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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 강좌>, 칼 프리드릭, 법문사, 1981

 

 

칼 요하임 프리드리히(프레드릭)의 <정치학사상 강좌>라는 책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아주 오래 전 동아일보 신간 소개란(내 기억에 저자가 '칼 프리드리히'라 표기 돼 있었다!)에서이다. 신문의 서평을 보고 책을 사 볼 요량으로 대형 서점에 갔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구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자가 C.J. 프리드릭 으로 표기 되어 있는 거다. 책 제목도 <정치사상강좌>. 내겐 참으로 황당한 사건이었는데, 어찌됐건 당시에 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가 ‘내 멍청함’에서 비롯했다. 정치학 수업 시간에 교수가 중간고사 겸 페이퍼 숙제를 내줬다. 흑판에 페이퍼 주제를 ‘자유선택’이라 썼다. 난 이걸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유 선택]의 문제라니, 참으로 어렵군!’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난 페이퍼 주제가 정말로 ‘자유 선택’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자유와 제약’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해 제출했다. 작성하면서 얼마나 머리에 쥐가 났는지 모른다. 다 쓰고 나서야 자기가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제출하라는 걸 알았다. 얼마나 내 멍청함을 자책해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 당시 나의 멍청함이 ‘자유’라는 주제에 대해서 아주 심도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나 스스로 제공받아 내심 위안을 삼고 있다. ‘자유’라는 주제가 얼마나 큰 개념인지 난 그때 보고서를 쓰면서 처음 알았다.

 

‘자유’는 철학과 정치학 그리고 경제학, 사회학, 법학, 행정학 등 소위 ‘이데올로기 학문’라고 일컬어지는 제학문에 걸쳐있는 중요 주제였다.

 

그래서 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하여 정치철학적 자유와 이데올로기적 자유의 개념을 차례로 검토해 나갔다. 출발은 칸트의 자유관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제도적 자유의 개념에 이르러 논의가 막혀버렸다.

 

그냥 쉽게 ‘자유의 차원’을 언급해 주기만 하면 됐는데, 논점을 제대로 잡지 못해 우와좌왕 한 꼴이 되어, 페이퍼를 정리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칼 프리드리히의 <정치사상 강좌> 한 권만 봤어도 엄한 시간낭비는 하지 않아도 됐을 터였다.

 

이 책 1장이 바로 ‘자유의 차원’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 2장 자유주의의 교리까지 봤다면 난 페이퍼를 아주 쌈박하게 정리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거다. 그만큼 이 책은 ‘자유’와 ‘자유주의’의 개념과 발전을 아주 잘 정리해 주고 있다.

 

한 마디로 프리드리히의 <정치학사상 강좌>는 자유와 자유주의에 대한 책을 쓸 때 반드시 언급해 주고 넘어가야 할 중요 저작이라는 거다.

 

비록 이 책이 하버드에서 행한 정치학 입문 12강좌를 녹음하여 출간한 책이지만, 노교수의 학문적 역량이 집결된 중요 저작물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이유가 광범위한 주제를 매우 쉽게 설명한 책이라서 학생들의 관심이 고조되었고, 결국 강좌를 녹음하여 출간까지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를 논한 책이라면, 누구든 하이예크의 <자유주의>와 칼 프리드리히의 <정치사상 강좌>는 중요 참고문헌으로 반드시 언급해야 될 책이라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유주의’는 ‘자유’의 철학적 논의로부터 파생된 이데올로기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치학에 기반한 ‘자유주의’ 연구이건, 아니면 경제학에 기반한 ‘자유주의’ 연구이건 ‘자유의 차원’은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하는 소주제이기 때문이다.

 

헌데 근래 읽었던 이나미 씨의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책세상, 2001)은 하이에크의 <자유주의>와 <정치사상 강좌>가 완전히 빠져 있다. 중요 서지 목록에도 없고 추천도서에도 없다. ‘자유주의의 기원’이라는 타이틀을 단 책이 ‘자유의 차원’도 다루지 않다니, 개인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책이다.

 

어쨌거나 칼 프리드리히 박사의 <정치사상 강좌>는 매우 평이하면서도 정치학의 주요 논점과 쟁점을 일별할 수 있게끔 정리된 명저다. 프리드리히 교수가 밝힌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정치학계에서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던 6가지의 기본적이면서도 영원한 문제들을 선별하여, 한 강좌에서는 그 쟁점의 성격을 제시하고, 그 다음 강좌에서는 주어진 특정문제에 중요한 공헌을 한 한 두 명의 고전적 학자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하는 점을 밝혀 보았다.

 

아직까지 절판인데, 하루 빨리 재간되길 바라마지 않는 책이다. 특히 책의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은 정치학을 공부하는 또는 정치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일급 목록이다.

 

 

목차

역자서문

서문

제1강좌 자유의 차원 …………………………………………………………… 9

제2강좌 자유주의의 교리 : 로크와 밀 ……………………………………… 23

제3강좌 혁명과 사회정의……………………………………………………… 37

제4강좌 맑스와 맑스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적 도전 ……………………… 50

제5강좌 정의와 엘리트의 기능 ……………………………………………… 64

제6강좌 플라톤의 정의의 개념과 정치 엘리트 …………………………… 78

제7강좌 공동체와 질서………………………………………………………… 92

제8강좌 아리스토텔레스 : 정치공동체의 철학자 …………………………107

제9강좌 권력과 권위 ………………………………………………………… 124

제10강좌 마키아벨리와 홉스 : 정치권력의 이론가들………………… 137

제11강좌 정치적 평등과 평범한 인간…………………………………… 156

제12강좌 루소와 칸트에 있어서의 평등………………………………… 171

참고문헌……………………………………………………………………… 187

 

 

저자

칼 프리드리히 : (현재 고인이 되었음)

- 전) 하버드대 Eaton Professor of the Science of Goverment

- 전) 하이델베르크대 정치학과 교수

- 전) 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회장

- 전) 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부회장

- 전) Institut International de Philosophie Politique 회장

- 전) Institut fuer Politische Wissenschaft 소장

주요 저서

- Constitutional Goverment and Democracy

- Inevitable Peace

- The Philosophy of Kant

- The Age of the Baroque

- The Philosophy of Hegel

- Totalitarian Dictatorship and Autocracy(Z.Brzinski 공저)

- The Philosophy of Law in Historical Perspective

- Transcendent Justice

- Man and His Governmen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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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에크의 책도 거의 절판된 게 아쉬워요. 이 책들 대부분이 자유경제원에서 나온 거라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자유경제원이 정신 차리고 하이에크 책이나 제대로 번역해서 소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거긴 이미 썩을 대로 썩은 단체라서 정신 차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yamoo 2016-05-23 21:36   좋아요 0 | URL
엔날 자유경제원에서 나온 책 중 건질만한 책들이 꽤 됐습니다. 미제스와 하이에크 번역서들이 몇 권 있었지요. 저는 20여 권 정도 구매했습니다.

많이 썩었나 봐요..ㅋㅋ 전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공병호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자유경제원이 상태가 아주 안 좋은 지경에 까지 이르렀나 보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