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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평점 :
모스크바에는 꽤 오래 전에 가 봤다. 그래서 그 사이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생각할 계기도 없었다. 다만, 그 시절 몇개의 지명들이 눈에 띄니 살짝 반갑기도 했다. 눈앞에 그려보려고 해보았으나 너무 멀어, 역부족이었다. 기억의 시간이 너무 멀리 흘러 버렸으니.
중편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마지막 두 편 빼고는 분량이 꽤 된다. 대부분 주인공은 여성이고, 자본주의가 오기 전의 모습에 대한 소설은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돈이 파고든 세상의 모습, 달러가 루블화보다 더 견고하게 일상을 지배하는 모습은, 서글프다. 미국과 대적하던 나라가 미국의 화폐를 더 대접하는 세상이 되다니,
어디서나, 어느 시대건 여성의 삶은 힘들다.
이곳, 이데올로기가 지배했으나 물러가고,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한 세상에서. 여성의 삶은 나아진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