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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 범우희곡선 10 범우희곡선 10
피터 셰퍼 지음, 신정옥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피터 셰퍼의 영원한 주제인 천재(혹은 초인)와 범인의 대결구도가 절정을 이룬 장막극. '요나답'의 유다와 예수. '에쿠우스'의 다이사트와 알랭.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이들은 이름과 시대를 달리 하지만 피터 셰퍼의 작품 속에서는 결국은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들이다. 한국에서는 연극으로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라 영화로 소개되었다. 톰 헐스가 모차르트를 맡았고 네빌 마리너의 지휘로 영화음악의 대부분이 연주되었다는 사실은 비교적 알려져 있는 반면 이 영화의 원작이 희곡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듯.

희곡이라면 덮어놓고 지겨울 것이라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보탠다면 '아마데우스'는 다른 희곡들과는 달리 읽어서 재미있는 몇 안 되는 희곡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만을 놓고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는 봤지만 희곡을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전 희곡은 희곡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읽기에는 굉장히 길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 책 한 바닥이 온전히 소요되는데 누가 그걸 재미있다고 읽겠는가.

예전에 BBC에서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적이 있는데 무려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마 그 시대의 사람들은 굉장히 인내심이 강했었나 보다. 하지만 피터 셰퍼가 쓴 연극 대본들은 그렇지 않다. 마치 영화를 만들 것을 예상하고 쓴 대본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끄럽다. 물론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일단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어지간한 소설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아마데우스'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그의 재능이 가장 빛나는 작품이다. 희곡을 읽는 동안 이야기의 흐름뿐만 아니라 음악과 무대장치를 상상해가며 읽으면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 하나 더 추가하면 지문에 쓰인 웅장한 모차르트의 음악들과 화려한 조명들이 빛나는 것을 상상하는 것 역시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피터 셰퍼가 대단한 작가라는 것과 함께 그가 쓴 작품마다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셰익스피어나 아서 밀러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다루는 주제의 무게와 전달방식이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사실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말이 나왔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가 설정한 주제의 알맹이는 단순한데 포장에 너무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아마데우스'만 하더라도 그렇다. 피터 셰퍼는 자신이 얘기하려는 것을 신(神)과 클래식 음악으로 우아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알맹이는 '질투심'이다. 잘 난 사람을 질투하는 것. 이것은 범인(凡人)들의 인지상정이다. 근데 이걸 얘기하는데 신에 대한 도전이니, 복수니 하는 거창한 주석을 달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작가에 대한 일종의 '질투'일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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