 만나기 쉽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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