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사람 개념이 지닌 수행성(performativity)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의 수행성이란 사람을 연기한다는 의미이자 사람을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3장에서 저자는 비인격적 범주에 드는 경우를 직무에 의한 것과 신분에 의한 것으로 세분한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유태인 출신인 캐나다의 사회학자겸 작가인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 1922 - 1982)의 논의에 의거해 우리는 사회라는 무대 위에 올라가 실제 연기를 하면서 우리의 사람자격을 확인받는다고 말한다.
◈ ‘의미를 가진다’ -> ‘의미가 있다’로 고쳐야 한다. 번역투의 문장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근데, 너무도 많이 보인다.
◈ ‘논의에 의거해’ -> ‘논의에 따라’
◈ ‘사회학자 겸 작가’ 띄어쓰기는 기본이다.마지막 문장, ‘우리는 ~ 우리의 사람자격을 확인받는다’도 매우 어색한 표현이다. 저자의 표현이라도 이는 문제가 될 듯. ‘사람 자격을 확인받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반장이라는 것을 확인받았다.’란 문장을 생각해 보면 좋을 듯싶다.
저자는 고프먼의 주된 공헌은 사회구조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신의 고유한 논리를 따르는 독자적인 영역으로서의 상호작용 질서를 발견한 데 있다고 말한다.
◈ 매우 긴 문장이다. 비문은 아니나 일명 ‘썩은 문장’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영어 번역 문장이 이런 식이다. ‘상호작용 질서’라는 명사구를 긴 형용사 절로 꾸미는 글은 어색한 문장이 될 확률이 높다. 아마도 이 문장은 다음처럼 나누어 쓰는 것이 더 명료할 듯하다. “고프먼의 주된 공헌은 상호작용 질서를 발견한 데에 있다. 이는 사회구조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신의 고유한 논리를 따르는 독자적인 영역이다."
저자는 신분을 정의할 때 특정 집단이 여타 집단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동원
하는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 베버의 직관에 동의한다고 말하며 신분을 법과 의례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일단 첫 문장의 ‘스스로를’이 거슬린다. 이수열 님의 "부사를 옳게 써야 글이 산다"란 글을 보면 이게 잘못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스스로'는 '저절로, 자진하여, 제힘으로'를 뜻하는 부사인데, 국어사전들이 부사 외에 자기 자신을 뜻하는 명사로 보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스스로를 생각해 보아라' 등의 용례를 보이고 있으나 분별 없고 치졸한 짓이다. 이 말 역시 아무 조사도 붙이지 말고 부사로만 써야 한다.” [이수열, "부사를 옳게 써야 글이 산다", 말과글, 70권, 1997년 봄호, 32∼35쪽]
◈ 심각한 건 또 있다. 구두점이 하나도 없어 처음 읽을 때에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저자가 말하는 부분에 걸리는지 헷갈릴 수 있는 문장이다. 이런 구두점 없는 문장들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전체 문장의 주어는 ‘저자는’이고 서술어는 ‘주장한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신분을 정의할 때 특정 집단이 여타 집단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동원하는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다”에서 끊어 읽을 수가 있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렇다. ‘베버의 직관’을 꾸며주는 단어들이 무려 13단어이다. 문장을 길게 쓸 경우 구두점을 사용해 꾸며주는 부분과 꾸밈을 받는 말을 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게 전혀 없는 이 문장은 비문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도 역시 ‘썪은 문장’에 속한다.
더러움이 신성함과 본래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며 저자는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없고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 '죽일 수도 없고 길들일 수도 없는'이 꾸며주는 말이 '타자'인지 '미움과 두려움'인지 애매한 문장이다.
김현경 박사의 '사람, 장소, 환대'는 인류학 전공, 역사와 문명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의 논점이 치밀하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드러난 책이다. 처음과 달리 중간 이후부터 다소 집중도가 줄어들었다. 절대적 환대에 대한 신뢰 때문일 수 있다. 저자의 탄탄한 논의에 의거한 결론이지만 아직 그런 믿음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실존에 비중을 많이 두는 나에게 '사람, 장소, 환대'는 실존이란 사회적 차원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거듭 알게 해준 책이다.
◈ 첫째 문장은 완전히 비문이다. ‘A는 인류학 전공, 역사와 문명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라는 부분은 대등 열거의 꼴이 부적절하고, 필요한 문장 성분이 빠져있다. “<사람 장소 환대>를 쓴 김현경 박사는 인류학을 전공하고 역사와 문명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이라고 써야 한다.
◈ ‘저자의 논점이 치밀하다’는 문장은 자연스럽지만, ‘저자의 논점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드러난다는 부분은 어색하다. ‘희망적으로’란 표현이 어디 있나? ‘희망 있게’가 적절한 표현이다.
◈ “처음과 달리 중간 이후부터 다소 집중도가 줄어들었다.”도 어색하다. ‘집중도’는 떨어지는 것이지 줄어드는 게 아니지 않을까.
‘논의에 의거한’ -> ‘논의에 따른’
하나하나 잡아내어 고치기가 무척 힘들다. 매 단락에 부적절한 표현이 너무도 많다. 얼마나 비문과 조악한 표현이 많은지 이것으로도 충분할 듯싶다.