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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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마니아 또는 전작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전부는 아니고 몇 권을 띄엄띄엄 읽은 나로서는, 16년 만의 소설집이 반가웠다.
나는 원체 집중력이 길지 않아서 장편보다는 단편 읽기에 더 익숙한 편인데, 단편집이라니 하면서.
그는 여전히, 힘겹다.
다른 사람의 한 이웃으로서 이 글들을 썼다고 하는데, 이웃이기는 하되 속사정을 다 아는 이웃.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웃일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나는 느꼈다.
줄거리따위가 뭐 그리 대수일까. 다만,갖가지 사연을 안고 사는 이웃의 모습이 삶이란 참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무엇이던가..하는 마음을 강화시킨다.

김훈은, 참 힘들 것이다.
이런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그의 마음은, 술로만 조금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글을 읽는 나는? 나는 읽는 자일 뿐, 그 아무것도 아니다. 읽는다고 내가 달라질까? 느낀다고 내가 달라질까? 고정되고 뻣뻣한 내가, 일말이라도 움직여질까?
요새 계속 드는 의문. 나는 변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이런 내가 나였을까? 나는 평생 이런 모양이지 않았나?...이런 내가 누구를? 누구에게?
그냥, 헛개비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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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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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는 꽤 오래 전에 가 봤다. 그래서 그 사이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생각할 계기도 없었다. 다만, 그 시절 몇개의 지명들이 눈에 띄니 살짝 반갑기도 했다. 눈앞에 그려보려고 해보았으나 너무 멀어, 역부족이었다. 기억의 시간이 너무 멀리 흘러 버렸으니.

중편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마지막 두 편 빼고는 분량이 꽤 된다. 대부분 주인공은 여성이고, 자본주의가 오기 전의 모습에 대한 소설은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돈이 파고든 세상의 모습, 달러가 루블화보다 더 견고하게 일상을 지배하는 모습은, 서글프다. 미국과 대적하던 나라가 미국의 화폐를 더 대접하는 세상이 되다니,
어디서나, 어느 시대건 여성의 삶은 힘들다.
이곳, 이데올로기가 지배했으나 물러가고,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한 세상에서. 여성의 삶은 나아진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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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맛일기 1 보리 만화밥 4
심흥아 지음 / 보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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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착하다.선량하다. 예의바르다. 다른 처지의 사람을 그 처지에 맞게 이해한다. 서로 따뜻하게 잘 보살피고, 오손도손하다.
등장하는 음식들도 친근하다.
그림은 채색하기 직전의 연필데생같다.
색을 안 쓴 게 맞지?
그래도 이질적이지는 않다. 보리 출판사는 원래 이렇다. 보리보리하다. 심흥아라는 작가는 우리 동생이 힐링하고 있는 만화 까페 보문을 부탁해의 작가다. 아니 그 부인이랬나? 여튼 작가가 순하고 착할 것 같다.
어떤 이상적인 나라가 있어서 거기 사는 할머니와 손주 그리고 그 손주의 엄마, 그리고 이웃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모두 어우러져 사는 것 같다....그러니까....보리나라의 보리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여기는, 없을 것 같다. 여기 ...이 지옥 같은 편견과, 혐오의 나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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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아닌 사람 대산세계문학총서 172
샤오홍 지음, 이현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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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지명이 아니었다면 1930년대 우리 이야기인 줄 알 법했을 듯하다.. 샤오홍이라는 낯선이름을 소개한 누군가의 글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놓쳤을 책이다. 일본과의 전쟁 중 이리저리 피난도 가고 어지러운 시절에 이만한 작품으르 쓸 수 있었다니 가히 천재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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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5-27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하루에 한 두 편 밖에 못 읽겠더라고요. 심적으로 힘들어져서;;;

테레사 2022-05-2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저도 잠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어요....
 
오늘은 홍차 1 (리커버판) - 오늘도 살며시, 티테이블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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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만화를 주로 읽어서인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생활만화범주라고 해야 하나..여튼 자잘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누구나 겪어봄 직한 이야기들을 홍차와 매칭한 점이 흥미롭다.
나도 홍차에 입문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나에게는 어릴 적 기억이 있다.
신반에서 살때라고 하는데, 그때 나는 겨우 네살이었다고 한다.
나를 잃고 혼줄이 빠졌을 젊은 새댁이었던 엄마,
뭣도 모르고 직선으로만 걸어가던 네살박이, 다섯살박이 두 꼬마를 영영 잃어버리는 게 아닌지, 젊은 새댁은 울었을 것이다.
그게 맞는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밤마다 잠들기 전 젊은 새댁은 두 꼬마에게 해태 알사탕을 한개씩을 나눠준다. 그리고 홍차냄새...그게 신반에서 있었던 이야기인지, 아니면 좀더 자란 산청에서의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젊은 새댁은 장미꽃 문양의 찻잔과 한세트인 찻주전자에 홍차를 우렸을 것이다. 그리고 코코아가 있었다. 새까맣지만 새까맣다고만 할 수 없는 초코렛색 코코아도 한잔씩 얻어먹었던 두 꼬마.
홍차, 코코아보다는 홍차로 남은 그 어린 날.. 새댁과, 장미차주전자와 찻잔.
이후 홍차의 향을 그리도 그리워했건만, 그때의 그 향을 만난 적이 없다. 가끔 미세하고 어렴풋하게 비슷한 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홍차도 만났지만, 어린날의 그 때처럼 설레고, 흡족하게 만져주지는 않았다.
젊은 새댁에게 그 홍차는 어디서 났을까? 알사탕과 코코아보다 홍차의 냄새가 나는 더 그립다.
장미찻잔과 주전자는 서울로 이사오고 나서도 한참 지날때까지도 우리집에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찾아보니 없었다.그 젊은 새댁이 사라진 이제 홍차...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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