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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 트로이 전쟁에서 마케도니아의 정복까지
김진경 지음 / 안티쿠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대로 이책은 고대그리스사 입문서이다. 이책은 전문가나 전공자를 위한 서적이 아니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역사로서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문에서 이책의 목적을 말하면서 ‘이야기 ~사’와 같은 류와 같은 책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책들은 깊이가 부족하다. 다시 말하자면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없다. 너무 쉽게 쓰려다 보니 감각적이 되기 쉽고 그러다 보니 조금만 어려운 내용도 적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읽고 나서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 피상적인 책이 되지 않으면서 그 시대에 대한 그림을 그려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대학에서 수십년간 해온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는 푸념을 책의 서문에 적고 있다.
강의에서 하듯이 이야기를 섞어 쉽게 다가오도록 한다는 뜻이다. 실제 이책을 트로이를 발굴한 슐리히만이 실은 떠벌리기 좋아하는 허풍선이에 사기꾼이었다는 일화 같은, 강의실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기억을 더 잘하게 하기 위해 겹들이는 양념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식 강의 스타일은 일화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록이 남아있는 역사시대를 다루는 부분에선 주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가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그런 정책을 썼는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등을 다루는데 많은 지면을 할당한다. 그러면서 원전의 기록이 상이할 때는 헤로도투스의 역사에는,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는,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는 어떻게 소개되어 있는가 등도 소개한다.
이야기식 스타일은 학설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학설들이 대립되는 부분에선 여러 학설들을 짧고 정연하게 정리하면서도 왜 학설들이 대립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실제 논쟁을 보듯이 논리를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그 학설 중에 자신은 이것이 더 설득력있다는 평결을 내리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학설을 나열만 하고 판단은 알아서 하라는 식과는 다르다.
이 정도면 이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학부에서 고대그리스사 전공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재미없고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명강의로 유명한 강의를 신청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책의 스타일은 알았다. 재미있다는 말이군. 그러면 이책의 내용은 어떠한가? 이책의 내용은 한정적이다. 고대그리스사 입문이라면 다룰 수 밖에 없는 레퍼토리가 잇다.
그리스의 지리적 특성, 미노아 문명, 미케네 문명, 암흑시대, 폴리스의 성립, 페르시아 전쟁, 펠레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더 제국, 헬레니즘. 고대 그리스사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주제이다. 상당히 방대하는 것을 알 수 잇다.
저자는 그 방대한 주제를 모두 자세히 다루기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다고 느낀다. 이야기식 강의라는 것이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방대한 주제를 다루려면 취사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주로 정치사에 국한하는 것으로 타협한다. 이야기 거리도 많고 우선 정치사를 파악해야 경제, 문화, 사상과 같은 다른 주제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책에선 알렉산더의 죽음으로 책의 내용이 끝난다. 그의 사후 제국의 분열이라든가 헬레니즘 시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분량상의 제한 때문이라 생각된다.
요약하자면 이책은 초심자가 고대그리스사를 재미있고 쉽게 접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쓰여졌다. 그런 목적은 일단 이책에서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을 위해 이책에서 다룰 수 없었던 내용들도 많다. 그러므로 이책은 이후 다른 책들을 읽어나갈 발판으로 간주해야지 이책 한권으로 고대그리스사의 개요를 잡을 수 있는 성격으로 쓰여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